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중요한 건 시민성 교육격차 / 유성동

한겨레 2021. 3. 3.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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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가 폐지되었다.

이 정부 들어 첫 교육혁신과제 실천에 교사들과 학생들은 환영 일색이었다.

그것은 반교육적이며 비인권적인 학교문화를 작동시켰으며, 교사가 학생을 바라보는 관점과 학생이 친구를 바라보는 시선을 오염시켰다.

"전수평가 폐지는 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고 일대일 맞춤 교육을 추진하겠다는 공약과 어울리지 않는다. 단위학교 학력 파악이 어려워지면 기초학력 미달 학생에 대한 학습지원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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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동 | 민주시민교육교원노조 정책실장·금산 신대초등학교 교사

2017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가 폐지되었다. 이 정부 들어 첫 교육혁신과제 실천에 교사들과 학생들은 환영 일색이었다. 학교 간 선의의 경쟁 유도와 학교교육의 질 제고라는 취지로 시작된 일제고사는 철저한 실패를 맛보았다. 그것은 반교육적이며 비인권적인 학교문화를 작동시켰으며, 교사가 학생을 바라보는 관점과 학생이 친구를 바라보는 시선을 오염시켰다.

모든 학교는 일제고사가 다가오면 거의 한달 전부터 문제풀이에 매달렸다. 상품권 등 각종 인센티브를 미끼로 성적 향상이 강요됐다. 학생은 물론 교사들 사이에서도 경쟁의식이 팽배했다. 학년 평균에 못 미치는 반의 담임은 관리자에게 면박을 당했고, 반 평균에 미달하는 학생은 타박과 미움의 대상이 되었다. 이런 양태가 교육적인가. 평균 수치를 높이거나 낮추는 표본의 하나로 학생을 취급하는 상황이 인권적인가.

당시 일제고사 폐지에 반대하는 한 교원단체 대변인의 입장은 이러하였다. “전수평가 폐지는 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고 일대일 맞춤 교육을 추진하겠다는 공약과 어울리지 않는다. 단위학교 학력 파악이 어려워지면 기초학력 미달 학생에 대한 학습지원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대변인의 주장과 요즘 교육당국이 힘써 주창하는 학습격차 또는 학력격차 해소가 너무도 닮은꼴이다.

오랜 열망 속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던 교육혁신을 스스로 걷어차고 구태로 회귀하려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일제고사 폐지 반대 논리에 현 교육당국이 편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위권’이 사라졌다는 일부 주장이나 뉴스를 보고 격차 해소를 떠올렸다면 더욱 안타깝다. 중위권이 사라졌다는 주장이 내세우는 근거나 통계치는 매우 빈약할 뿐 아니라 체계적 연구 결과물도 아니다. 백년대계를 바라봐야 하는 교육정책이 항간의 기사와 일부 주장에 휘둘리는 모습은 교육에 대한 원칙도 철학도 없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학습과 학력, 교육을 구별하지 못하고 ‘격차’를 남용하는 교육당국과 교육 수장이 부끄럽다. 격차란 말 속에는 배제와 차별, 줄세우기와 낙인이 함의돼 있다. 차이는 다름을 인정하나, 격차는 다름에 우열을 둔다.

<평균의 종말>에서 토드 로즈는 학습 속도를 학습 능력과 동일시하는 것은 오류임을 강조한다. 고정된 속도의 학습을 강요하는 것은 학생 개개인의 성취감을 떨어트리므로, 학교교육은 개개인의 학습 속도에 유연성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학생 모두의 잠재력과 재능이 키워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개개인의 자율 속도형 교육이 실현될 수 있는 ‘교육환경 격차’ 해결을 위해서라도 공간 혁신은 학급 증설을 통한 과밀학급 해소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학습격차를 강조하며 매출 신장을 도모하는 기업의 광고 문구와 교육당국의 보도자료 간에 별 격차가 없다는 건 충격이다. 다시금 우리 학생들을 ‘격차’라는 패러다임에 끌어들이지 말라. 당신들이 원하는 통계 수치를 위한 표본 중 하나로 격하시키지 말라. 우리 아이들은 저마다의 속도에 따라 하루하루 커가고 있다.

중요한 건 어떤 어른으로 어떠한 시민으로 성장하느냐이다. 증오와 배제 없이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협력할 줄 아는 시민성이 학교교육을 통해 길러져야 한다. 시급히 줄여야 할 것은 나라별 ‘시민성 교육격차’이다. 시민성 교육을 대하는 선진국과의 열의와 실천력의 격차이다. 미래 교육을 위해 어떤 격차가 줄어야 하고 어떤 격차를 늘려야 할지 분별하는 ‘교육 감수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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