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우주 - 폴 스타인하트·닐 투록 [이형목의 내 인생의 책 ④]
[경향신문]
지금부터 10여년 전, 독일 동료를 방문하는 길에 유학 중인 큰딸 아이와 연말을 보내기 위해 영국 런던에서 며칠 머물며 시내 책방에 들른 일이 있다.
이때 눈에 번쩍 띄는 작은 문고본을 발견했다. 제목은 <Endless Universe>, 저자 중 한 명은 안면이 있었던 폴 스타인하트라는 물리학 교수였다. 다른 저자인 닐 투록도 이름은 익히 알고 있었다.
당시 책은 두 저자가 새롭게 주장했던 우주의 진화 이론을 일반인을 대상으로 쉽게 쓴 것이었다. 좀 더 자세히 읽어보려고 지체없이 사 들고 나왔다.
현대 우주론에 의하면 우리 우주는 현재 팽창하고 있으며 다시 수축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의 우주는 유한한 시간 전에 출발해 결국 한번 진화하고 없어지는 것인가?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어딘가 불편하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순환 우주(cyclic universe)’라는 이론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우주는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팽창하지만 너무 오랜 시간이 흐르면 별도, 은하도 모두 진화를 마치고 어둡고 적막하게 변한다. 이런 상태에서 에너지가 나타나 또다시 빅뱅과 비슷한 팽창이 시작된다는 개념이다.
여기서 에너지는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우주를 구성하는 두 개의 얇은 막이 주기적으로 접근하면서 팽창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최신 물리학 이론 중 하나인 ‘M-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는 하지만 소설 같은 이야기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설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도 천문학자로 느끼고 있는 답답함 때문에 교양 과목에서 마지막에 한번씩 소개하는 내용이다. 다만 내가 그 이론을 믿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 책은 <끝없는 우주>라는 제목으로 2008년에 번역 출판됐다.
이형목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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