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선, 참된 연기의 맛 [인터뷰]

현혜선 기자 2021. 3. 4.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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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박하선 /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연기의 맛을 깨달은 박하선은 거침이 없다. 재밌는 일을 주저 없이 선택하고 자유롭게 그 안에서 뛰어논다. 최근 그가 보여주고 있는 행보도 다양하다. 가족을 위해 더 열심히 연기하고 싶다는 배우 박하선이다.

2005년 드라마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로 데뷔한 박하선은 '동이'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투윅스' '쓰리 데이즈' '혼술남녀'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등에 출연하며 인기를 끌었다.

이번에는 영화 '고백'(감독 서은영·제작 퍼레이드픽쳐스)은 국민 일 인당 천 원씩 일주일 안에 1억 원이 되지 않으면 유괴한 아이를 죽이겠다는 전대미문의 유괴사건이 일어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박하선은 극 중 사회복지사 오순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박하선은 "내 영화를 보고 운 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이후 처음이다. 정말 잘 봤다. 큰 울림이 있는 영화다. 난 마지막 장면 때문에 이 영화를 시작하게 됐는데 다행히 잘 나온 것 같다. 메시지가 있는 영화기에 많은 사람들이 한 번 꼭 봐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이 영화가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개봉 소감을 밝혔다.

'고백'은 아동학대에 대해 다룬다. 다소 무거운 소재에 작품을 선택하는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박하선은 "어렵지 않았다. 그냥 좋으니까 한 거다. 이런 영화를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영화를 한 배우들이 인터뷰를 한 걸 보면서 정말 부러웠다. '밀정' '도가니' 등을 안 할 수 없어서 하게 됐다고 하더라. 사명감과 의무, 배우로서 보람찬 일이다. 목소리를 대변하고 싶었다"며 "'고백'은 아동학대를 다루지만 자극적이지 않아서 좋았다. 메시지의 울림이 좋았고, 궁금했다. 감독님이 왜 나를 선택했을까 여쭤봤는데 나의 경험이 좋았다고 하더라. 예전의 발랄한 이미지였으면 찾지 않았을 텐데, 큰 경험을 한 게 감성적으로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새로운 모습을 먼저 봐줘서 정말 감사하고 신기했다. 내가 17년 찬데 새로운 모습이고 싶고, 신인배우이고 싶다"고 전했다.

고백 박하선 /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이렇게 박하선은 '고백'과 만났다. 박하선이 고백을 만난 시점은 출산 후 1년이 지났을 때였다. 오랜만의 연기고 복귀작이었다. 박하선은 "쉰 지 1년 정도 됐을 때라 대본을 외울 수 있을까 싶었다. 가뜩이나 출산을 하면 기억력이 안 좋아지는데 걱정이 됐다. 그래도 막상 준비하니 재밌더라. 극 중 오순은 사이클 선수 출신이다. 나도 자전거를 연습해야 됐는데, 사실 원래 자전거를 못 탄다. 예전에 아빠가 평생 후회할 거라며 알려준다고 했는데 내가 안 배웠다. 작품을 위해 자전거를 배웠는데, 드디어 내가 자전거를 타는구나 싶었다. 자전거 타는 법까지 얻게 돼서 너무 좋았다"고 설명했다.

'고백'을 만난 후 대본을 암기하는 방법도 달라졌다고. 박하선은 "임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전에는 어느 정도 됐다고 했는데, 이제는 매일매일 대본을 본다. 대본을 통째로 암기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해야 암기가 아닌 연기가 나온다. 말하는 것처럼 연기를 할 수 있을 때가 좋다. 자유롭다. 쉬면서 다른 분들의 연기를 봤더니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웠다. 그런 점을 연구하고, 그렇게 연기하기 위해 대본을 통째로 암기했다"고 밝혔다.

