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에 빠진 안방극장! "무엇을 믿을래요?"
아이즈 ize 글 신윤재(칼럼니스트) 2021. 3. 4. 10:12
아이즈 ize 글 신윤재(칼럼니스트)
매체가 많아지면서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가 나타나고 사라진다. 콘텐츠 양의 막대한 증가는 어떤 콘텐츠가 진실인지에 대한 논쟁 자체를 휘발시키는 중이다. 거짓 같은 진실, 진실 같은 거짓이 세상을 휘젓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매체 유튜브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바로 ‘음모론’이다. 이 내용으로 피해를 보는 입장에서는 이를 ‘가짜뉴스’라고 몰아붙이고 있지만, 또 한쪽에서는 ‘감춰진 진실’이라며 신봉한다.
음모론은 왜 사람을 끌어당길까.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은 복잡한 원인과 이유에서 생겨나는 세상의 많은 일들을 단순하게 이해하길 좋아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이 벌어지는 양상도 다르고, 동기나 과정도 다르지만 여러가지 가능성을 제외하고 단 하나의 명제 “뒤에 누군가가 있다”는 말로 치환하면 모든 상황은 손쉽게 설명된다. 이러한 음모론의 파괴력이 자신이 믿고 있는 정치성향이나 취향 등과 확증편향의 형태로 결합하면 사회갈등의 원인으로도 성장한다.
실제 2010년대 이후 이념의 차이로 양극화가 시작된 대한민국에서 상대의 진영을 공격하기 가장 쉬운 논리가 바로 음모론이었다. 이 음모론은 이성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며, 다른 원인의 가능성을 차단한 채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 응집을 더욱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몸집을 불렸다. 지상파 TV들이 최근 음모론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SBS는 지난달 17일과 24일 신규 파일럿 프로그램 ‘당신이 혹하는 사이(이하 당혹사)’를 방송했다. 가수 윤종신과 영화감독 장진, 변영주 그리고 배우 봉태규와 장영남, 방송인 송은이, 곽재식 작가가 둘러앉아 음모론을 나눈다는 컨셉트다. 프로그램은 사회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를 연출했던 배정훈, 장경주PD가 연출했다.
방송에 나온 음모론은 다양했다. 빌게이츠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연관짓는 음모론을 시작으로 배우 윤영실 실종사건, 후쿠시마 정화조 변사사건 등을 다룬다. 그 뒤에는 뭔가 세계적인, 지구적인, 우주적인 음모가 숨어있다는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또 한 편으로 프로그램은 예능적 재미를 출연자들의 입담에서도 찾는다. 이들이 많은 음모론 중 과학적인 검증으로 가짜뉴스를 걸러내고 결국 시청자의 판단에 맡겨야 하는 부분까지 사건을 파고들어간다.
시즌 2를 곧 방송하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역시 비슷한 결이다.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총 10부작을 선보였던 ‘꼬꼬무’는 영화감독 장항준과 방송인 장도연이 스토리텔러로 나선다. 방송인 장성규도 거든다. 국내 악명높은 범죄관련 사건사고를 마치 친구에게 이야기해주듯 설명하면서 사건의 다양한 음모론을 다룬다.
물론 ‘당혹사’나 ‘꼬꼬무’ 같이 음모론을 다뤘던 프로그램이 과거에는 없었던 것은 아니다.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는 그 대표적인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프로그램 안에 ‘진실 혹은 거짓’이라는 코너를 운영하면서 실제 있었던 사건인지 아닌지를 문헌과 자료에 근거해 판별해냈다. 과거의 프로그램과 지금의 음모론 프로그램이 달라진 게 있다면 그만큼 늘어난 가짜뉴스를 판별하기 위해 훨씬 정교하고 세밀한 검증의 잣대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는 물론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달라진 검색환경이 도움을 줬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유독 SBS를 통해 전파를 타고 있느냐에 대한 이유는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를 고찰하면 될 것 같다. 1992년부터 막을 올린 ‘그알’은 20년이 다 되는 세월 동안 사회 곳곳의 부조리나 음모를 파헤쳐왔다. ‘당혹사’와 ‘꼬꼬무’의 연출자들은 공통적으로 ‘그알’을 거쳤으며 조금 순한 맛의 ‘그알’이라 볼 수 있는 ‘궁금한 이야기 Y’를 거친 연출자도 있다. 이들은 ‘그알’을 통해 배웠던 사건의 실마리를 해석하는 과정에 음모론의 형식을 쓰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일견 재미있어 보이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며, 적극적으로 가짜뉴스를 거르려 하는 태도 역시 ‘그알’에서 비롯됐다.
바야흐로 음모론의 시대다. 음모론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공통적으로 시대가 혼란할 때 음모론은 자주 나온다고 설명한다. 미국의 언어학자 촘스키 역시 “음모론이란 이제 지적인 욕설이 됐다. 누군가 세상일을 좀 자세히 알려고 할 때 그걸 방해하고자 하는 사람이 들이대는 논리”라고 주장했다.
TV 속 음모론 프로그램들은 음모론의 형식을 갖고 있지만 결국 ‘음모론의 선순환’을 의도하고 있다.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는 다양한 음모론 중에서 정말 검증할 가치가 있는 것들을 선별하고 이를 검증하는데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 지상파 프로그램의 책무다. 음모론의 홍수, 그것은 혼란과 다름 아니다. 음모론 프로그램들이 음모론을 균형있게 보는 지침의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신윤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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