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새 판 짜는 거리두기, 필요한 건 형평성이다

김민정 기자 2021. 3. 4. 11:0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일괄적으로 자영업자를 묶고 벌주듯 방역수칙을 준수하라고 할 게 아니라 업종별로라도 특성을 고려해 개편안을 내야 한다."지난달 말 대학가 현장 취재에서 만난 노래방 업주는 "손이 부르트도록 기계와 마이크를 닦았는데 밤이나 새벽 시간에 영업하는 노래방을 10시면 문을 닫아야 하니 시간제한이 목줄같이 느껴진다"면서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가게 문을 여는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토로했다.

현재 거리두기 대책에 대한 불만이 있냐는 질문에 한 자영업자는 "이미 빚만 수억원이고 코로나는 끝이 안 보이는데, 시간과 업종 제한을 두고 자영업자를 막기만 한다고 능사가 아니다"라며 "일률적인 규제의 틀을 깨고 자영업자에게도 자율성을 부여해달라"는 목소리를 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괄적으로 자영업자를 묶고 벌주듯 방역수칙을 준수하라고 할 게 아니라 업종별로라도 특성을 고려해 개편안을 내야 한다."

지난달 말 대학가 현장 취재에서 만난 노래방 업주는 "손이 부르트도록 기계와 마이크를 닦았는데 밤이나 새벽 시간에 영업하는 노래방을 10시면 문을 닫아야 하니 시간제한이 목줄같이 느껴진다"면서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가게 문을 여는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토로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 공개를 앞두고 만났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마다 ‘형평성을 고려해달라’는 푸념이 이어졌다. 현재 거리두기 대책에 대한 불만이 있냐는 질문에 한 자영업자는 "이미 빚만 수억원이고 코로나는 끝이 안 보이는데, 시간과 업종 제한을 두고 자영업자를 막기만 한다고 능사가 아니다"라며 "일률적인 규제의 틀을 깨고 자영업자에게도 자율성을 부여해달라"는 목소리를 냈다. 영업시간 제한으로 특정 시간대에 손님들이 몰리고 분산 효과도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자영업자들의 방역 수칙 형평성에 대한 분노는 임계점에 다다랐다. 잦은 ‘핀셋 규제’와 업종별 영업 여부, 영업시간, 수용 인원 등이 제각각이다 보니 정부의 거리두기 대책은 계속해서 논란을 키워왔다. 당장 쇼핑몰 등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위험이 큰 실내 다중이용시설에는 시민들로 북적여도 별다른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급한 불을 끄자는 취지로 지급되는 4차 재난지원금 집행 결정에도 현장 분위기는 싸늘하다.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계속되는 한 재난지원금을 받아봐야 임시방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노점상에게도 50만원을 한시 생계지원금 형태로 지급해 또 다른 형평성 논란을 만들었다. 노점상은 세금과 임대료를 내지 않고 주로 현금을 받아 매출을 정확히 파악할 수 길도 없어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것이 자영업자들의 주장이다. 자영업자들의 경우 전년 대비 매출 감소가 확인되지 않으면 지원금을 회수한다.

정부는 오는 5일 거리두기 개편안 초안을 공개한다. 자율과 책임에 기반한 새로운 거리두기 개편안에는 자영업자들의 손과 발을 묶는 강제적 조치가 얼마나 완화될지가 관심사다. 여전히 매일 300~400명대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어 큰 폭의 완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형평성이 부족한 대책과 규제는 자영업자가 정부를 신뢰할 수 없게 한다. 어떤 시설을 열거나 운영을 제한할 때는 업주와 시민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 형평성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거리두기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반복되는 업종 간 희비(喜悲)로 방역수칙을 지키는 업자들만 억울하다는 불만을 정부가 새겨들어야 한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