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먹고 크는 주식과 메타버스

김동하 기자 2021. 3. 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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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하의 컬처 리포트]주식 열풍 속 꿈의 크기와 가치의 크기
▲김동하한성대학교 자율교양학부 교수

‘이익의 크기가 아니라 꿈의 크기가 기업의 가치를 결정한다’

지난해 말 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기업공개(IPO)를 통해 상장할 무렵, 주식시장에서는 주가꿈비율(PDR)이라는 지표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현 주가를 꿈으로 나눠 평가하는, 그야말로 꿈 같은 지표인데 말이다.

이유는 주가가 너무 올랐기 때문. 코로나로 전 세계가 얼어붙었지만
테슬라 같은 기업의 주가는 ‘혁신’에 대한 사람들의 ‘꿈’을 자양분으로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주가수익비율(PER)로는 1000배가넘는, 즉 한 해 이익의 1000배 이상의 가격으로 주식이 거래됐다. 전통적으로 쓰이는 ‘이익중심’ 평가로는 사실상 설명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가치평가에서도 ‘꿈’이 등장했다. 기존 BTS와 아티스트들의 활동 외에도 새롭게 추진하는 ‘플랫폼’사업의꿈, 그리고 아티스트들이 새롭게 펼치는 ‘유니버스’라는 세계관을 둘러싼 사람들의 꿈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주가를 설명하는 데 쓰이기 시작했다.

테슬라 투자로 엄청난 성과를 거두며 지난해 월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투자자로 떠오른 미국의 ARK인베스트먼트. 이 회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초월적(meta) 세계(universe)라는 의미의 ‘메타버스’가 향후 시장의 핵심개념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금은 각각의 가상세계를 이끌고 있는 게임, 증강현실, 그리고 가상현실이 함께 융합하면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의미다.
게임으로, AR과 VR로 점점 확대되고 있는 꿈의 크기는 앞으로도 기업가치와 주가를 ‘꿈의 영역’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까.

‘꿈의 기업 주가’를 설명하는 주가꿈비율

사실 이 ‘주가꿈비율’이라는 지표는 투자자들끼리 미래 혁신기업의 높은 주가를 설명하기 위한 ‘그들만의 용어’처럼 쓰여왔다. 제도권에서 공식적인 지표로 제시되기 시작한 건 지난해 말 빅히트엔터가 상장을 앞둔 시점.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PDR을 ‘기업가치÷(해당 전체 시장규모:TAM×시장점유율)’이라는 공식으로 정의해 특허청에 상표등록했다.

이익으로 기업의 가치를 설명하기 어려운 건 테슬라나 빅히트엔터테인먼트만의 일이 아니다. 적자투성이지만 대박의 꿈으로 늘 들떠 있는 바이오업계뿐 아니라 일상과 밀접한 플랫폼 기업의 경우에도 적자를 보면서도 매출, 더 나아가 거래규모만 가지고 평가받고 상장하는 경우도 많다. 테슬라는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증시에는 아직도 많은 적자 플랫폼 기업들이 상장돼 있거나 상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최근 뉴욕증시에 상장한다고 밝힌 쿠팡의 경우만 봐도, 지난해 말까지 누적된 적자액이 41억1800만 달러(4조5500억원)였지만 기업가치는 300억~500억 달러로 추정된다.

플랫폼 기업인 아마존이 이익을 내는 데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넷플릭스와 페이스북도 각각 6년, 5년의 시간이 걸린 걸 감안하면, 55조원까지 평가가 가능하다는 시각으로 이어진다. 적자인 탓에 평가 가능한 지표는 매출과 거래대금 기준뿐, 지난해 매출액과 거래액을 각각 8조원, 20조원으로 가정하고 쿠팡의 기업가치를 500억 달러로 추정할 때, 쿠팡의 주가매출비율(PSR)은 7배 정도이며, 총 거래금액(GMV) 대비 가격비율(P/GMV)은 2.75배 정도로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익을 못 내는 기업을 외형만 가지고 평가하던 시절의 ‘트라우마’ 역시 상존한다. 매출에 초점을 둔 주가매출비율(PSR)이 본격적으로 활용되던 시기는 2000년대 IT 버블 때였기 때문. 매출은 크게 성장했지만 이익을 못 내는 수많은 닷컴 기업이 이 지표를 통해 가치를 평가받으면서 급등했지만 버블이 꺼지면서 여러 기업이 폭락하거나 퇴출됐다.

AR,VR 이어 ‘꿈의
확장’ 메타버스로 향하는 투자금

꿈의 크기를 돈으로 환산하는 투자활동은 ‘메타버스’라는 이름으로 또 한번의 큰 트렌드를 형성해가고 있다. 메타버스는 각각의 기술분야인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MR(혼합현실), XR(확장현실)을
총망라하는 개념으로 각각의 가상현실이 융합되고, 실제 현실과 결합되는 초월적인 세계, 인간의 꿈 이상으로 가상과 현실이 결합되는 세계를 말한다.

