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나무 알박기 수법, LH 투기 직원들 다 계획이 있었나
“청년들은 주거늪·취업늪에서 허우적거릴 때,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은 누워서 땅 투기한 것 아닌가요?”
올해 취업에 성공한 직장인 윤모(26)씨는 “조그만 전셋집 하나 구하려 직장 구하자마자 전세 대출 7000만원을 받았는데 정말 허탈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1월 결혼한 신혼부부 강현수(28)씨도 “결혼 석 달 전부터 집을 구하러 돌아다녔지만 결국 실패해 지난달 중순에야 간신히 살 집을 마련했다”며 “집 구하기 어려운 나 같은 신혼부부를 위해 존재하는 LH가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 내부 정보를 이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투기까지 했다니 배신감이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다.
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부동산 흙수저’인 청년·신혼부부를 비롯한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심화한 부동산 가격 폭등과 전세 대란(大亂) 속에서도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절대로 지지 않을 것”이란 대통령 말을 믿었던 소시민들이 마침내 폭발한 것이다. 성추행 논란으로 물러난 오거돈 전 부산시장 일가(一家)의 가덕도 신공항 인근 땅 수만평 보유, 흑석동 상가 투기 논란으로 총선에서 탈락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국회의원직 승계 소식도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LH 임직원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 국정감사 강력히 요청합니다”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3기 신도시와 무주택만 바라보며 투기와의 전쟁을 믿어왔는데 정말 허탈하다”며 “정의와 공정이란 말이 씁쓸하다”고 했다.
지난해 5평(17㎡)짜리 청년 임대주택에 지원했다가 탈락했다는 직장인 손모(29)씨는 “공정성이 바닥인 이런 사회에선, 설사 투기로 드러난다 해도 실형 몇 년만 살고 나와 결국 호의호식하지 않겠느냐”며 “국토부나 LH에서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이런 식으로 사다리를 걷어차는 일이 비일비재할 것 같아 이젠 화도 나지 않고 체념하게 된다”고 했다.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불거진 경기도 광명·시흥 지구 인근 주민들의 분노도 컸다. 민변·참여연대는 2일 LH 전·현직 직원 10여명과 그 가족이 58억원의 대규모 대출을 받아, 신도시 발표 전 해당 지구의 토지 1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고 폭로했다. 해당 토지 일부에는 추가 보상을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묘목 수천 그루가 빼곡히 심어져 있었다. 소위 ‘나무 알박기’로 불리는 수법이다. 광명시 주민 김모(57)씨는 “제 돈도 아니고 58억원이나 대출을 받고, 보상을 더 받기 위해 나무를 심었다는데 서민들은 꿈도 꾸기 어려운 치사한 수법”이라며 “LH는 물론 국토부, 광명시, 시흥시 공무원 등 관련된 사람은 죄다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시흥시 주민 이모(70)씨도 “원주민들은 재산권 행사는커녕 제대로 보상도 못 받고 쫓겨날 판인데 공직자들은 투기에 골몰했다니 말이 되느냐”고 했다. 시흥시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몇 년 전부터 LH 직원들이 땅을 보러 다닌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그동안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부패방지법상 업무상 비밀이용금지 위반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취득한 토지도 몰수·추징이 가능하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일가의 대규모 토지 보유가 알려진 부산 가덕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현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2010년대 평당 10만원하던 공시지가는 현재 250만원에 육박한다. 가덕도 주민 A씨는 “몇 대에 걸쳐, 한 평생 가덕도에 살며 집 한 채, 손바닥만 한 밭뙈기 갖고 사는 원주민들은 신공항 공사가 시작되면 보상받는다 해도 부산 도심의 집 반(半) 채도 사기 어렵고 살 길도 막막하다”며 “외지에서 온 지주(地主)들만 땅 값 올라 더 떵떵거리게 되는 건 너무 심한 것 아니냐”고 했다. 부산 강서구에서 통장을 맡고있는 B씨는 “요새 오거돈의 ‘오’자만 나와도 말이 험악해지기 시작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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