복귀작으로 소규모 독립영화를 선택한 박하선. 그에게 독립영화 출연은 어떤 의미일까. 그는 "좋게 봐준 분이 많아서 좋은 것 같다. 과거 독립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내가 원하는 엔딩이 삭제됐다. 영화가 좋아서 했는데, 정말 힘들었다. 돈도 제대로 못 받고 오히려 지불해야 됐다. 약간 학대 당하면서 했던 영화다. 그럼에도 독립영화를 하니 영화계에서 '얘가 독립영화를 찍었네'라는 반응이더라. 힘들어도 좋은 반응을 얻은 거다. 이후 독립영화를 못했는데 느슨해졌을 무렵 '고백'을 만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요즘은 독립영화의 경계가 많이 희미해진 것 같다. 장벽이 무너져서 독립영화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있다. 내가 할리우드 배우 니콜 키드먼을 좋아하는데, 니콜 키드먼이 저예산 영화에도 출연해서 좋았다. 이제 나도 시간과 여유가 되니까 돈보다 재미가 더 중요해졌다. 그래서 드라마도 단막극을 선택한 거다. 재밌는 걸 따라가면 돈도 오더라. 예전에는 돈만 보고 작품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럴 때 참 결과적으로 좋지 않았다. 없는 상황에서 재미를 보고 뛰어든 작품이 잘 되기도 한다. 10년이 넘는 경험을 하면서 이걸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 여자들이 할 역할이 많은 것 같지는 한다. 그래서 여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독립영화를 하게 되는 것도 이유다. 따지지 않고 말이다"라며 "넷플릭스 '스위트홈'을 봤는데, 누가 주인공이지 따지지 않아도 될 정도로 모든 캐릭터가 다 보였다. 나도 저렇게 해도 되는구나 싶다. 시스템이 좋아졌다. 멀티캐스팅이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고백 박하선 /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오순은 박하선과 맞닿아 있는 인물이다. 박하선은 오순을 보면서 과거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고 털어놨다. 그는 "상처와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어린애. 사람은 누구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 나도 그런 때가 있었다. 20대 중후반까지 치료를 못하고 답답하게 지낸 것 같다. 20대에 사춘기가 늦게 왔는데 부모님과 많이 부딪혔다. 언제까지 이럴 거냐고 하더라. 나도 그런 마음이 들어서 치유를 했다. 참 오래 걸렸다"며 "나도 원래 아동 상담 쪽에 관심이 많았다. 누굴 상담하는 걸 좋아했는데, 나같이 상처를 가진 친구를 상담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거다. 오순은 극복하지 못한 인물이다. 더 연민이 갔다"고 말했다.

연민을 가진 캐릭터에 감정을 입히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박하선은 "대사에 상당히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오순은 평소에 명대사를 많이 꾀고 있는 친구처럼 몽환적인 대사를 많이 한다. 그걸 어떻게 하면 오글거리지 않게 일상적으로 할까를 고민했다. 오순이 문어체를 많이 쓰는데, 이걸 일상으로 뱉어야 되는 과정을 많이 생각했다. 잠깐 나오는 캐릭터들이 다 재야의 고수여서 그들을 보면 저절로 감정이 차오르더라. 저절로 연기가 돼서 상대 배우들에게 정말 감사했다"고 전했다.

최근 박하선은 '고백'을 비롯해 드라마 '산후조리원' '며느라기'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야말로 박하선의 전성기인 셈이다. 이에 대해 박하선은 "정말 감사하고 행복하고 꿈같다. '산후조리원'은 정말 재밌어서 어느 정도 잘 될 거라고 생각했다. '며느라기'는 100만 조회수가 안 나올 줄 알았다. 카카오TV가 이제 시작하는 거라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100만 공약을 걸었는데 나중에 200만까지 가는 걸 보면서 작품의 힘을 다시 한번 느꼈다. 출산 후 경력단절이 있었는데 꿈꾸는 것 같다"며 "이제는 좀 얌전해 지려고 한다. 틀면 나온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많이 듣는다. 너무 까불었나 싶다. 질리면 안 되니까 작품으로만 인사드리려고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고백 박하선 /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박하선의 말처럼 그는 출산 후 잠깐의 경력단절을 겪었다. 대부분 경력단절은 배우들에게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박하선은 배우들에게도 단절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나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분명히 있다. 한정적인 대본이 들어오고, 대본이 아예 들어오지 않기도 한다"며 "또 그쪽에서는 미혼을 원하기도 한다. 문제는 그 역할이 애 딸린 이혼녀 역이다. 그걸 왜 굳이 미혼을 고집하는지 모르겠다. 나도 미혼일 때 애 엄마 역을 하긴 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경험에서 오는 표현이 다르다. 미혼일 때 엄마 역을 하면 채워지지 않는 게 있다. 오히려 경험했기에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박하선은 17년 차 연기 경력을 돌아봤다. 그는 "배우를 했다는 것 자체가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재밌고 잘 맞는다. 재작년에 '첫 번째 아이'라는 독립영화를 찍었는데, 산후우울증에 관한 영화다. 그때 개인적으로 내 상황이 안 좋았다. 동생이 가고, 14년 기운 고양이도 가고, 아는 동상도 가고, 애는 다쳐서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영화를 찍어야 되는데 대본을 못 보겠더라. 정신은 없는데 하기는 해야겠고. 그런데 첫 촬영 날 가보니 너무 재밌었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이걸 진짜 좋아하는구나.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또 "애 낳으니까 일이 더 재밌다. 하나도 안 힘들다. 육아보다 어려운 일은 세상에 없다. 일이 힐링이 된다. 한 번씩 바깥바람 쐬는 게 너무 좋다. 나중에 아이가 커서 날 멋진 엄마라고 생각했으면 좋겠고, 그러기 위해 열심히 산다. 아이가 하고 싶은 게 많고 하고 싶은 일을 꼭 했으면 좋겠다. 그런 밑바탕을 만들어 주기 위해 더 열심히 한다"고 원동력을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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