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파 한단이 1만원이더라

세종=유선일 기자 2021. 3. 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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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백신 보급으로 소비가 살아나는데 석유 등 원자재값까지 뛰고 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지난해 11월 KDI가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전제했던 수준보다는 유가 등이 더 올랐다"면서 "앞으로도 소비자물가가 높게 나올 수는 있지만 장기간 지속될 것 같지는 않다, 일종의 정상화 과정을 밟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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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인플레의 습격②

[편집자주] '인플레이션'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백신 보급으로 소비가 살아나는데 석유 등 원자재값까지 뛰고 있다. 기대 인플레이션은 국채 금리 상승으로도 이어진다. 자칫 물가와 금리가 경기와 증시의 발목을 잡진 않을지 짚어본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1.1%)이 지난해 2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4일 오전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2021.03.04. dahora83@newsis.com


#대전에 사는 30대 여성 A씨는 며칠 전 대형마트 농축산물 코너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발길을 돌렸다. 한 단에 3000원 정도로 생각했던 대파 가격이 7000원이 넘었기 때문이다. A씨는 “백화점 같은 곳에서는 대파 한 단 가격이 1만원을 넘는 경우도 있다더라”면서 “요새는 장을 한 번 보면 너무 쉽게 10만원을 훌쩍 넘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겁나는 수준의 체감물가’가 통계로 증명됐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대비 1.1% 뛰었다. 지난해 2월(1.1%) 이후 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2월 물가 상승이 유독 피부에 와닿는 것은 농축수산물 등 일상에서 자주 구입하는 품목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2월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년동월대비 16.2% 상승해 전체 물가를 1.26%포인트 끌어올렸다. 2011년 2월 17.1% 오른 이후 10년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한파에 따른 작황 부진,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설 명절로 인한 수요 증가가 겹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세부 품목별로 살펴보면, 파 가격이 지난해보다 227.5% 급등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월 26일 기준 대파(1kg) 소비자가격은 7232원으로 불과 한 달 만에 42.1% 뛰었다. 이밖에 가격이 상승한 농축수산물은 △사과 55.2% △돼지고기 18.0% △국산쇠고기 11.2% △달걀 41.7% △쌀 12.9% △고춧가루 35.0% 등으로 나타났다.

2월 집세는 0.9% 올랐는데, 이는 2018년 3월 0.9% 상승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뜯어보면 전세 가격은 1.2% 상승해 2018년 8월 1.2% 기록 후 가장 높았다. 월세는 0.5% 상승했는데, 2014년 12월 0.5%를 기록한 이후 최대다. 지난해 8월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영향으로 전세 물량이 급감하고, 급기야 월세난으로 번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제유가 상승세로 석유류 가격 하락폭이 축소된 것도 체감물가를 높인 원인이 됐다. 석유류 가격은 1월 –8.6, 2월 –6.2%를 기록했다.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높아 가격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1개 품목으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1.2% 상승했다. 지난해 3월 1.8% 기록 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신선어개(생선·해산물), 신선채소, 신선과실 등 계절·기상조건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50개 품목으로 작성하는 신선식품지수는 18.9% 뛰었다. 지난해 10월 19.9% 상승 후 최대다.

통계청은 향후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당분간은 ‘장바구니 물가 걱정’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물가가 급격하게 오르는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지난해 11월 KDI가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전제했던 수준보다는 유가 등이 더 올랐다”면서 “앞으로도 소비자물가가 높게 나올 수는 있지만 장기간 지속될 것 같지는 않다, 일종의 정상화 과정을 밟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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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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