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남는 재생에너지 육지로" 한전 독점 깨진다
3일 산자부 주최 '지역주도 분산에너지 활성화 대책' 행사서 제안
[제주=좌승훈 기자] 원희룡 지사가 3일 제주도를 청정에너지 기반의 친환경 섬으로 만들기 위해 전국 1호 '분산에너지 특구‘ 지정을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
분산에너지란 중소 규모의 재생에너지, 열병합발전, 자가발전, 에너지 저장장치(ESS) 등을 통해 수요지 인근에서 생산하고, 저장한 전력을 해당 지역에서 바로 소비하는 방식까지 일컫는다. 분산에너지는 전력 이동거리가 짧아 송전손실이 적고,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어 탄소중립 실현에 필수적인 전력공급체계로 주목받고 있다.
■ “재생에너지 출력 제어 2050 탄소중립 최대 걸림돌”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3일 제주도 신재생에너지 홍보관에서 '지역 주도의 분산에너지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분산에너지 비중이 높아 분산자원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지역을 '분산에너지 특구'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를 두고 분산에너지 시스템이 긴요한 제주도의 상황을 고려해 분산에너지 활성화 방안 중 단기 추진이 가능한 대책을 먼저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성환 의원(전남 여수)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2050 탄소 중립 특위 위원과 원희룡 제주지사,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 황창화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김창섭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원 지사는 이 자리에서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의 리스크로 재생에너지에 대한 출력 제한 등 구조적·제도적 문제를 제기하면서, “전력거래 자유화 제도 시범 운영 등을 정부와 긴밀하게 논의하면서 풀어나가자”고 제안했다.
이어 “제주가 분산에너지 특구 1호로 지정되면, 지난 10년 동안 제주가 쌓아올린 경험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에너지 자립을 넘어 청정에너지 기반의 친환경 섬으로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특히 “해상 풍력발전 분야는 제주가 전진기지로 자리잡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제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19년 14.4%에서 2020년에는 16%로 증가했다”며 “이는 정부의 2030년 목표의 80%를 이미 달성한 성과”라고 강조했다.
또 “제주는 에너지 신산업과 관련해 스마트그리드 국가 실증사업 등을 성공적으로 마친 적이 있고, 남는 풍력발전 전기를 활용한 그린수소 실증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며 “전기자동차를 이용한 충전·방전 시범사업도 준비해 나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 지역 중심위 분산형 전원 개발…전력 직접거래 허용
제주도는 최근 재생에너지 증가로 전력수요를 초과하는 전력공급이 자주 발생하면서 출력 제어도 늘고 있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150㎿ 규모 재생에너지를 추가 수용할 수 있는 계통안정화 ESS를 올해 제주도부터 구축하고, 제주도 내 잉여전력을 육지로 전송하는 초고압직류송전망(HVDC) 공사를 2022년부터 실시할 예정이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2050 탄소중립 선언에 따라 분산에너지 시스템 구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며 "미래 에너지 시스템은 모든 에너지 소비자가 인근에서 스마트하게 저탄소에너지를 생산·소비·거래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해 탄소중립 실현을 앞당기고, 대규모 발전소·송전선로 건설 관련 사회적 갈등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전력시장 제도 개선과 인센티브 제도 도입 등의 중장기 제도 개선 방향이 포함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로드맵'을 당정 협의를 거쳐 올해 상반기 중 수립해 발표할 방침이다.
또 분산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법적으로 뒷받침 할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제정하고, 분산에너지 특구를 지정, 생산자·소비자간 직접 거래 등 전력거래 특례(전력거래 자유화)를 허용할 계획이다.
전력거래 자유화는 '제주형 뉴딜'의 핵심 과제다. 한국전력이 대규모 화력·원자력발전소 등에서 생산한 전기를 일괄 매입한 뒤 공급하는 '중앙집중형 독점 구조'를 풀고 누구나 전력을 생산하고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제주도는 지난 2012년 '탄소없는 섬 제주 2030'(CFI 2030) 비전을 선포하면서,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정책적으로 추진해왔다. 2030년까지 도내 전력수요에 100% 대응하기 위해 풍력과 태양광 등 4085㎿ 규모의 신재생에너지를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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