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할 의향 있나' 묻자 부인 안한 尹 "대구 오니 고향 온 느낌"

3일 검찰청 순회 방문차 대구고검 찾아
"'검수완박'은 '부패완판'" 또 작심발언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오후 직원과의 간담회를 위해 대구고검과 지검을 방문한 가운데 윤 총장이 차에서 내려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은 여권이 추진하려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관련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것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며 3일 작심발언했다. 이 가운데 윤 총장은 정치할 의향을 묻는 말에 즉답하지 않아 그 배경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왔다. 

윤 총장은 이날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해 “(중수청 설립은) 헌법 정신에 크게 위배되고,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정치·경제·사회 제반 분야에서 부정부패에 강력히 대응하는 것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의무”라고 중수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윤 총장은 “부정부패에는 적법절차와 방어권 보장, 공판중심주의라는 원칙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며 “재판 준비 과정인 수사와 법정에서의 재판 활동이 유기적으로 일체돼야 가능한 것”이라고 현재의 검찰 수사·기소권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날 윤 총장은 대구 방문에 대해 “27년 전 늦깎이 검사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초임지”라며 “여기서 검사 생활을 했고, 몇 년 전 어려웠던 시기 1년간 저를 따뜻하게 품어준 고향”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떠난 지 5년 만에 왔더니 감회가 특별하고,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를 찾아 대구와의 인연을 강조한 소회를 밝힌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윤 총장의 정치 행보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윤 총장은 1994년 대구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고,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댓글 수사’ 외압 폭로 뒤 대구고검 검사로 좌천당했다. 해당 발언은 과거 정권에 찍혀 핍박받았던 당시와 현재 정부·여당에 맞서는 상황을 대비시켜 윤 총장이 내는 메시지에 힘을 싣게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3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구지검 방문에 맞춰 윤 총장의 지지자들이 보낸 화환이 대구지검 앞에 놓여있다. 연합뉴스

이날 윤 총장의 대구 방문은 전국 검찰청 순회 방문 재개 차원에서 이뤄졌다. 대구고검 정문 앞에는 ‘끝까지 윤석열’ 등 글귀가 적힌 환영 화환 등이 길게 늘어섰다. 취재진과 지지자들이 대거 모여들어 북새통을 이룬 가운데, 환호와 야유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지지자들은 “윤석열 파이팅” “힘내세요” 등을 외치며 윤 총장을 응원했지만, 윤 총장 비판 단체 관계자들은 “윤 총장 물러나라”며 야유를 보냈다.

윤 총장의 일거수일투족에 높은 관심이 쏠린 가운데, 이날 윤 총장은 ‘혹시 정치권에서 역할 해 달라는 요청이 있으면 정치할 의향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지금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는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정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윤 총장은 언론 인터뷰 형식으로 중수청 설치를 비판한 것과 관련해 ‘정세균 총리가 자중하라고 했는데 할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중수청 관련해) 윤 총장과 만날 생각 있다’고 밝힌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만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답변하지 않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오후 직원과의 간담회를 위해 대구고검과 지검을 방문한 가운데 윤 총장 지지자와 반대 시민들이 대구지검에 몰려와 있다. 연합뉴스

앞서 정 총리는 윤 총장의 대구 방문에 앞서 윤 총장의 중수청 반대 입장이 공직자답지 않은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정 총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행정부 공직자는 계통과 절차를 따를 책무가 있다”며 “정말 소신을 밝히려면 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처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