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삶] 샤이니의 신대륙

김작가 대중음악 평론가 2021. 3. 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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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샤이니는 한국 아이돌의 역사에서 기록할 만한 존재다. 2008년 데뷔곡 ‘누난 너무 예뻐’는 10대와 20대 중심의 아이돌 시장을 30대 이상으로 확장하겠다는 야심처럼 보였다.

김작가 대중음악 평론가

그 야심은 성공했다. 2009년 ‘로미오’에서는 기존의 아이돌에겐 시도되지 않았던 그로테스크하면서도 키치한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웠는데, 이게 멋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기괴하다는 표현이 어울렸던 ‘링 딩 동’, K팝의 이미지가 된 칼군무의 교과서가 된 ‘셜록’ 등 이후의 활동에서 꾸준히 새로운 시도를 했다. 번번이 성공했다.

그 결과 어느 시점에서부터 샤이니는 기존의 아이돌 팬덤뿐 아니라 평단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는 드문 존재가 됐다. 해외의 최신 팝을 듣던 힙스터층에서 샤이니는 유일하게 사랑받는 한국 보이밴드였다. 그사이 멤버들은 각자 활동을 했고 그룹에서는 보여주지 않았던 또는 못했던 캐릭터를 구축했다. 아이돌이 K팝이란 이름을 획득하며 내수산업에서 수출산업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에서도 샤이니는 일본을 비롯, 세계 각국에 팬덤을 형성했다. 마치 ‘엄친아’처럼 모든 걸 얻어가며 차곡차곡 성장하는 것 같았다.

팀의 메인보컬이었던 종현이 2017년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그는 데뷔 초부터 작사와 작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팀의 음악적 방향에 영향을 미쳤다. 많은 이들이 샤이니 하면 종현의 이름을 떠올렸다. 그의 갑작스러운 부재에 샤이니의 미래도 걱정됐다. 아이돌의 평균 수명이 7년임을 감안한다면 데뷔 10년을 앞두고 일어난 슬픔 앞에 어떤 예측도 조심스러웠다. 주축 멤버 한 명의 이탈로 좌초하는 아이돌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봐왔던가. 샤이니는 달랐다. 2018년 <The Story of Light> 3부작은 남은 멤버 4명의 매력을 진일보시켰다. 에피소드3의 타이틀 곡 ‘네가 남겨둔 말(Our Page)’은 남은 이들이 떠난 이에게 보내는 추모사이자, 남은 이들의 굳은 다짐이기도 했다. 이후 막내 태민을 제외한 멤버들은 비슷한 시기에 군복무를 마쳤다. 데뷔 후 10년, 활동의 큰 줄기 하나를 샤이니는 끝냈다.

<Don’t Call Me>는 2년 만에 컴백한 샤이니의 일곱번째 정규 앨범이다. 공백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들의 연차를 생각하면 안정적인 방향을 택해도 될 것이다. 그들과 함께 성장해온 팬들을 겨냥한 무난한 음악들, 즉 발라드나 미드템포 말이다. 아이돌뿐만 아니라 많은 대중음악인들이 그런 공식을 따른다. 샤이니는 오히려 공격적이다. 수록곡 9곡 중 8곡이 댄스 넘버다. 최신 트렌드인 트랩베이스부터 레게까지 매력적인 일렉트로닉의 향연이다. 산업의 관행은 타이틀 곡과 서브타이틀 곡, 그리고 수록곡 같은 이름을 붙여 노래의 지위를 설정하지만 꽤 오래전부터 샤이니의 음반은 그런 위계를 거부해왔다. ‘정규’라는 형식을 채우기 위한 ‘구색’이 없었다. 앨범마다 콘셉트가 있었고, 그에 걸맞은 이야기가 있었다. 그 이야기는 하나의 앨범에 머무르지 않고 연작의 형태로 이어지며 샤이니 세계관의 원동력이 됐다. 이를 뒷받침한 것이 분명한 존재감을 가진, 타이틀 이외의 곡들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SM 전속 프로듀서인 켄지를 비롯, 서구의 여러 프로듀서들이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렸지만 샤이니는 각각의 노래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방향을 잃지 않는다. 곡 사이에 있는 재봉선을 매끄럽게 이어 물결처럼 흘린다. 여러 나라에서 여러 사람들이 만든 멜로디와 비트, 그리고 가사지만 이를 하나로 묶는 주체는 그들 자신임을 또 한 번 들려주고 보여준다. 그리고 이는 ‘성숙’이란 기표 안에 있는 기의가 하나가 아님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2008년 샤이니의 첫 정규 앨범 제목은 <샤이니 월드>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들이 완성해가고 있는 세계의 이름이다. 확장되어 가고 있는 그 세계에 <Don’t Call Me>가 신대륙처럼 솟았다.

김작가 대중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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