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적은 나의 동지..안철수 밀어주는 '반김종인 연대'

박순봉·심진용 기자 2021. 3. 3.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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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갈등에 '호시탐탐'

[경향신문]

장제원, 홍준표, 윤상현. 연합뉴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 힘겨루기가 보수 지형 전체를 흔들고 있다. 단일화 신경전이 ‘김종인 대 안철수’의 보수 주도권 싸움으로 비화하면서 지지 세력이 갈리기 시작한 것이다. 국민의힘 내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 반대하는 인사와 국민의힘에 복당하지 못한 무소속 ‘외곽 보수’들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지원 현상이 두드러진다. ‘반(反)김종인 세력’은 안 대표를 지렛대로 활용해 보수 정계 개편까지 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2번(국민의힘)이냐 4번(국민의당)이냐’ 기호 문제를 두고 “일반 시민에게 물어보는 것이 정상”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단일화 방식의 대안으로 나오고 있는 시민 참여형 토론평가 등에 대해서도 “여러 방법 중 하나로 거론될 수 있다”며 안 대표를 압박했다. 김 위원장이 연일 ‘안철수 불가론’을 강조하자 역반응으로 ‘안 대표의 단일후보 선출=김 위원장 퇴출’이란 공식도 만들어졌다. 당 안팎의 반김종인 인사들이 안 대표를 지원하며 보수 내 균열 양상이 드러난 것이다.

단일화 국면이 본격화하자 김 위원장 체제에 반대하는 인사들의 안 대표 지지 발언은 급격히 늘어났다. 김 위원장 체제 초기부터 쓴소리를 해온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기호 논란을 두고 “참으로 유치찬란” “국민들이 보시기에는 웃기지도 않은 소아병적 영역 다툼” 등의 표현을 써가며 김 위원장을 비판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전날 SNS에서 김 위원장의 ‘2번’ 주장을 두고 “자당 후보가 야권 단일화 경선에서 패배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패배주의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윤상현 무소속 의원도 같은 날 “역으로 나경원 또는 오세훈 예비후보가 단일화에 이길 경우 국민의당에 입당하라고 주장한다면 어떻겠는가”라고 SNS에 적었다.

김 위원장은 임기 초부터 당을 초선 의원들 중심으로 개편하고 중도화를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당내 중진들은 주도권을 잃었고, 강경 보수층이나 친박(근혜)계로 분류됐던 무소속의 외곽 보수들의 복당도 기약이 없어졌다. 김 위원장 체제가 유지되는 한 보수 내 주류 자리를 차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반김종인 세력들이 자연스럽게 안 대표를 지원하는 그림이 만들어졌다. 안 대표의 후보 선출은 김 위원장의 국민의힘 퇴출 및 보수 정계 개편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일종의 ‘이이제이’ 전략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김 위원장이 그간 한 발언이 있기 때문에 안 대표가 선출되면 위원장 자리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까지 이틀간 오신환·오세훈·나경원·조은희 후보의 경선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4일 최종 결과를 발표한다. ‘빅2’인 오세훈 후보와 나경원 후보는 막판까지 자신의 중도 경쟁력을 강조했다. 오 후보는 CBS 라디오에 출연해 “(외연 확장의) 시너지 효과를 폭발적으로 낼 후보를 따지면 제가 유리하다”고 했고, 뒤이어 출연한 나 후보는 “최근 언론사 여론조사를 보면 중도층까지는 확실하게 제가 우세”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선 오 후보와 나 후보의 승패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평가하고 있다. 2차 경선은 100% 일반 여론조사로 치러지며 나 후보에겐 여성 가산점(득표수의 10%)이 주어진다. 당 관계자는 “어느 쪽이 이겨도 이상할 것이 없는 접전”이라고 말했다.

박순봉·심진용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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