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코로나 백신 리더들, 든든한 후원자는 정부였다

김민수 기자 2021. 3. 3.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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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백신 투자 갈 길 멀어
서울시 1호 접종자는 노원구 요양보호사. 26일 오전 서울 노원구 보건소에서 서울시 1호 접종자인 이경순(61) 요양보호사(상계요양원)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노원구청 제공

약 1년여만에 개발돼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 각국에서 긴급사용 승인을 받아 접종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얼마나 많은 비용이 투입됐을까. 

영국 소재 과학 데이터 분석기업 ‘에어피니티’가 지난해 말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옥스퍼드대·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화이자·바이오앤테크 백신, 모더나 백신, 노바백스 백신, 존슨앤드존슨 계열사 얀센 백신 등 주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투입된 비용만 약 150억 파운드(약 23조원)에 달한다. 이 중에서 정부 지원 예산은 약 65억 파운드(약 10조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한 정부가 국산 백신 접종 시점 목표를 내년 초로 설정한 가운데 국내 백신 개발 기업들은 아직 백신 개발의 마지막 핵심 단계인 임상3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중인 기업들은 아직 임상1상과 임상2a상을 진행중이다. 임상1상은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하는 단계고 2a상은 소수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안전상과 내약성, 유효성을 평가하는 단계다. 그러나 임상2상 이후 가장 중요한 관문인 임상3상의 경우 글로벌 임상 비용 부담과 국내 어려운 여건 등으로 아직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글로벌 감염병 대유행에 천문학적 비용 투입된 백신

영국 BBC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기업들은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에 백신 개발을 서두르지 않았다. 수익성과 시장성을 중심으로 전략을 수립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막대한 개발 비용을 투입해야 하지만 시장성이 낮은 코로나19 백신은 매력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하고 미국의 ‘초고속 작전’ 등과 같은 유례 없이 신속한 움직임으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하고 지난해 말부터 접종을 시작했다. 

에어피니티의 분석에 따르면 개발에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된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무려 81억파운드(약 12조6000억원)다. 정부 예산은 14억 파운드(약 2조1800억원)가 투입됐다. 화이자 백신 개발에는 정부 지원 약 3억파운드(약 4600억원)와 민간 기업 비용 약 19억파운드(약 2조9600억원)가 투입됐다. 

미국의 초고속 작전으로 개발된 모더나 백신 개발에는 대다수 정부 지원 예산이 활용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19억파운드(약 2조9600억원)가 소요됐다. 노바백스 백신에는 정부 지원 예산 12억파운드(약 1조8700억원)를 포함해 총 18억파운드(약 2조8000억원)가, 얀센 백신에는 정부와 기업이 각각 3억5000만파운드(약 5470억원)를 투입했다. 

백신 개발에 이처럼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되는 이유는 임상시험자 몇 만명 규모로 이뤄지는 글로벌 임상3상에 필요한 비용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글로벌 신약 개발에 수 조원 단위의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 국내 백신 개발 기업들 대규모 글로벌 임상3상 사실상 쉽지 않아

국내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 승인 기준 6개 기업·기관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중이다. 국제백신연구소와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셀리드, SK바이오사이언스, 유바이오로직스로 대부분 임상1상 또는 임상2a상을 진행중이다. 

백신 개발 기업들은 개발중인 백신이 긴급사용 승인을 받으려면 글로벌 임상3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브라질, 아프리카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코로나19 감염자가 많지 않은 국내 여건상 국내 임상만으로 백신 투여군과 위약 대조군을 대규모로 모집해 유의미한 임상 데이터를 얻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임상3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임상 비용 측면에서 아스트라제네카나 화이자처럼 글로벌 대규모 임상3상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정부나 기업 모두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2일 임상2a상 첫 투여를 시작한 제넥신의 경우 임상2a상까지 진행하는 임상시험과제에 총 93억원을 지원받았다. 임상1상을 진행중인 진원생명과학이 정부의 임상시험과제로 지원받은 예산은 74억원이다. 

정부는 이와 관련 지난달 19일 ‘코로나 치료제·백신 개발 범정부 지원위원회’ 9차 회의를 열고 내년 국산 1호 백신 접종을 목표로 백신·치료제 개발 등에 올해 총 2627억원의 예산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미 긴급사용 승인을 받아 접종중인 해외 백신들의 개발 비용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중인 업체의 한 관계자는 “현재 진행중인 임상을 잘 마무리는 게 최우선적인 목표”라며 “현실적으로 글로벌 기업처럼 대규모 임상3상을 하는 것은 비용 측면에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2a상까지 마무리하고 후속 임상을 진행하려면 다시 정부의 임상시험과제 지원을 신청해야 한다”며 “아직 임상3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외 정부기관과의 임상 협력이나 임상시험자수를 최소화한 상황에서 기존에 개발된 글로벌 기업들의 임상데이터와 비교 분석하는 ‘비교임상’ 등 우회하는 전략이 거론된다. 또다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또는 말에는 임상3상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나와야 할 것”이라며 “수만명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3상보다는 적은 피험자수를 대상으로 백신 투여 후 면역원성 분석 데이터를 기존 출시한 백신과 비교해 효과가 동등한지 살펴보는 비교임상 등 다양한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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