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킥 달인' 윤빛가람 "탁구 드라이브에서 배웠어요"

강원전 대승 이끈 '무회전킥' 화제
감아 차더라도 뚝 떨어지게 연구
각고의 노력 끝 다양한 구질 장착

[경향신문]

울산 현대 윤빛가람이 지난 1일 K리그1 강원FC전에서 무회전 프리킥으로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울산 미드필더 윤빛가람(31)은 개막전에서 팬들을 깜짝 놀래켰다. 강원을 안방으로 불러들인 지난 1일 그는 페널티지역 바로 앞에서 강력한 프리킥을 찼다. 윤빛가람이 오른발로 때린 공은 마치 미사일처럼 강원의 골문 구석에 꽂혔다. 0-0 균형을 깨는 무회전킥이자, 5-0 대승으로 가는 첫걸음이었다.

윤빛가람은 3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평소 감아 차는 것을 선호하는데, 오늘은 인스텝(발등)과 인사이드(발 안쪽) 사이의 어딘가로 강하게 찼다”며 자신의 득점 장면을 떠올렸다.

지난해 울산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이끌며 최우수선수(MVP)에 뽑힌 윤빛가람은 사실 K리그에서 손꼽히는 프리킥의 달인이다. 축구 통계 전문업체 ‘옵타’에 따르면 윤빛가람은 2019년 이래 K리그에서 직접 프리킥 득점(3골)을 가장 많이 한 선수다. 비결은 각고의 훈련으로 쌓은 다채로운 구질에 있다. 야구의 변화구처럼 공이 흔들리거나 뚝 떨어지는 일이 다반사다.

윤빛가람은 “어떻게 하면 골키퍼가 막기 힘든 공을 찰 것인지 연구를 많이 했다”면서 “난 사실 야구보다는 탁구에 빗대는 편이다. 드라이브를 걸면 공이 뚝 떨어지지 않는가. 감아 차더라도 공이 떨어지게 찰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릴 땐 (박)주영이 형의 임팩트 있는 프리킥을 참조했는데 그게 많은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윤빛가람은 골키퍼를 현혹시키는 재주가 뛰어나다보니 시야가 가려지는 곳에서도 골을 자주 터뜨린다. 이른바 ‘윤빛가람 존’이다. 윤빛가람은 “골대를 바라보는 기준으로 왼쪽에서 프리킥 찬스가 잡히면 자신이 있다. 골대 가까운 쪽으로 차면 골키퍼가 예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윤빛가람이 직접 프리킥만 욕심내는 것은 아니다. 경기 흐름에 따라 팀 동료를 살리는 플레이에 힘을 쓰다보니 역설적으로 더욱 무서운 키커가 됐다. 최근 중국 슈퍼리그 산둥 루넝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그가 울산과의 의리를 우선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윤빛가람이 (내 K리그 감독 데뷔전에서) 골까지 넣었기에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윤빛가람은 “감독님과는 암묵적인 신뢰가 있다. 강원전에서 나 개인과 팀이 모두 좋은 출발을 했기에 올해는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직접 프리킥도 2골은 더 노려보겠다”고 화답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