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 밝힌 뒤 1년 만에.. 변희수 전 하사 숨진 채 발견

오경민·이삭 기자 2021. 3. 3.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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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밍아웃' 후 육군 강제 전역
지난달 28일 이후 연락 끊겨

[경향신문]

변희수 전 육군 하사(23)가 3일 오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49분쯤 충북 청주시 상당구 한 아파트에서 변 전 하사가 숨져 있는 것을 출동한 소방대가 발견했다. 앞서 상당구 정신건강센터는 그동안 상담을 받아오던 변 전 하사가 지난달 28일 이후 연락이 닿지 않자 119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119구급대는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가 숨져 있는 변 전 하사를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변 전 하사는 지난해 11월 중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경찰과 몇시간 대치하는 등 관련 징후를 보여 정신건강센터에서 중점 관리를 해 온 것으로 안다”며 “(유서가 있는지 등) 정확한 사망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트랜스젠더 군인 변 전 하사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한다”며 “자세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군인권센터 상근자들이 자택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변 전 하사는 스스로 트랜스젠더라고 밝힌 첫 직업 군인이다. 육군 6군단 5기갑여단에서 전차 조종수로 복무하던 그는 여군으로서 복무를 이어가길 희망했지만 지난해 1월23일 성전환수술을 이유로 강제 전역을 당했다. 그는 군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인사소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언론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지난해 1월22일, 변 전 하사는 기자회견에서 “성별 정체성을 떠나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저에게 그 기회를 달라”며 “모든 성소수자 군인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서 각자 임무와 사명을 수행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육군이 지난해 7월 변 전 하사의 전역처분 취소 신청을 기각한 뒤에는 법정에서 싸움을 이어갔다. 지난해 8월11일 그는 “제가 커밍아웃해 성별 정정을 결심한 그때의 마음가짐,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기대, 옆에서 응원하는 군 동료와 친구들, 성소수자들, 변호인단과 함께 다시 이 싸움을 시작하려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에는 트랜스젠더 김기홍씨가 사망했다. 그는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이자 제주평화인권연구소 활동가로 성소수자 인권 증진 활동을 했다. 김씨는 지난해 2월, 경향신문 기고를 통해 변 전 하사에게 “함께 살아가자”는 연대의 편지를 보냈다. 김씨는 “드러낸 그 자체로 저의 희망”이라며 “여러 사람이 연대하고 있으니 꼭 살려는 모습으로 삶을 만들어 보여달라”고 썼다.

김씨는 사망 전날 작성한 유서에 “너무 지쳤어요. 삶도, 겪는 혐오도, 나를 향한 미움도. 오랫동안 쌓인 피로가 있어요. 미안해요”라고 적었다. 그로부터 나흘 전에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우리는 시민이다, 시민. 보이지 않는 시민과 보고 싶지 않은 시민을 분리하는 것 그 자체가 주권자에 대한 모욕”이라는 게시물을 남겼다.

정치권이 성소수자의 인권을 ‘거부’ 또는 ‘합의’할 수 있는 것으로 다루는 사이 성소수자의 죽음이 잇따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18일 야권 서울시장 후보 토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예비후보는 “퀴어축제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오경민·이삭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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