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때 월남한 우리 할머니 사연 녹였죠
깊은 지하 동굴에 갇혀 있던 한국계 할머니와 손자가 탈출 계획을 세운다. 힘들게 로켓을 만들었지만 탑승 가능한 좌석은 딱 하나뿐. 할머니는 손주의 앞날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로 결심한다.
한국 특유의 따스한 가족애가 담긴 8분 분량의 단편 애니메이션 ‘윈드(Wind)’가 유튜브에서 공개된 지 5일 만인 3일(한국 시각) 조회 수 120여 만회를 기록했다. 이 작품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한인 2세 에드윈 장(한국명 장우영)은 애니메이션 명가(名家) 픽사의 16년 차 기술 감독이다.
당초 그는 2019년 이 단편을 제작한 뒤 디즈니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에 작품을 공개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 범죄가 기승을 부리자, 픽사에서는 아시아 문화와 정서를 널리 알리려는 취지로 이 작품을 유튜브에 무료 공개했다. 장씨는 최근 트위터에 “특히 나이 많은 아시아인에 대한 공격이 잇따르는 시기에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지지(support)를 보여주려 ‘윈드’를 공개했다”면서 “이를 통해서 (증오 범죄 반대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 로스앤젤레스 출신의 한인 2세인 장 감독은 브라운대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뒤 픽사에서 ‘소울’과 ‘인사이드 아웃’ ‘업’의 시각 효과 작업에 참여했다. ‘윈드’는 장 감독이 처음으로 연출한 작품. 단편용 작품 아이디어 3개 가운데 최종적으로 이 작품이 선택됐다. 이 애니메이션에는 실제로 장씨의 가족사가 녹아 있다. 그의 친할머니는 6·25 전쟁 당시 네 아들을 데리고 월남했다. 할아버지는 북한에서 내려오지 못하는 바람에 이산가족이 되고 말았다.
홀로 자식 넷을 키우던 할머니는 아들인 장씨의 아버지가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먼저 미국으로 보냈다. 나중에 할머니도 따라서 미국으로 건너갔다. 장씨는 미 현지 인터뷰에서 “어릴 적 부모님이 모두 일하셔서 할머니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 구덩이에 갇혀 있다가 탈출하는 단편의 줄거리도 할머니의 이야기에서 착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단편에서 손자가 바깥세상으로 나가는 것은 이민의 은유인 셈이다. 미 인터뷰에서 장 감독은 “부모 자식의 관계는 우리 정체성의 본질이지만, 특히 아시아권에서는 조부모님이 가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의 결말 장면에서 할머니가 손주에게 감자가 담긴 도시락을 올려 보낸다. 이 도시락도 “유년 시절 할머니가 자주 해주셨던 음식”이라고 했다. 픽사는 필리핀계 아버지와 아들을 그린 단편 애니메이션 ‘플로트(Float)’도 함께 유튜브에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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