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이은봉의 의학 연구 다이제스트] 국내 사망 원인 5위 ‘자살’… 유명인 비보 땐 30% 증가

이은봉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 2021. 3. 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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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봉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

자살은 우리나라에서 암, 심장 질환, 폐렴, 뇌혈관 질환 다음으로 흔한 사망 원인이다. 당뇨병, 간 질환, 치매보다 많다. 10~30대에서는 가장 흔한 사망 원인이다.

최근에 영국의학회지에 자살을 유발하는 원인에 대한 중요한 논문이 실렸다. 이 연구에서는 유명인의 자살이 보도된 후 일반인의 자살률이 얼마나 높아지는지 연구한 전 세계 논문 31편을 모아서 종합 분석했다. 연구 결과, 유명인 자살 보도가 언론에 나가면, 한두 달 안에 일반인 자살률이 13% 증가했다. 특히 유명인이 자살한 방법이 언론에 구체적으로 보도된 경우에는 일반인 자살률이 30%나 더 증가했다. 유명인 중에서도 연예인이 자살했다는 보도가 일반인 자살률을 급증시켰다.

이런 현상은 자살한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하기 때문이거나, 언론이 자살을 고난 극복 수단으로 합리화해주거나, 자살 방법에 대해 고민하던 사람들에게 구체적 방법을 제시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자살 소식이 너무 구체적으로 알려지면 자살에 대해 고민하던 사람들이 실행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유명인이 자살했다는 간단한 사실 보도로는 일반인 자살률이 증가하지는 않았다. 유명인의 자살 소식이 전해지면, 궁금해도 더 이상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 고인이나 자살에 취약한 누군가를 배려하는 태도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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