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fn마켓워치] 딜로이트 안진, 사후인증 없이 ESG 평가 안한다

김현정 2021. 3. 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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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딜로이트 안진이 사후 인증 없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 평가는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급격하게 커지는 ESG채권 발행시장과 더불어 커지는 그린워싱 우려감에 인증기관으로서 강력하게 그린워싱을 방지하려는 선제적 조처다. 그린워싱은 그린(Green)과 화이트워싱(세탁)의 합성어로 기업들의 자금조달 목적이 녹색경영을 표방하는 것처럼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친환경 경영과는 거리가 있는 것을 말한다. 기업이 '친환경 경영'을 위한 자금조달이라며 채권을 발행하더라도, 향후 수년동안 해당 채권이 어디에 쓰이는지 '감시'할 눈은 부족하다. 사전인증과 사후인증 모두를 '필수사항'으로 요구하는 ESG 채권 평가기관은 딜로이트 안진이 처음이다.

■"사전인증은 의무사항, 사후인증은 권고사항…그린워싱 우려 키운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딜로이트 안진은 이달부터 신규로 ESG 채권 발행을 논의하는 기업들에 사전인증 뿐 아니라 사후인증을 필수 요건으로 제안키로 했다.

정부는 ESG채권 발행 기업들은 회계법인 혹은 신용평가사로부터 사전인증을 의무사항으로 받도록 했다. 그러나 사후인증은 권고 사항에 그친다. 이에 기업들이 사전인증만을 행하고 사후인증은 건너뛴다. 사후인증을 건너뛰더라도 강제하는 법적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또 기업들로서는 사후 모니터링이 번거로운 것은 물론 인증비용이 추가로 들어 사후인증은 꺼릴 수 밖에 없다.

이옥수 딜로이트안진 리스크자문본부 이사는 "ESG 채권 발행 시장이 광폭으로 치닫고 있다"면서 "이대로라면 ESG 채권 발행 시장이 망가질 것이라는 위기감에 기업들에 사후인증을 필수 사항으로 제안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안진은 그린워싱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사후인증 없이 사전인증만 받으려는 기업들은 ESG인증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전인증은 '내부통제 역량과 조달계획', 사후인증은 '사후 평가'로 요약된다.

평가업체들이 ESG채권의 사전인증 요건으로 보는 것은 해당 발행 기업의 '내부통제 역량'이 글로벌 기준에 맞춰서 수립됐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아울러 자금조달계획안을 보고 ESG채권 발행 자격을 갖췄는지 평가한다.

또 사후인증은 기업들의 향후 자금 사용처를 확인하고 친환경성과(녹색채권), 사회적 평과(사회적채권) 등이 제대로 창출됐는지 살피는 것이다.

■모니터링 없는 ESG 인증, 인증기관+발행기업에 부메랑 우려
딜로이트 안진은 모니터링 없는 ESG 평가는 결국 발행기업은 물론 인증기관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이사는 "(ESG 채권) 조달 사용 계획(사전인증 요건)만을 가지고 ESG 인증을 하는 현재의 제도는 문제가 있다"면서 "현재 ESG채권 발행 후 사후인증까지 수행키로 한 곳은 극히 적다.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못할 일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발행한 ESG채권은 녹색 사회적 사업에만 써야 한다"면서 "회사는 내부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일(사전인증 요건)과 더불어 사용처와 성과를 공유(사후 인증 요건)할 필요가 있다. ESG 채권 사용처를 모니터링을 하는 일에 해당하는 사후인증은 사전인증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령 사후인증 절차는 기업들이 투자자에게 보고서 및 안내문을 통해 ESG 채권 발행 사용처에 대해 공유하는 방식이다. ESG평가가 치열해지는 시장에서 사전인증+사후인증 패키지 인증절차를 요구할 경우, 경쟁사에 인증 기회를 뺏기는 것이 아니냐는 주변의 우려에 대해 이옥수 이사는 "사전인증만을 하는 것은 인증사로서도 리스크를 떠안는 것"이라며 "단순히 인증 수수료를 더 받는 일이 중요한 것이 중요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일환으로 "딜로이트 안진은 지난해 한국거래소에 이어 올해 환경부와 '사후인증 강화를 통한 그린워싱 방지' 차원의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을 포함한 한국 딜로이트 그룹은 이달 ESG관련 국내·외 규제 강화 등으로 인해 격변하는 경영 패러다임을 선도하기 위한 ESG 센터(Center)를 발족했다. ESG 센터는 ESG 기반 경영 전략을 수립하고 사업 포트폴리오의 혁신을 추진하고자 하는 기업들에 ESG경영과 관련된 엔드-투-엔드 (End-to-End)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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