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제색도 달항아리..이건희 회장 '상상 초월' 국보 컬렉션

전지현 2021. 3. 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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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100점 수집 프로젝트 추진
삼성가, 국보급 문화재 160여점 소장
정선 인왕제색도·금강전도 구입
달항아리·청화매죽문 등 백자 마니아
북한에 넘어갈뻔한 화조구자도 구입
이 회장 소유는 국보 30점·보물 82점
국보 제219호 백자 청화매죽문 항아리.<사진제공=문화재청>
"이건희 회장은 한국의 미술품이라 하더라도 작품의 존재감이나 완성도가 높은 것을 추구하며, 언제나 세계적인 시야로 작품을 선별했다. 특히 한국의 고(古)도자기 컬렉션을 향한 정열에는 상상을 초월한 에로스(사랑)가 느껴진다."

추상화 거장 이우환 화백(85)이 문예지 '현대문학' 3월호에 '거인이 있었다'라는 제목으로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추모한 글 내용이다. 이 화백은 삼성문화재단 지원으로 2001년 독일 본시립미술관 개인전, 2011년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대규모 개인전을 열면서 이 회장과 인연을 이어왔다.

이 화백의 기억 대로 이 회장은 백자 마니아였다. 백자를 좀 더 알기 위해 고미술상의 백자 수업을 듣고 자주 교유했다. 현재 삼성미술관 리움이 관리하고 있지만 이 회장 소유로 문화재청에 등록된 국보급 백자로는 조선시대 청화매죽문 항아리(국보 제219호), 달항아리(국보 제309호), 청화죽문각병(국보 제258호) 등이 있다.

국보 제309호 백자 달항아리
국보 제258호 백자 청화죽문 각병
청화매죽문 항아리가 시중에 처음 나왔을 때는 가짜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이 회장의 확신으로 구입하게 됐다. 다행히 종로구 관철동 부근 지하철 공사현장에서 비슷한 모양 백자 어깨 부분 파편이 출토돼 1984년 국보로 지정됐다.

이 회장이 소유한 달항아리는 아파트 여러 채 값을 치러서 구입했다. 항아리안 액체가 배어들어 몸통 아래쪽에 그림자가 있어서 조선시대 달항아리 중 으뜸으로 치며 2007년 국보로 지정됐다.

고려청자에 비해 홀대받던 청화죽문각병은 주인을 찾지 못해 떠돌다가 삼성에 인수된 후 1991년 국보로 지정됐다. 백자로는 드물게 8각으로 전면 모깍기를 한 병이다. 뽀얀 우윳빛이 도는 흰색 바탕에 푸른색으로 깔끔한 선비 취향의 대나무를 두군데 그려넣었다.

"좋은 물건(미술품)은 모두 삼성으로 간다"는 말이 돌 정도로 이 회장의 고미술에 대한 심미안과 열정은 대단했다. 1980~1990년대 심혈을 기울여 '국보 100점 수집 프로젝트'를 추진한 덕분에 삼성가는 국보급 문화재 160여점을 소장하게 됐다.

이종선 전 호암미술관 부관장의 저서 '리 컬렉션'에 따르면 이 회장은 1982년 호암미술관 개관 전에 이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와 '금강전도'(국보 제217호)를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었다. 호암미술관 개관을 위한 본격적인 국보 수집은 고구려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국보 제118호)부터 시작됐다.

국보 제217호 정선필 금강전도.<사진제공=문화재청>
국보 제216호 정선필 인왕제색도.<사진제공=문화재청>
76세 겸재가 인왕산 실제 경치를 보고 그린 '인왕제색도'는 조선 화단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중국의 관념산수화를 따르지 않고 비온 뒤 안개가 낀 인왕산의 거친 암봉과 소나무숲, 기와집의 실경을 담은 진경산수화 대표작이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부감법으로 금강산 1만2000봉을 그린 '금강전도'는 천지조화의 이상경을 담은 걸작으로 꼽힌다.

연꽃잎이 둘려진 둥그런 의자 위에 무릎을 걸친 반가의 모습으로 제작된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은 중후하고 아름다운 자태로 유명하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중에도 이를 목숨처럼 지켜낸 금속유물 전문가 김동현이 1990년대초 이 회장에게 양도했다.

미술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국보 30점과 보물 82점을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대 후반 일본에 있던 조선 중기 화가 이암의 '화조구자도'(보물 제1392호)는 하마터면 북한으로 넘어가 김일성 컬렉션이 될 뻔했지만, 이 회장이 실물을 살피기도 전에 사진만 보고 구입을 결정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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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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