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학폭 주장' 최예빈 받은 상처, 누가 보상하나 [이슈와치]

이해정 2021. 3. 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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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이해정 기자]

우려되던 허위 학폭 주장 문제가 결국 터졌다. 가해자로 지목됐던 배우 최예빈은 이제 피해자가 됐다.

지난 3월 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중학교 재학 당시 최예빈에게 학교 폭력을 당했다는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는 최예빈이 자신의 귀에 대고 욕설을 했다고 주장했다. 글쓴이는 "중학교 3학년 때 문자로 사과 받았다"면서도 남이 시켜서 한 사과였을 뿐이라며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최예빈 소속사 제이와이드컴퍼니는 공식 입장을 통해 "배우 본인에게 사실 확인 결과, 글쓴이가 주장하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배우 본인의 기억만으로 명확히 확인할 수 없다 판단해 주변 지인들에게도 확인했으나 모두 게시된 글의 내용과 다름을 확인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폭로글 작성자와 소속사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진실 공방으로 번지는가 싶던 이번 논란은 결국 허위로 드러났다. 소속사 관계자는 3월 4일 뉴스엔과 전화 통화에서 "글 작성자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글을 삭제했다"면서 "따로 고소를 하는 등 법적 대응을 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소속사의 신속한 사실 확인 덕에 최예빈은 학교 폭력 가해자라는 누명을 벗었다. 하지만 최예빈이 학교 폭력 가해자로 몰렸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대중의 뭇매를 맞은 후였다. 허위 주장 때문에 최예빈이 견뎌야 했을 억울함은 누가 보상해 줄 수 있을까.

학교 폭력 논란이 매일같이 터져 나오는 요즘이다. 처음에는 진위 여부를 두고 중립적인 관점이 주를 이뤘지만, 이제는 의혹이 제기됐다는 사실만으로도 비난이 쏟아진다. 폭로글이 너무 구체적인 데다 특정 연예인 이름을 대놓고 언급하니 몰입하게 되고, 결국 믿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처럼 피해 주장이 허위로 밝혀질 때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됐던 글은 삭제됐지만, 대중은 최예빈이 누명을 벗었다는 사실보다 학폭 의혹에 휘말렸던 것을 더 강렬하게 기억한다. 최예빈 마음속에 자리한 상처의 선명함은 더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한 사람의 거짓된 학교 폭력 피해 주장이 애먼 최예빈에게 피해를 입혔다. 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문제 없던 학창 시절이 학교 폭력을 저지른 것처럼 변질됐다. 이 피해에 대해 아무도 책임이 없다는 사실이 원통할 뿐이다.

허위 폭로글 작성자는 최예빈 뿐 아니라 선량한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피해를 줬다. 학교 폭력은 증거가 남지 않는다는 점에서 폭로글이 신뢰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중이 믿어야만 영향력을 발휘하고, 비로소 해묵은 갈등도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허위 주장 사건 때문에 다른 학교 폭력 피해자들 글마저 진위 여부를 의심받게 됐다. 상대가 연예인이라 십몇 년을 담아뒀던 상처를 이제야 세상 밖으로 꺼냈는데, 그 용기가 짓밟힌 것이다. 이로 인해 지금 이 순간에도 TV 속 누군가를 보며 학창 시절 흉터를 매만지고 있을 피해자들이 침묵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제 막 학교 폭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됐는데 말이다.

허위 주장은 말 그대로 허위라는 점에서 실체도, 책임질 수 있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글 작성자가 적어도 최예빈과 함께 학창 시절을 공유했던 친구고, 본인 행동에 일말의 죄책감이라도 느낀다면 진정으로 사과해야 한다. 대중이 최예빈을 학폭 문제가 제기됐던 연예인이라고 인지하는 걸 돌이킬 순 없겠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책임은 다해야 한다.

연예인이라고 해서 어떤 논란이나 감수해야 하는 건 아니다. 특히 지금처럼 허위 주장으로 불거진 논란이라면 더더욱 감내해야 할 필요가 없다. 최예빈과 같은 안타까운 피해가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연예인도 사람이다. 인간적인 도리에 따르면 결코 하지 않을 행동을 연예인에게만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사태는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사진=최예빈 SNS)

뉴스엔 이해정 hae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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