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누가 투기꾼일까, 누가 LH에 재건축을 맡길까

연지연 기자 2021. 3. 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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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1980년대나 자주 들었을 법한 '투기꾼'이란 말이 인공지능이나 자율주행차를 논하는 2021년에도 난무하고 있다.

지난 2003년에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결성된 이 아파트는 무려 18년째 정부와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재건축 사업을 하면 이익의 상당 부분을 사회에 환원을 해야 한다지만, 이 아파트 소유주들은 정부 요구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내놓은 공공 재건축이나 공공 주도 재건축에도 관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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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1980년대나 자주 들었을 법한 ‘투기꾼’이란 말이 인공지능이나 자율주행차를 논하는 2021년에도 난무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투기꾼의 범위는 넓어졌다. 당장 살지 않는 집을 갖고 있는 다주택자, 집을 세놓아 돈을 버는 임대사업자, 1주택자라도 비싼 집을 갖고 있는 고가 아파트 소유자, 단기간에 집값이 뛰어 벼락거지를 면한 자를 두루 아우른다.

이런 면에서 서울 강남 은마아파트 소유자들은 대표적인 ‘투기꾼’이다. 서울도시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소유주 67%는 이 집에 세를 주고 다른 집에 살고 있고(당장 살지 않는 집을 갖고 있는 자), 소유주 중 6.4%는 이 집을 정부가 한 때 추천했던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30평짜리 집이 21억원에 육박할 만큼 고가 아파트다.

최근엔 ‘끈질기다’는 평판까지 추가했다. 지난 2003년에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결성된 이 아파트는 무려 18년째 정부와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재건축 사업을 하면 이익의 상당 부분을 사회에 환원을 해야 한다지만, 이 아파트 소유주들은 정부 요구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내놓은 공공 재건축이나 공공 주도 재건축에도 관심이 없다.

2·4 대책이 나오고 공공 주도 재건축에 관심이 있느냐고 묻자, 은마아파트의 한 소유주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자녀 교육 때문에 이사를 왔다가 여기에 12년째 살고 있다. 그런 나보고 투기꾼이라고들 한다. 어차피 투기꾼이 된 거 좋은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했으면 좋겠다. 이 집 한 채가 내 전 재산이기 때문이다."

이런 은마아파트가 만약 전격적으로 공공 주도 재건축을 받아들인다고 가정해보자. 정부 의도대로 말이다. 아마 정부는 이런 상황일 거라고 상상하고 있을 것이다. LH가 조합을 대신해 사업을 추진하고 빠른 인허가를 받는다. 조합 내 갈등 요인도 줄어 사업 속도가 더 날 수 있다. 통상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이 진행되면 자재 하나를 선정하는 데에도 잡음이 끊이질 않지만, 사익을 추구하지 않는 믿을만한 LH가 사업을 끌고 나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정부도 그런 상상을 접어야 할 것 같다. LH 일부 직원이 본인과 가족 명의로 문재인 정부의 3기 신도시 중 최대 규모인 광명·시흥 신도시 사업 지역 땅을 사전 매입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의혹이 제기된 토지의 매입가액만 100억원대고, 이 중 대출금은 58억원에 이른다. 이들이 땅을 매입하던 시기는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 각종 규제에도 주택 가격이 안정되지 않아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던 때다.

사실 이들이 강하게 처벌을 받을지 의문이다. 해당 지역은 이미 개발될 거라는 예상을 하기 쉬웠던 곳이다. 또 2018년 3기 신도시 도면이 유출됐을 때의 솜방망이 징계를 떠올려봐도 그렇다.

공공 주도 재건축 사업과 은마아파트. 택지지구 개발과 LH 직원들의 땅 매입 의혹을 동시에 생각해보면서 두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어졌다.

은마 아파트 소유주와 LH 직원, 둘 중 누가 투기꾼에 가까운가.
이런 LH에 당신이라면 조합원 자격을 모두 일임한 채로 재건축을 맡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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