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곰, 엘크..' 제주 중산간에 500마리 동물 풀겠다던 '동물테마파크 사업' 결국 무산

박미라 기자 2021. 3. 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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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제주동물테마파크 조감도.

제주 중산간(해발 200~600m) 지역에 사자와 호랑이, 곰 등 동물 500여마리를 풀어놓는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이 논란 끝에 결국 무산됐다.

제주도는 지난 3일 개발사업심의위원회 열고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자 측이 신청한 개발사업 변경안을 부결했다고 4일 밝혔다. 개발사업심의위원회는 투자계획과 재원확보 방안, 지역과의 공존 등을 심의한 결과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특히 주민과의 진정성 있는 협의가 이뤄지지 못한 점도 부결에 영향을 미쳤다.

이 사업은 인허가의 사실상 마지막 관문인 개발사업심의위원회를 넘지 못함에 따라 최종적으로 무산됐다. 이 사업은 개발사업심의를 통과하면 도지사의 최종적인 인허가를 통해 사업을 눈앞에 둔 상태였다. 동물테마파크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하려면 인·허가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은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58만㎡ 부지에 1684억원을 투자해 사자와 호랑이, 곰, 기린, 꽃사슴, 엘크 등 23종 530여마리를 풀어놓고 관람하는 실내외 공간과 체험시설, 글램핑장, 호텔 78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사업자는 ㈜제주동물테마파크로, 대명소노그룹 회장의 장녀 서경선씨가 대표로 있다.

당초 2007년 처음 이 부지에 개발사업계획이 승인될 때는 말과 돼지, 반려동물 중심의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것이었으나 재정난으로 추진되지 못했다. 2016년 사업자가 대명그룹 일가로 바뀌었고 사업의 성격도 사파리 형태의 동물테마파크로 변경되면서 주민 간 찬반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반대 주민들은 사업지가 곶자왈과 람사르 습지 인근에 있는 만큼 대규모 개발사업이 추진되면 제주의 환경이 크게 파괴될 것이고, 외래종 유입으로 인한 생태계 교란, 환경 오염, 동물 학대 등도 우려된다며 반발해왔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지난해 송악산에 발표한 이른바 ‘송악선언’과 이후 후속대책을 통해 제주동물테마파크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왔다. 원 지사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송악선언 2호 조치에서 “지역주민, 람사르습지도시 지역관리위원회와의 진정성 있는 협의 없이는 사업 변경을 승인할 수 없다”며 “사업자는 맹수와 외래종 동물 500여마리를 상품화하는 내용으로 사업을 변경하려고 하는데 코로나19 상황에서 청정제주의 생태적 가치와 조화될 수 있는 것인지 신중하게 다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 사업이 개발사업심의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원 지사의 송악선언 발표 후 처음으로 무산된 대규모 개발사업 사례로 남게 됐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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