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모텔서 방치해 20대 사망… 구호조치 안한 4명에 ‘과실치사’

부산/김준호 기자 입력 2021. 3. 4. 03:44 수정 2023. 11. 1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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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선한 사마리아인법’ 없지만 경찰, 자문위 열어 “유기책임 있다”
경찰 로고/조선일보DB

몸싸움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진 피해자를 구호 조치하지 않고, 모텔로 옮겨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이들에 대해 경찰이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하지 않으면 처벌받는 일명 ‘선한 사마리아인법’이 우리나라에 없어 혐의 적용을 두고 고심하던 경찰은 이들의 행동이 단순 방관이 아니라, 유기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부산진경찰서는 최근 과실치사 혐의로 A(20대)씨 등 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3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해 10월 14일 밤 11시 40분쯤 부산진구 부전동 한 술집 앞 도로에서 C(20대)씨와 싸우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B(20대)씨를 근처 모텔 방에 옮기고, 그대로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B씨에게 직접 폭행을 가한 C(20대)씨는 상해치사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숨진 B씨와 A·C씨 등 피의자 5명은 아르바이트 동료로, 사건 당일 함께 회식을 하다가 사달이 났다.

경찰은 수사 초기 폭행에 가담하지 않고 B씨를 모텔로 옮기고 방치한 A씨 등 4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으나, 이들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B씨 유족 측의 인터넷 글이 확산되고 여론이 들끓으면서 지난 1월 입건했다.

경찰은 구조불이행죄로도 칭해지는 선한 사마리아인법이 국내 형법에 없는 상황에서 내·외부 법률 전문가들로 구성된 법률자문위원회를 열어 의견을 청취했다. 교수·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이들은 직접 폭행을 가하지 않은 일행에게도 피해자 사망에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경찰은 자문위 의견 등을 종합해 의식을 잃은 B씨를 모텔로 옮긴 행위가 단순 구호 조치 불이행이나 방관이 아닌, 유기에 가담한 행위로 봤다.

☞선한 사마리아인법

자신에게 특별한 부담이나 피해를 주지 않는데도 타인 위험을 보고도 구조에 나서지 않을 경우 처벌하는 법률을 말한다. 강도를 만나 다친 유대인을 이들에게 멸시받던 한 사마리아인이 구해줬다는 성경 내용에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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