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칼럼 쓰기의 이론과 실제, 혹은 삶의 역설을 대하는 법

2021. 3. 4.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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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column)은 신문이나 잡지에 있는, 그 시대의 정치 사회 문화 등에 대해 평을 하는 짧은 기사를 뜻한다.

지난 몇 년간 학교에서 신입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을 담당하다 보니, '칼럼 쓰기의 이론과 실제'란 강의도 자연스레 하게 됐다.

그리스도인이라 할지라도 이론과 실제의 불일치 문제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나처럼 너도 이론과 실제 사이 벌어진 균열 어딘가에 있음을 인정할 때, 그 곤란함에서 건져줄 신적 자비를 인간이라면 누구나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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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column)은 신문이나 잡지에 있는, 그 시대의 정치 사회 문화 등에 대해 평을 하는 짧은 기사를 뜻한다. 지난 몇 년간 학교에서 신입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을 담당하다 보니, ‘칼럼 쓰기의 이론과 실제’란 강의도 자연스레 하게 됐다. 이때 칼럼의 정의와 더불어 여러 작가의 칼럼 쓰는 방식을 소개하고 잘 쓴 칼럼 한두 편을 골라 함께 읽는다.

청출어람, 즉 스승을 뛰어넘는 제자가 나오는 것이 하나님이 창조한 세계의 법칙인지라 이론 설명이 끝나면 학생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진다.

“교수님이 예로 든 칼럼을 꼼꼼히 읽어 봤는데, 솔직히 왜 좋은지 잘 모르겠습니다. 글도 산만하고, 뭘 말하려는지 알기도 힘듭니다.”

당황스럽지만 이런 질문엔 매뉴얼에 따라 움직이면 된다. ①그런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이 여유로운 표정을 보인다. ②입으로는 아주 좋은 질문이라고 칭찬하며 답변을 준비할 시간을 번다. ③준비되면 그 글의 장점을 어떻게든 설명한다. ④학생의 눈빛에 불만족이 서려 있더라도, 완벽한 글은 없는 만큼 더 많은 독서를 해 모델로 삼을 만한 글을 찾으라며 훈훈하게 끝맺는다. 눈치 빠른 학생이라면 이미 글쓰기의 이론과 실제가 꽤 다르다는 걸 간파했을 것이다.

더 곤란한 질문을 던지는 학생도 간혹 있다. “왜 교수님은 직접 쓴 글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칼럼을 보여줍니까.” 이럴 때면 정색을 하고 말한다. “저는 제 글이 여러분이 따라 할 모범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나르시시스트는 아닙니다.” 겸손을 가장해 상황을 모면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제정신인 작가 중 여러 사람 앞에서 자기비판과 검열을 할 정도의 내공을 가진 이가 그리 흔하겠는가.

이는 칼럼 쓰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앎과 실천 사이에는 언제나 큰 골이 있다. ‘○○○의 이론과 실제’ 식의 강의가 대학교 커리큘럼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둘의 틈을 어떻게 좁힐지를 놓고 인류는 여러 방식으로 고민했지만, 마땅한 해결책을 지금껏 못 찾았다. 그리스도인이라 할지라도 이론과 실제의 불일치 문제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어떤 이는 믿음의 내용과 실천, 혹은 신학과 삶이 일치해야만 한다고 한다. 하지만 성경이 보여주듯 그런 강박은 쉽사리 율법주의로 빠지고 타인에 대한 손가락질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자기 힘으로는 앎과 실천을 온전히 일치시킬 수 없음을 자각하고, 둘의 조화를 하나님의 은총 안에서 누리는 삶의 방식을 익혀가는 고유한 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처럼 너도 이론과 실제 사이 벌어진 균열 어딘가에 있음을 인정할 때, 그 곤란함에서 건져줄 신적 자비를 인간이라면 누구나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상대의 부족함을 보고 쾌락을 얻거나 서로의 잘못을 과장하며 편을 가르는 대신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부탁한 용서와 화해에 희망을 거는 모험도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배려와 공감의 시선으로 타자를 대함으로써 각박한 세상에서 서로에게 쉼과 회복의 계기가 되리라는 기대도 감히 해본다.

글이 옆으로 샜으니 본론으로 돌아오기로 하자. 올해도 글쓰기 수업에서 칼럼 쓰기 과제를 냈다. 학생 중 일부는 참고할 만한 자료를 찾다 담당 교수가 여기저기 기고한 부족한 글을 우연히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혹 그렇다면 이론과 실제 사이에는 개인의 노력으로 넘어서기 힘든 차이가 있음을 상기하고 부디 자비로운 눈으로 글을 읽어주길 부탁한다. ‘좋은 글을 쓰려면 마음에 안 드는 글에서도 장점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수업 시간에 강조했던 것을 학생들이 기억하길 바라며, 또 한 편의 칼럼을 조심스레 끝맺는다.

김진혁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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