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리뷰] 랩하는 용·디즈니 동남아 여전사..믿음 그리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장아름 기자 2021. 3. 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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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스틸/디즈니 © 뉴스1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디즈니 기대작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이 국내 관객들에 베일을 벗는다. 신작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겨울왕국'의 엘사, '모아나'의 모아나처럼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지만, 자신의 운명과 책임감 앞에 끊임없이 노력하고 성장하는 새로운 여전사 캐릭터로 또 한 번 관객들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전사 라야가 경험하는 험난한 여정에서 그려지는 '믿음'에 대한 메시지 또한 유의미한 감동을 전할 전망이다.

4일 국내 개봉하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감독 돈 홀, 카를로스 로페즈 에스트라다)은 어둠의 세력에 의해 분열된 쿠만드라 왕국을 구하기 위해 전사로 거듭난 라야가 전설의 마지막 드래곤 시수를 찾아 위대한 모험을 펼치는 판타지 액션 어드벤처 영화다. 국내에서 시리즈 두 편 모두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던 '겨울왕국2' 이후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선보이는 오리지널 무비로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화는 쿠만드라 왕국의 전설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쿠만드라 왕국은 인간과 드래곤(용)이 공존하던 용 형상의, 풍요롭고 신비한 땅이었지만, 살아있는 모든 생명을 삼키는 악의 세력 '드룬'이 들이닥치면서 평화가 깨진다. 드래곤들은 드룬으로부터 인간을 구하기 위해 희생을 선택한 뒤 전설 속으로 사라진다. 그로부터 500년 후 쿠만드라는 심장의 땅, 송곳니의 땅, 발톱의 딸, 척추의 땅, 꼬리의 땅으로 나눠 분열되고 만다.

주인공 라야는 '심장의 딸' 족장 벤자의 딸이자 드룬으로부터 인간들을 지켜낼 수 있는 드래곤 잼의 수호자로 훈련받으며 자란다. 그는 뛰어난 검술 실력과 거침없는 용기를 가진 전사였지만, 인간들의 욕심으로 드룬이 부활하게 되면서 뜻하지 않게 아버지를 잃게 된다. 이후 라야는 더욱 불굴의 의지를 가진 전사로 성장, 드룬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세상을 구하기 위해 유일한 희망인 전설의 드래곤을 찾아 떠난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디즈니 최초로 동남아시아 문화권을 배경으로 한다. 판타지 세계이지만 동남아시아 문화의 전통과 관습들이 곳곳에 묻어나 있다. 이곳 문화권에 대한 존중을 보여주고자 한 제작진의 의도가 짐작된다. 사실성과 진정성이 담긴 결과물을 위해 디즈니 제작진은 라오스와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전역의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는 주인공인 드래곤 시수다. 시수는 뱀의 형태를 하고 있는 물의 신'나가'의 모습과 동양의 전통적인 용의 모습을 형상화한 비주얼로 탄생됐다. 동양 문화에서 신성시되는 용이지만,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의 시수는 용의 전형성을 탈피한 반전 매력으로 영화 곳곳에서 웃음을 안긴다. 인간과 똑같이 실수를 하기도 하고 솔직하면서도 낙천적이며 유머러스하고, 유쾌한 캐릭터로 등장하는 것. 또 뜻밖의 랩 실력으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주기도 한다.

'겨울왕국'은 뮤지컬 시퀀스로 관객들을 사로잡았지만,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이전엔 볼 수 없었던 디즈니 여성 주인공의 새롭고 박진감과 긴장감이 넘치는 액션 시퀀스로 시선을 집중시킨다. 라야가 극 중 선보이는 격투 시퀀스는 동남아시아 각종 무예에서 영감을 받았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전통 무술인 '펜칵 실랏'과 필리핀의 무슬 '칼리'와 '아르니스' 등이 격투 시퀀스에 담겼다. 반대로 라야의 라이벌로 등장하는 나마리의 격투는 태국의 무에타이, 크라비 크라봉이 참고됐다.

분열된 쿠만드라 곳곳은 동남아시아 대표 관광 명소를 연상하게 한다. 라야가 사용하는 독특한 검부터 그가 착용한 모자까지, 영화는 동남아시아 문화권에서 영향을 받은 비주얼들을 보여준다. 라야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라야가 이동 수단으로 타고 등장하는 '툭툭'은 태국의 교통수단 삼륜차에서 영감을 받았다. 영화에 등장하는 음식 또한 마찬가지. 달콤한 맛과 신맛, 매운맛의 조화로 쿠만드라의 화합을 바라는 아버지 벤자의 마음이 담긴 태국의 전통 수프 '똠얌꿍'도 영화의 메시지를 대변한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여전사 라야의 성장기이자 어드벤처물이면서 '믿음'과 '화합'에 대한 메시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라야는 홀로 세상을 구하기 위해 나서지만 결국 믿음을 바탕으로 합친 모두의 힘으로 드룬과 맞선다. 팬데믹으로 혼란한 세상에 라야가 전하는 메시지가 유의미한 감동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놀랍고 흥미로운 것은 팬데믹 상황에서 디즈니의 450명의 애니메이터들이 재택근무로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을 완성해냈다는 점이다. '믿음'과 '화합'의 메시지가 작품의 작업 과정에서도 느껴지는 영화다.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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