ASML, 美 제재 속 中 SMIC와 1조원 규모 장비 공급 계약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회사 ASML의 클린룸 시설. /ASML 홈페이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이 올해 말까지 중국 최대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SMIC에 1조원 규모의 반도체 제조장비를 공급한다. SMIC는 지난해 12월 미국 제재로 제품 생산에 필요한 장비와 재료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으나, 이번 구매 계약으로 숨통이 다소 트인 셈이다.

미 정부도 자국 반도체 설비·재료 업체들이 SMIC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여러 건의 수출 승인을 내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SMIC를 대상으로 한 제재가 일부 약화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3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ASML은 지난해 12월 SMIC와 맺은 장비 공급 계약을 올해 말로 1년 연장하기로 했다. 이번 공급 연장 계약의 규모는 12억달러(약 1조5000억원)다.

ASML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만들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요한 회사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도 이 회사로부터 장비를 공급받고 있으며, SK하이닉스도 공급 계약을 최근 체결했다. 다만 ASML 측은 SMIC에 공급하는 장비는 EUV가 아니라 이보다 구형인 심자외선(DUV) 노광 장비라고 설명했다.

SMIC와 ASML의 장비 공급 계약 연장으로, 미국 상무부 블랙리스트에 오른 SMIC가 당장 한숨을 돌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이던 지난해 12월 SMIC 등 중국 기업에 미국 기술이 들어간 장비·부품 수출을 하려면 상무부 허가를 받도록 했다. 미국 기업뿐 아니라 미국의 기술을 사용한 다른 나라 기업도 해당한다.

한편, 미국 정부 제재에도 불구하고, ASML과 SMIC가 계약을 연장한 것은 미국에 좋지 않은 신호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익명의 미국 반도체 기업 임원을 인용해 "(두 회사의 계약 연장은) 인공지능국가안보위원회(NSCAI)의 권고에 정면 타격을 가하는 것"이라며 "해당 이슈와 관련해 동맹들 사이에 얼마나 차이가 큰 것인지를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2018년 국방수권법에 따라 설치된 NSCAI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미국 정부가 네덜란드, 일본과 협력해 중국에 핵심 반도체 장비 수출 허가가 이뤄지지 않게 해야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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