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직원은 투자하지 말란 법 있나" 불난 데 기름부은 직원들
[경향신문]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이 불거져 LH가 공식적인 사과를 표명한 가운데,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투기를 옹호하는 듯한 반응이 올라와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선 블라인드의 ‘공공기관 라운지’에 올라온 LH직원의 반응을 갈무리한 글이 공유되면서 공분을 샀다.
블라인드는 회사 이메일을 통한 인증이 필수적인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로, 자사 내부 게시판 외에도 동종 업계가 공동으로 이용하는 업계별 ‘라운지’가 존재한다. 해당 글은 LH 등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공공기관 라운지에 올라온 글을 다른 공공기관 종사자가 갈무리해서 업로드했다.
글에서 한 LH 직원은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에 대해 “LH직원들이라고 부동산 투자 하지 말란 법 있나”라며 “내부 정보를 활용해서 부정하게 투기한 것인지 본인이 공부한 것을 토대로 부동산 투자한건지는 법원이나 검찰에서 판단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LH 직원은 “요즘 영끌하면서 부동산에 몰리는 판국에 LH 1만명 넘는 직원들 중 광명에 땅 사둔 사람들이 이번에 얻어 걸렸을 수도 있다”며 “막말로 다른 공기업, 공무원 등 공직 쪽에 종사하는 직원들 중 광명 쪽 땅 산 사람 한 명 없을까 궁금하다”고 적었다.
광명·시흥지구가 ‘어차피 누가 봐도 될 곳’이었다는 식의 글도 있었다. 한 LH 직원은 “개발제한구역이었던 곳이 공공주택지구 지정됐다가 취소돼서 특별관리지역으로 관리되던 광명·시흥은 누가 개발해도 개발될 곳이었다”며 “이걸 내부 정보로 샀다고 하다니”라고 하기도 했다.
이에 다른 공공기관 근무자는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는 뜻의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이라는 문구와 함께 “주거복지 국토균형개발(을 추구하는) LH임직원이 신도시 개발 땅을 산 게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지난 2일 LH 직원의 신도시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LH 전 현직 직원 10여명과 그들의 가족이 58억원 대출을 받아 신도시 발표 전 해당 지구의 토지 1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파장이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투기 조사 대상을 문제가 된 광명·시흥 뿐 아니라 3기 신도시 전체로 확대하는 등 엄정한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전수조사는 총리실이 지휘하되, 국토부와 합동으로 충분한 인력을 투입해서 한 점 의혹도 남지 않게 강도 높이 조사하라”며 “위법 사항이 확인될 경우 수사 의뢰 등 엄중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4일 LH는 장충모 사장 직무대행 주재로 비상대책회의를 진행하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장충모 사장 직무대행은 사과문을 통해 “저희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일부 직원들의 광명시흥지구 투기의혹으로 국민 여러분께 큰 충격과 실망을 드렸다.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했다. 이어 “정부와 합동으로 3기 신도시 전체에 대한 관련 부서 직원·가족의 토지거래 현황 전수 조사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며 “전 직원과 가족의 토지거래 사전신고제를 도입하고, 신규사업 추진 시 관련 부서 직원과 가족의 토지 소유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LH임직원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의혹 국정감사 강력히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와 4일 오후 3시 현재 82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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