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머물기 좋은 집, 제주 애월 코끼리잠

신기영 2021. 3. 4.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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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머문 집 3탄 : KOKKIRIZAAM

평범한 일상 속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주는 마음 한구석에 남을 장소. 집을 짓기 전 가볼 만한 숙소, 그 세 번째는 제주시 애월읍에 위치한 ‘코끼리잠’이다.







정면에서 바라본 건물. 도로보다 낮은 대지 위 나지막하게 자리한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대지면적 ≫ 457㎡(138.24평)
건축면적 ≫ 156.65㎡(47.39평) │ 연면적 ≫ 156.65㎡(47.39평) : 주차장 면적 13.47㎡ 포함
건폐율 ≫ 34.28% │ 용적률 ≫ 31.33% │  주차대수 ≫ 1대
외부마감재 ≫ 노출콘크리트
내부마감재 ≫ 석고보드 위 슈퍼파인 도장
욕실 및 주방 타일 ≫ 아이코트 │ 석재 바닥 ≫ 스톤파이주방
가구·방문·붙박이장 ≫ 스테이인그로브
전기·기계·설비 ≫ 하나기연 │ 구조설계 ≫ 터구조 │ 조경 ≫ 화목해
시공 ≫ G.A.U 건설(현장소장 오경승)
설계·감리 ≫ 푸하하하프렌즈 070-4204-0325 www.fhhhfriends.com




2개의 객실이 있는 게스트하우스 건물 외관

정직하게 쭉 뻗은 선, 날것 그대로의 콘크리트 벽. 언뜻 차가워 보이는 인상이지만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나지막한 풍경 속 은은하게 전해지는 온기를. 서울 생활을 접고 제주로 온 지 어느새 10년이 훌쩍 넘은 부부는 제주 애월에 자신들을 꼭 닮은 집과 숙소 ‘코끼리잠’을 지었다.

“보통의 건축가였다면 토목공사를 제안했겠죠. 그런데 푸하하하프렌즈는 달랐어요. 주변 시골집들처럼 기존 땅의 레벨을 살리자고 하셨거든요.”


게스트하우스 입구로 들어가면 발을 씻을 수 있는 작은 수돗가가 있다. 객실 안에서 창문을 열면 툇마루가 된다.


욕실의 하부창에서 볼 수 있는 이끼 정원

이 마을은 대지가 도로보다 낮다. 빗물과 하수를 처리하기 어렵고, 외부 시선을 피해 창을 내기도 쉽지 않은 조건이다. 하지만 좋은 점도 있다. 높은 땅에서 뻥 뚫린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면, 낮은 땅에서는 푹신한 소파에 누운듯한 포근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건축가는 오래된 마을 풍경이 변하지 않길 바랐고 낮은 대지 위 단층집으로 계획할 것을 제안했다. 물론 부부는 아주 흔쾌히 응했다.

마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제주 밭담 너머 부드러운 곡선이 돋보이는 코끼리잠 건물이 나타난다.



PLAN


① 침실 ② 거실  ③ 주방 ④ 라운지 ⑤ 객실 ⑥ 창고 ⑦ 주차장



단을 높여 다락처럼 꾸민 휴식 공간. 창을 활짝 열면 햇살 좋은 툇마루가 된다.


높고 경사진 천장이 안락한 침실 공간

단순하고도 우아한 형태미를 지닌 건물은 두 개의 숙소와 한 개의 주거가 서로의 영역을 침해하지 않도록 동을 분리해 짓고 각각의 마당을 두었다. 두 영역 사이에는 주방과 다용도실을 두어 주거와 숙소를 함께 돌볼 수 있게 했다. 코끼리잠이 두 번째 숙소인 부부의 운영 경험 역시 설계에 십분 반영되었다. 부부는 침구 세탁 방법, 객실 청소 시간과 순서, 재질에 따라 물이 마르는 속도 등 숙소 운영 노하우와 지침을 건축가에게 충분히 전달했고, 그리하여 외부에는 객실에 침구를 옮길 때 비를 가릴 수 있는 캐노피가 생겼다.


(위,아래)건축주 부부의 집과 연결된 라운지. 이곳에서는 손님을 위한 조식이 준비된다.

