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공공'을 지워야 '공공'이 산다

김진형 건설부동산부장 입력 2021. 3. 4. 06: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2·4 대책에 도입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의 성공을 자신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돈의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듯 하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잇따른 발언에는 "이 정도 인센티브를 줬는데 선택하지 않을리 없다"는 자신감이 베어 있다. 공공시행정비사업은 일반적인 민간재건축과 달리 재건축초과이익환수금을 면제해 주고 2년 실거주의무도 배제하는 혜택을 준다. 공공시행재건축이 민간재건축에 비해 3억원 이상 조합원에게 이익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작년 4월,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 재건축 시공사 선정이 있었다. 경쟁은 삼성물산, 디엘이엔씨(당시 대림산업), 호반건설의 3파전이었다. 5년여간 정비사업 시장에서 떠나 있던 삼성물산이 뛰어들면서 '래미안의 귀환'으로 화제가 됐었다.

이름값에서 밀리는 호반건설은 건설사가 조합에 빌려주는 사업비에 연 0.5% 금리를 제시했다. 삼성(1.9%), 대림(CD금리+1.5%포인트)에 비해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었다. 여기에 공사비 390억원 무상지원까지 내걸었다. 이 정도면 역마진이라는 업계의 평가였다. 시공사가 조합에 돈 주고 공사해 주는 셈이다.

하지만 승자는 '래미안'(삼성물산)이었다. 물론 '래미안'이란 브랜드가 장기적으로 더 돈이 될 것이라는 계산을 했겠지만 조합원들은 당장 눈에 보이는 수백억원의 돈보다 불확실한 미래가치를 선택했다.

신반포15차 재건축조합의 사례는 조합원들의 당장의 돈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돈 많은 강남 주민들이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2·4대책 발표 후 마포 성산시영아파트, 광진구 중곡아파트, 심지어 광명시 하안주공3단지에도 '민간 재건축 진행'(공공시행재건축 반대의 의미)이라는 현수막을 내건 것은 어떻게 설명할까. 민간재건축 대신 '공공재건축'을 하겠다던 조합이 조건이 더 좋은 '공공시행재건축'에는 반감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공공'이어서다. 공공시행재건축은 조합을 해산하고 공공이 조합원들의 재산권을 넘겨받아 단독으로 시행하는 사업 방식이다. 실제로 조합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공이면 일단 싫다'는 반응을 보인다.

'공공'에 대한 거부감이 강함에도 정부는 이를 해소할 노력이 부족하다. 사업의 이름부터 '공공'을 전면에 내걸었다. 싫다는 '공공'을 이렇게 대놓고 내세워야 했을까. '공공직접시행'이란 이름은 '공공이 다 알아서 할테니 민간은 소유권 넘기고 빠져'라는 이미지를 강화시킨다. 네이밍은 이미지를 결정한다. 오죽하면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시행하는 거니까 '주공아파트' 아니냐고 질문하는 사람까지 있다. 정부는 조합원들이 시공사를 선택할 수 있고 원하면 최고급 마감재도 넣어서 지을 수 있다고 부연하지만 이미 사람들의 머릿속엔 '공공'이 박혔다.

조합 방식의 정비사업은 고비용 구조다. 조합설립부터 착공까지 건축심의, 교통영향평가,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등 각종 인허가를 받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몇번의 총회를 열어야 한다. 시공사 선정 뿐만 아니라 각종 건축자재 선정까지 모두 조합이 한다.

이러다 보니 조합방식의 정비사업은 평균 13년이 걸린다. 직장 다니며 사서 은퇴 후 입주하거나 부모가 사서 자식이 입주한다고 할 정도다. 조합에게 시간은 돈이다. 기간이 길어질수록 조합원이 내야 할 분담금은 많아진다. 조합원들간 갈등이 수시로 발생하고 조합은 각종 비리의 유혹에 노출돼 있다. 숱한 조합장이 감옥에 갔고 조합원들간, 조합과 조합원들간에 소송이 줄을 잇는다. 재건축조합들이 최근 시행을 부동산신탁사에 맡기는 사례들이 많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간의 한 디벨로퍼는 "건설사들은 재건축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조합이 원하면 뭐든 맞춰주려고 하지만 갑만 해봤던 공공기관이 뭐가 아쉬워 그렇게 하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정작 정부는 오히려 민원에 민감한 공공기관이 민원이 무서워 요구를 다 들어줄까봐 우려한다.

'공공이 다 하겠다'는 '공공이 대신해 다 해주겠다'의 다른 표현이다. 조합 방식으로 할때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일들을 공공이 빠른 시간 안에 해결하겠다는게 공공시행재건축의 진짜 인센티브가 아닐까.

공공시행재건축이 민간재건축의 대안이 되려면 공공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지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김진형 건설부동산부장 / 사진=인트라넷
[관련기사]☞ "바람 피워서 이혼했나" 탁재훈, 돌직구 질문에…"100억 줘도 안 받아"…지수 '학폭' 추가폭로하며 쓴 글"X같은 잡X" 악플 공개한 인민정...♥김동성에 "일어나자"함소원, '♥진화' 응원…"25살에 아빠된 우리집 바깥양반"수지, 걸친 것만 6000만원대…'인간 디올'의 럭셔리 룩 '깜짝'
김진형 건설부동산부장 jhkim@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