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도 아닌데 저격수까지"..미얀마 양곤은 지금
[앵커]
유엔 주재 미얀마 대사가 며칠 전 유엔 총회에서 손가락 세 개를 펼쳤습니다.
미얀마 시위 현장에서도 이렇게 세 손가락을 펼치는 시민들 모습,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다리에 총을 맞아 피를 흘리면서도, 호송차에 압송되면서도, 세 손가락을 펴들었습니다.
어떤 의미일까요? 세 손가락 경례.
독재 정권에 대한 민중의 저항을 담은 한 영화에 나온 장면입니다.
불법적 권위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용기와 의지를 뜻합니다.
이 영화 속 모습처럼, 미얀마의 민주화를 응원하는 나라의 시민들 역시 곳곳에서 연대의 손가락을 펼쳐들었습니다.
하지만 미얀마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습니다.
최대 도시 양곤 시내엔 시민을 겨냥한 저격수까지 등장했다는데요.
시위에 참여한 미얀마인이 현지 상황, 전해왔습니다.
윤봄이 기자입니다.
[리포트]
오늘도 최루탄 연기가 양곤 시내를 가득 메웠습니다.
[미얀마 양곤 시위 참여 시민 : "군인들이나 경찰이 아침 7시부터 계속 양곤 곳곳에서 기다리고 있고 시위를 못 하게 다 미리 준비해놓은 상태입니다. (오늘은) 양곤 외곽지역에서 (소규모) 시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시청 주변, 대학가 등에서 동시다발 시위가 벌어지는데, 1988년 민주화 운동 때도 시위가 벌어졌던 대학가, 흘레단의 희생이 가장 큽니다.
지난달 28일 있었던, 2차 시위 때 이 시민도 흘레단에 있었습니다.
[미얀마 양곤 시위 참여 시민 : "(오전) 7시 45분부터 총 쏘는 소리가 들렸고 그때쯤에는 아마 고무탄으로만 쐈는데 한 10시쯤이 되니까 좀 더 폭력적으로 경찰이나 군인이 강경 진압을 했습니다."]
이날 양곤에서도 첫 희생자가 나왔습니다.
[미얀마 양곤 시위 참여 시민 : "제 앞에서 총을 맞았고 쓰러지는 모습을 제가 앞에서 봤습니다. 빨리 그 주변 집으로 들어가서 숨었는데, 상황을 보니까 그 자리에서, 쓰러진 자리에서 피가 많이 쏟아져 있었고..."]
양곤 시내에는 저격수도 등장했습니다.
[미얀마 양곤 시위 참여 시민 : "저격수를 보고 깜짝 놀랐는데 사실 전쟁터도 아닌데... 양곤에서 어제 저희가 처음으로 본 건데, 며칠 전부터 다른 만달레이 이런 도시에서 미리 사용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군인들에게 붙잡히지 않기 위해 민 아웅 흘라잉 군 최고사령관 사진을 바닥에 붙이는 장면도 보입니다.
군인들이 상관의 얼굴을 밟지 못하지는 않을까, 라는 절박한 심정에 붙였다고 합니다.
이 시민은 마지막으로 응원을 부탁했습니다.
[미얀마 양곤 시위 참여 시민 : "군부 정권으로 다시 돌아가면 살고 있는데도 죽어가는 삶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번에는 무조건 이겨야한다... 관심 가지고 많이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KBS 뉴스 윤봄이입니다.
영상편집:강은선/그래픽:채상우
윤봄이 기자 (springyo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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