객실 내부에는 단차를 이용해 다양한 용도의 공간을 자연스럽게 구획하고 세심한 디테일을 더했다. 낮은 대지 조건이 자칫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타인의 시선이 닿지 않게 창을 내고, 단을 높인 마루 공간에는 폴딩도어를 설치했다. 가장 내밀한 공간인 욕실에서도 개방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부창을 내어 외부와 은근하게 연결하였다. 내외부 곳곳에서 자투리땅에 들어선 작은 정원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온갖 시름을 내려놓고 낯선 곳에 누워 잠을 청하는 밤. 내 집보다 더 편한 듯 느껴지는 건 그저 기분 탓일까. 오늘도 코끼리잠은 여행객에게 달금한 휴식을 선물한다.


INTERVIEW 이지연, 홍승걸 대표

‘코끼리잠’이 두 번째 숙소라던데

저희는 2009년에 제주도로 내려왔어요. 이사도 하기 전 무작정 집을 한 채 샀고, 그 집을 리모델링해 5년 정도 전원생활을 했죠. 그러다 땅을 사서 집과 숙소를 함께 짓게 되었는데, 그게 저희의 첫 번째 숙소였습니다. 원체 여행을 좋아하기도 했고, 관광객이 많은 제주도 특성상 자연스럽게 숙소를 운영하게 된 것 같아요. 서울에서 하던 일을 이어서 하기엔 여러모로 제약이 있었던 현실적 이유도 있었고요.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 4년 후, 지금 이곳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제주 애월은 오래전부터 꼭 살고 싶은 동네였어요. 제주 시내와 멀지 않고 기후가 다소 온화한 동네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한 번쯤은 바다에 걸어갈 수 있는 곳에 살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짓게 된 저희의 새로운 집과 두 번째 숙소가 ‘코끼리잠’이랍니다.

세심하게 공간을 구획한 객실은 간소하지만 부족함이 없다.

건축 시 가장 신경 쓴 점은

아무래도 객실의 공간 구획에 제일 신경 썼던 것 같아요. 객실은 단순한 방이 아니라 휴식 공간,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공간, 앉아서 일할 수 있는 공간, 옷과 짐을 놓을 공간이 동시에 마련되어야 하지요. 하나의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 각 영역이 나누어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했어요. 침대가 있는 영역은 층고가 높아 공간감이 느껴지고, 차를 마시거나 책 읽기 좋은 공간은 바닥을 높여 다락방 같지요. 이곳은 화창한 날 폴딩도어를 열 수도 있는데, 손님들이 좋아해 주시는 공간이기도 해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공간은 욕실입니다. 외부의 이끼 정원과 물 쓰는 공간의 어울림이 참 멋지거든요.

낮은 대지를 살려 지은 건물의 측면. 포근함이 느껴지는 풍경이다.

주변에 가볼 만한 곳은

시골은 저녁이 빨리 찾아오는 편이라 일찍 주무시고 일찍 하루를 시작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마을 길을 걸으며 옛 금성교회도 보고 밭담, 오래된 시골집이 인상적인 풍경도 감상하고 말이지요. 한적한 바닷가 산책은 더 말할 것도 없고요. 그다음엔 라운지에서 준비해 드리는 조식을 여유롭게 드시는 거예요. 오늘은 어디를 여행할지 의논도 하면서요. 해 질 녘에는 해변에 돗자리를 깔고 ‘카페태희’의 피시앤칩스에 와인 한잔하시길 추천합니다. 바다라는 게 꼭 수영해야만 맛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실 거예요.

하늘에서 바라본 코끼리잠

숙소 이름의 의미는

저희와 푸하하하프렌즈 한승재 소장님이 함께 만든 이름이에요. 한 소장님이 먼저 ‘○○잠’과 같이 편안한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하셨고, 저희는 건물을 보면서 누워있는 코끼리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코끼리가 흔히 서서 잔다고 알고 있는데, 그건 불안감을 느끼고 있을 때래요. 마음이 편안한 코끼리는 누워서 네다리를 쭉 펴고 잔다고 합니다. 이곳에 머무는 손님들도 그렇게, 온전히 푹 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취재협조
코끼리잠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 금성3길 13
010-3235-1482 www.kokkirijaam.com

구성_ 조고은  |  사진_ 노경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1년 3월호 / Vol.265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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