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 거장 이우환 “이건희 회장은 광기 품은 예술가였다”

이용성 기자 2021. 3. 3.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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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미술 거장 이우환(85) 화백이 지난해 10월 별세한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대해 "사업가라기보다 어딘가 투철한 철인(哲人)이나 광기를 품은 예술가로 생각되었다"고 회고했다.

일본에서 활동하면서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와도 오랜 기간 인연을 맺은 이 화백은 "이병철 회장의 고미술 사랑은 이상하리만큼 집념이 강했고 한국의 전통을 지극히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었다"라며 "이에 비해 이건희 회장은 한국의 미술품이라 하더라도 작품의 존재감이나 완성도가 높은 것을 추구하며, 언제나 세계적인 시야로 작품을 선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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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미술 거장 이우환(85) 화백이 지난해 10월 별세한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대해 “사업가라기보다 어딘가 투철한 철인(哲人)이나 광기를 품은 예술가로 생각되었다”고 회고했다.

생전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이 화백은 문예지 '현대문학' 3월호에 '거인이 있었다'라는 제목의 추모글을 실어 고인을 기렸다.

그는 추모글에서 "경제계, 과학기술계, 스포츠계는 물론 문화예술계는 최상의 이해자, 강력한 추진자, 위대한 동반자를 잃었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또, 이 회장이 '뛰어난 예술작품은 대할 때마다 수수께끼처럼 보이는 이유는 뭐죠'라든가, '예술가에겐 비약하거나 섬광이 스칠 때가 있는 것 같은데, 어떤 것이 계기가 되나요'라고 물었다며 "이러한 질문 자체가 날카로운 안력(眼力)과 미지에 도전하는 높은 의지의 증거"라고 썼다.

삼성문화재단 지원으로 2001년 독일 본시립미술관에서 개최한 대규모 회고전을 찾은 이 회장에게 인사하자 "미술은 제 영감의 원천입니다"라고 답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이 화백은 "그의 고미술 애호는 선대인 이병철 회장의 영향이 크겠지만, 내가 본 바로는 어느샌가 아버지와는 다른 스케일과 감식안과 활용 방식을 갖추고 있었다"고 했다.

일본에서 활동하면서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와도 오랜 기간 인연을 맺은 이 화백은 "이병철 회장의 고미술 사랑은 이상하리만큼 집념이 강했고 한국의 전통을 지극히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었다"라며 "이에 비해 이건희 회장은 한국의 미술품이라 하더라도 작품의 존재감이나 완성도가 높은 것을 추구하며, 언제나 세계적인 시야로 작품을 선별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한국의 고도자기 컬렉션을 향한 정열에는 상상을 초월한 에로스가 느껴진다"며 이 회장이 수집한 컬렉션이 잘 지켜지기를 빈다고 덧붙였다.

이 화백은 또 영국 대영박물관과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비롯한 주요 박물관·미술관의 한국 섹션 개설이나 확장, 세계 3대 건축가를 선정해 서울에 세운 리움미술관 등을 언급하며 "미술가의 한 사람으로서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내고 만감을 담아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1936년 경남 함안에서 태어난 이우환은 서울대 회화과를 다니다 1956년 일본으로 건너가 니혼대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동양 최초의 현대미술운동 ‘모노하(物派)’를 주도하며 일본과 한국, 유럽, 미국 등지를 오가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해왔다.

2007년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린 전시 '한국미술 여백의 발견'에 출품된 이우환 '선으로부터'. 이우환은 리움에 대해 "동아시아가 넓다고는 하나 리움과 같은 고전과 현대의 유니크하고 글로벌한 컬렉션과 아름다운 외관을 갖춘 미술관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고 극찬했다.

1970년대부터 점차 작가이자 미술비평가로 인정받으며 일본 화단의 중심으로 떠올랐고, 2011년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회고전, 2014년 베르사유궁전 대규모 조각전시회를 열며 세계 미술계의 거장으로 우뚝 섰다.

2012년 11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는 1977년작 ‘점으로부터’가 1520만 홍콩달러(약 22억 원)에 낙찰돼 작가 최고가 및 해외에서 거래된 한국 작품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2013년에는 정부로부터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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