실제 산업분야에서의 선두주자는 이번에도 게임. ‘포켓몬 고’라는 AR 게임으로 유명한 일본의 전통 게임회사 닌텐도와 사용자들이 직접 제작한 게임을 올리는 미국의 ‘로블록스’라는 게임 플랫폼이
대표적인 기업이다.

지난해 미국 대선이 한창일 때, 닌텐도의 인기 가상현실 게임 ‘동물의 숲’에는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조 바이든과 캐멀라 해리스의 아바타가 등장해 선거 캠프를 차렸다. SNS를 활용한 디지털 선거운동은 흔한 일이었지만, 가상세계에서 아바타들이 공식적인 선거운동을 하는 일은 없었다. 현실의 인물들이 현실세계의 이벤트에 영향을 주기 위해 가상현실 세계의 아바타로 자발적으로 뛰어드는, ‘메타버스’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 닌텐도 게임 ‘동물의 숲’ 한 장면. 아바타가 게임 내에 만들어진 조 바이든 당시 후보의 선거캠프로 향하고 있다.


로블록스는 가상현실의 게임 플랫폼으로, 게임 속에서 또 다른 게임플랫폼이 운영되고 있다. 게임 개발자들은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게임 안에서 게임을 개발하고 돈을 번다. 약 200만 명의 개발자 중 20% 이상이 전업 개발자로 ‘가상현실 속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로블록스가 탄생한 건 2006년으로 15년이 되었지만, 본격적으로 성장한 건 지난해부터다. 지난해 게임 개발자들에게 지불한 돈은 2억5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00% 넘게 증가했다. 이용자 역시 2019년 8월 1억 명에서 2020년 10월 1억7000만 명으로 늘었다. 아직 상장하지 않은 기업이지만, 벌써부터 투자자들은 군침을 흘리고 있다.

▲ 미국 유명 래퍼 트래비스 스캇의 아바타가 가상 공간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 장면. 지난해 게임 개발사 포트나이트와 함께 만든 이 ‘메타버스’ 공연은 1230만 명이 접속해 200억원 넘는 수익을 거뒀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 애플과 MS뿐 아니라 스냅챗, 페이스북, 구글 등은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을 모바일 기기에 심기 위해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가상현실 사무실인 ‘인피니트 오피스’를 출시해 직원들이 아바타를 통해 회의하고 일하는 환경을 조성했다. MS는 최근 AR과 VR을 결합한 헤드셋 ‘홀로렌즈 2’를 출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보여준 가상현실 환경을 기업들이 업무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ARK인베스트먼트는 당장 2022년에 소비자들이 헤드셋을 통해 AR과 VR의 세계로 들어가는 일이 크게 늘어날 것이며, 2030년까지 AR이 10억 달러 미만인 AR시장은 2030년까지 130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잊히는 듯했던 ‘포켓몬 고’ 게임은 다시 최대매출을 거두고 있고, 개발사 일본 닌텐도의 주가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100% 넘게 오르며 최근 13년간 최고 주가를 질주하고 있다.

주식 ‘버블 논란’가열…현실과 가상현실 ‘밸런스’를

유례없는 저금리 속에서 주식시장은 ‘매출’, ‘거래대금’에서 더 나아가 ‘꿈의 크기’까지 지표로 끌어들이며 활황을 거듭하고 있다. 미래화폐의 꿈을 먹으며 커온 가상의 자산 비트코인 또한 테슬라와 스퀘어 같은 기업들의 매수 참여에 힘입어 최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자산시장의 ‘버블’ 논란 역시 가열되고 있다. 주식에 관심 없던 사람들까지 주식계좌를 열고, 주식투자 이야기가 지상파 예능방송까지 등장하는 등 버블의 징후도 곳곳에서 포착된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인 브리지워터스의 레이 달리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주식시장의 버블을 점검했는데, 전체 주식시장은 대부분 의 영역에서 버블이 아닌 ‘다소 거품이 있는(frothy)’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일부 꿈을 먹고 성장하는 기술주들(emerging tech)에 대해서는 극도의 버블(extreme bubble)이라고 경고했다. 메타버스로 이동하는 속도만큼 투자 차원의 거품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특히 꿈을 먹고 사는 기업들의 경우, 주가가 금리 인상에 크게 취약하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누가 알았겠는가. 코로나가 천문학적인 돈을 풀게 만들고 이익도 나지않는 기업들의 주가를 잔뜩 높여줄 줄을. 코로나의 타격이 한창인데, 곡물과 유가를 포함한 모든 자산이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닥칠 줄을. 테슬라나 스퀘어가 비트코인을 살줄을.

앞으로도 한동안 경제와 시장은 ‘꿈’과 ‘이익’, ‘현실’과 ‘가상현실’이라는 양립하기 힘든 지표들을 오가며 큰 변동성을 보일 것 같다. 뻔한 얘기지만 중요한 건 밸런스와 포트폴리오다. 현실에만 머무르거나, 가상현실로만 푹 빠져드는 것 모두 바람직한 경제활동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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