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기]넷플릭스 상륙 5년..세계화 첨병 'K콘텐츠'
2021년 한 해에만 5500억원 투자 결정..오리지널 영화·시리즈 등 13편 라인업 준비
'킹덤'으로 시작한 'K-콘텐츠', 세계 시장까지 사로잡아.."韓 콘텐츠 강점은 감수성"
韓, 주요 콘텐츠 제작 시장으로 자리매김.."한국에서 훌륭한 콘텐츠 계속 제작할 것"
넷플릭스는 지난달 25일 열린 '씨 왓츠 넥스트 코리아 2021'(See What's Next Korea 2021)에서 2021년 한 해에만 한국 콘텐츠 제작에 5억 달러(한화 약 55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016년 한국에 진출한지 5년 만의 일이다.
김민영 넷플릭스 한국·아태지역(일본, 인도 제외) 콘텐츠 총괄 VP는 "넷플릭스는 지금까지 한국 콘텐츠에 약 7700억원을 투자하며 한국 창작 업계와 동반 성장하고자 노력했다"면서 "2021년에는 약 5500억원을 한국 콘텐츠에 투자해 액션, 스릴러, SF, 스탠드업 코미디, 시트콤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풍성한 한국 오리지널 작품을 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넷플릭스가 발표한 2020년 4분기 실적에 따르면 유료 구독 가구가 사상 처음으로 2억 개를 넘어섰다. APAC(아시아 태평양)의 경우 4분기에만 930만 개 유료 구독 가구가 늘어났는데,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2020년에만 전년 동기 대비 57.1%의 유료 구독 가구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0년 미국 10대 콘텐츠 기업 소개-넷플릭스 편'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7~8년 전부터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기반을 닦는 동시에 우수한 콘텐츠 확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 넷플릭스에 대한 이미지 향상을 위해 '현지어 제작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시행한 현지어 제작 프로젝트는 세계적인 성과를 냈다. 대표적인 작품이 해외에서 'K-좀비' '갓' 열풍 등을 끌어낸 '킹덤'(2019)이다. 이후 '인간수업'(2019) '보건교사 안은영'(2020) '스위트홈'(2020) 등 다양한 오리지널 시리즈가 제작돼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드라마뿐 아니라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극장 개봉 대신 넷플릭스 행을 택한 영화 '사냥의 시간' '#살아있다' '콜' 등도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았다. 최근에는 지난 2월 5일 한국 첫 우주 SF 영화 '승리호'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지 하루 만에 넷플릭스 영화 부문 순위 1위에 올라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 경영자 겸 최고 콘텐츠 책임자는 이러한 성과에 대해 "한국 콘텐츠에 대한 우리의 믿음은 확고하다"며 "우리는 장르와 포맷을 불문하고 한국의 스토리텔러들에게 지속해서 투자하고 함께 협업할 것"이라고 밝혔다.
행사에서 넷플릭스는 13편의 신작 라인업을 발표했다. 배우 전지현의 출연으로 일찌감치 기대를 모은 '킹덤' 시리즈의 스페셜 에피소드 '킹덤: 아신전', 네이버 동명 웹툰을 바탕으로 한 연상호 감독의 '지옥', 배우 정우성이 제작자로 참여해 큰 화제를 모은 '고요의 바다', 황동혁 감독이 연출을 맡고 이정재 박해수가 출연하는 '오징어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가 대기 중이다.
'로마'(감독 알폰소 쿠아론) '결혼 이야기'(감독 노아 바움백) '아이리시맨'(감독 마틴 스콜세지) '맹크'(감독 데이빗 핀처)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감독 아론 소킨) 등 세계적인 거장과 협업해 온 넷플릭스가 올해는 한국 영화감독과도 손잡고 2편의 영화를 제작한다.
영화 '악녀'로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받았던 정병길 감독은 초대형 액션 블록버스터 '카터'로, 로맨스 장르에서 탁월한 감각을 발휘한 박현진 감독은 유쾌하고 발칙한 로맨스 '모럴센스'(가제)로 전 세계에 'K-무비'의 저력을 또 한 번 입증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백스피릿' 'D.P.' '마이네임'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 정리사입니다' '지금 우리 학교는' '이수근의 눈치코치' 등이 준비 중이다.
라인업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다양성을 지닌 오리지널 콘텐츠의 제작은 넷플릭스의 주요한 성공 요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9년 미국콘텐츠산업동향'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나르코스' '더 크라운' 등 공중파 네트워크가 다루지 못하는 다양한 주제의 시리즈를 제작해 꾸준한 인기를 끌었고, 이를 통해 넷플릭스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도 끌어올렸다.
다양성을 지닌 작품이 나올 수 있는 큰 이유는 감독과 작가 등 창작자들이 넷플릭스와 협업할 때마다 이야기하는 '창작 자유'에서 찾아볼 수 있다.
'킹덤' 시리즈의 김은희 작가는 "넷플릭스가 없었다면 아마 '킹덤'은 제작이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처음 '킹덤'을 기획한 게 2016년이었다. 목이 날아가는 등 잔인한 수위가 지상파에선 불가능했다. 사극에 좀비까지 나오니 제작비 면에서도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넷플릭스가 흔쾌히 수락했다"며 "제작기간 중 창작자의 의도와 자유를 존중받을 수 있었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한층 올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아이리시맨'을 연출한 세계적인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과 델마 슌메이커 편집 감독 역시 넷플릭스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프로젝트였다고 말한 바 있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BBC와 인터뷰에서 3시간 29분에 달하는 러닝 타임 등 영화에 대한 간섭 없이 성공적으로 작업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지옥'의 연상호 감독은 "거대한 세계관이 담긴 '지옥'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넷플릭스를 통해 상상을 현실화 할 수 있었다"고 말했으며,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 역시 "넷플릭스를 통해 상상력이나 시간 제약 없이 창작자의 의도에 충실하게 마음껏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이 넷플릭스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은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사실이다.
CNN 비즈니스는 지난달 4일(현지 시간) 넷플릭스의 아시아 성장을 견인한 주요 요인으로 한국 드라마를 언급했다. '킹덤' 등 K-콘텐츠가 한국을 넘어 해외에서 성공하며 아시아 지역 시청률이 전년 대비 4배 증가하는 등 시장 확대를 견인했다는 것이다.
김민영 콘텐츠 총괄 VP는 한국 콘텐츠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의 사랑을 받는 이유에 관해 "훌륭한 감독, 작가, 배우, 스태프가 많다. 업계의 생태계가 굉장히 탄탄하고 훌륭하게 갖춰져 있다"며 "정말 다양한 스토리가 많이 나오고, 작품의 질도 매우 훌륭하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 작품이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는 작품이 가진 감수성 때문"이라며 "한국 콘텐츠는 감정의 디테일을 잘 보여준다. 사건만이 아니라 인간적인 부분에도 집중해 장르 불문하고 작품의 공감력이 더 생기고, 이런 장점이 시청자를 사로잡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킹덤' '인간수업' '사랑의 불시착' '#살아있다' '승리호' 등을 통해 한국 콘텐츠를 본 적 없던 시청자들도 한국 콘텐츠를 즐기기 시작했다"며 "한국 콘텐츠는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성장 전반에서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테드 사란도스 최고 경영자는 "한국이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를 주도하는 가운데 최근 두 곳의 콘텐츠 스튜디오와 임대 계약을 체결, 한국에서 훌륭한 콘텐츠를 계속 제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K-콘텐츠가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시장에서 중요성을 키워 가는 흐름에서 넷플릭스도 국내 투자를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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