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변희수 전 하사 부검 실시키로
[경향신문]
경찰이 지난 3일 숨진 채 발견된 변희수 전 하사(23·사진)의 부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변 전 하사는 수개월 전에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등 정신건강센터의 관리를 받아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충북 청주상당경찰서는 변 전 하사의 정확한 사망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계획이라고 4일 밝혔다.
변 전 하사는 지난 3일 오후 5시49분쯤 청주시 상당구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변 전 하사는 안방 매트리스에 누운채로 숨져 있었고.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 현장에서 유서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감식과 유족·지인 등을 조사한 결과 범죄 가능성을 의심할만한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며 “오는 5일 부검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 전환수술 후 전역 조치된 변 전 하사는 지난해 1월 가족이 있는 청주로 온 뒤 원룸형 아파트를 얻어 홀로 생활해 왔다.
그는 지난해 11월19일에도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출동한 경찰은 장기간 대치 끝에 변 전 하사를 진정시켰고, 이후 보건 당국에 인계했다.
변 전 하사는 병원에 입원해 수개월 동안 치료를 받고 퇴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당구 정신건강복지센터는 한 기관의 요청으로 지난달 19일 변 전 하사와 면담을 진행했다.
이후 지속적인 상담·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센터측은 주 2차례 정도 전화통화로 변 전 하사와 상담을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일에도 상당구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전화상담이 예정돼 있었지만 변 전 하사와 연락이 닿지 않아 상담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군인권센터에서도 ‘지난달 28일 이후 변 전 하사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소식을 전해오자 상당구 정신건강복지센터는 같은날 오후 5시40분쯤 변 전 하사의 자택을 찾아 119에 신고했다.
변 전 하사의 시신은 청주 성모병원에 안치됐다.
충북지역 시민단체는 잇따라 성명을 내고 변 전 하사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등으로 구성된 ‘113주년 3.8 세계 여성의날 투쟁 충북기획단’은 성명을 통해 “변 전 하사의 죽음은 혐오와 차별에 의한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젠 어디에나 있는 성 소수자를 동등한 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끝까지 연대하고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청주여성의전화 등 21개 단체로 구성된 ‘차별금지법제정 충북연대’도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 사회의 혐오와 차별에 고통 받았던 사람들은 변 전 하사의 용기있는 선택을 보며 힘을 얻었고, 위로를 받았다”며 “당당히 드러낸 그 용감한 목소리를 잊지 않겠다”고 했다. 이어 “변 전 하사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은 넘쳐나는 혐오와 차별로부터 자신을 지킬 변변한 법과 제도 하나 갖지 못했다”며 “우리 사회에서 눈에 보이지 않던 소수자,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실질적 평등 실현을 위해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드시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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