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피플] 박종우에겐 부산에 남아야 할 이유가 있었다

김태석 2021. 3. 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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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 피플] 박종우에겐 부산에 남아야 할 이유가 있었다



(베스트 일레븐)

◆ ‘피치 피플’
부산 아이파크 MF
박종우

지난해 충격적 강등을 경험한 후, 부산 아이파크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팀을 이끌 사령탑부터 선수단까지 대대적으로 체질 개선을 했고, 그 와중에 지난 4~5년간 승격 도전을 함께 꿈꾸었던 많은 선수들이 강등 이후 팀을 떠나는 일도 있었다. 팀은 전체적으로 젊어졌다는 평가를 듣지만, 무게 중심을 잡아줄 경험있는 선수들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부산 중원의 중심이자 베테랑인 박종우는 그 혼란스러운 시기를 묵묵히 지켜봤다. 그는 강등 이후 팀 내에 불어닥친 변화의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면서 많은 생각에 빠졌다. 함께 동고동락한 선수들이 대거 떠나는 모습을 보며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고도 했다. 본인 역시 떠날 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박종우는 팀에 남았다.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아직 팀을 위해 할 게 남아있다며, 많은 기대와 우려 속에서 시작한 2021시즌을 통해 달라진 부산을 주목해달라는 당부를 남겼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이전보다 더한 헌신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도 남겼다.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Q. 만나서 반갑다. 지난 시즌부터 천천히 짚어야 할 것 같다. 강등이라는 아픔이 꽤나 오래갔을 듯한데
“지난해 파이널 라운드 FC 서울전까지는 괜찮았다고 봐요. 서울전 이후 경기들이 많이 아쉽죠. 이런 생각을 잘 안하는데…,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요. 정말 끔찍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모든 팬들께 드려서는 안 될 걸 드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시즌이 끝난 후 책임이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선수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다만 인천 유나이티드전, 성남 FC전이 아쉬울 뿐입니다. 저희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준비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게 슬프기도 하고요. 늘 그렇지만,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으련만 안 좋은 결과가 있으면 후회만 남는 것 같습니다. 그게 인생인 것 같아요. 어쨌든 그 점을 잊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습니다.”

Q. 승격 과정이 그토록 힘들었기에 더 아팠던 게 아닐까?
“아직 말로 표현이 안 될 그 감정이 남아있긴 해요. 우리는, 승격의 맛을 봤잖아요? 선수들은 물론 부산과 관련한 모든 사람들과 함께 이룬 승격의 맛을 봤기에, 강등은 두 배 이상으로 아팠어요. 특히 팬들께서 그러셨을 것 같아요. 저희야 팀을 떠난 선수들도 있고, 남은 선수들이 감독님과 잘 준비해서 결과를 다시 가져오면 되지만, 팬들은 어디 가시지 않고 항상 저희를 응원해주셨으니 누구보다 힘드셨을 것 같아요. 제가 팬이어도 그랬을 것 같습니다.”

Q. 강등 이후 많은 선수들이 팀을 떠났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승격 과정과 강등을 경험한 옛 동료들에게 고마웠다는 피드를 남기기도 했었는데
“한명씩 떠날 땐 잘 몰랐어요. 늘 대여섯 명 정도는 남아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번에는 다 떠나고 저 혼자 남았더라고요. 느낌이 좋진 않았습니다. 인연이라는 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이라는 걸 한 번 더 느꼈습니다. 가서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에요. 그들과 힘듦과 행복을 함께 했기 때문입니다. 진심으로 응원해요.”


“이렇게 떠나고 싶진 않았다”

Q. 박종우 선수도 나가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참 많았다.
“솔직히 그런 생각을 아예 안한 건 아니에요. 아시겠지만, 시즌이 마무리되면 매년 많은 일들이 있습니다. 협상하는 선수, 때로는 분쟁을 겪는 선수도 있죠. 저도 그 과정 속에 있었고요. 결과적으로 저는 남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책임감을 많이 느껴요.”

“친구들의 빈자리가 크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지난해 함께 최선을 다하긴 했지만, 모든 사람들이 인생을 결과로 판단하잖아요. 어쨌든 팀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이제 구단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보시게 되면 모든 분들이 동의하실 겁니다. 제가 이 팀에 언제까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머물고 있을 때까지는 제가 해야 할 도리를 최선을 다해 하고 싶어요.”

Q. 부산에 왜 남기로 결심했나?
“개인적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긴 했어요. 일단 친구들이 떠났잖아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게 제겐 정말 중요한 일이었어요. 솔직히 얘기하면 다른 팀으로부터 얘기도 있었고요. 아내와도 정말 많은 얘기를 했죠. 친구들이 떠났으니 저도 떠난다? 떠날 수 있었지만, 팬 생각이 정말 많이 나더라고요.”

“저는 2019년에 팀에 돌아와서 승격을 경험한 후, 2020년에 강등을 당했어요. 그렇게 팀을 떠나고 싶진 않았습니다. 구단과 얘기를 잘해서 올해도 부산에 있게 된 것이지만, 그 점이 팀에 잔류하게 된 가장 큰 이유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이유를 막론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그게 제 개인적인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믿어주시면, 보여드리겠다”

Q. 다른 팀 영입 소식을 많이 들었을 듯하다. 이전보다 더 힘든 경쟁구도가 되었는데
“올해 K리그2 각 팀들이 많이 투자해 선수들을 영입하고 있더라고요. 그렇지만 멤버로 축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물론 좀 더 힘이 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팀’이 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영양분을 가지고 있어도 쓰지 못할거라 생각해요. ‘뭐야. 쟤네, 건방떠는 거야’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저는 팀이 정말 좋아질거라는 확신이 들어요. 시간이 조금은 필요하겠지만, 단단해질 거라 믿습니다. 감독님께 많은 걸 배우고 느끼며 고쳐나간다면 좋아질거라 생각합니다.”


Q. 보통 K리그1에서 온 팀들은 강력한 승격후보로 거론되는데, 미안한 평가지만 올해 부산을 그렇게 바라보는 시선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인정해요. 2019년에 팀에 돌아왔을 때를 떠올리면 온도차가 느껴집니다. 그때는 정말 많은 언론과 팬들이 주목하셨죠. 지금 전력 보강을 많이 하고 있는 팀들처럼 말이에요. 승격이 바로 가능하겠다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요 근래에는 이런 얘기가 많지 않더라고요. 저 역시 미디어를 통해 보고 들으니까 그런 분위기 잘 알고 있어요.”

“그래도 팬들에게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걱정 안하셔도 될 것 같다고요. 물론 남의 떡이 커 보일 때도 있겠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 평가를 안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팀 안에는 특별한 게 있다고 생각해주셨으면 해요. 지금 새로 모인 선수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인내하고 진지한 자세로 간절히 임하고 있기 때문에, 부산 팬들께서 그 점을 이해해주시고 믿어주셨으면 합니다. 우리는 조금씩 발전해나갈 테니까요. 그런 것들이 조금씩 쌓이다보면 분명 결과가 따라올 거라 생각합니다.”

Q. 부산 팬들에게 믿음을 간절히 당부하는 것 같다
“믿음. 네. 그래요. 믿음을 가져주시고 인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조금씩 기다려주시면, 정말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글·사진=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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