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제 발등 쇠스랑 보듯 지내..그래도 써야만 했다"

허윤희 2021. 3. 3. 18:1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젊은 날에 제가 저도 모르게 저지른 잘못 때문에 저 자신도 제 발등에 찍힌 쇠스랑을 내려다보는 심정으로 지냈어요. 낭떠러지 앞에 서 있는 것 같고 다시 한번 제 부주의함을 깊이 사과드립니다. 제 불찰을 무겁게 지고 새 작품을 써가겠습니다."

"(지난 6년은) 30년 동안 제가 써온 제 글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한 시간이고 문학과 깊이 있던 시간이었어요. 그동안 쓰는 것을 놓치지 않으려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부지런히 찾아 읽었습니다. 그게 다시 새롭게 나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되었어요."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표절 파문 이후 첫 장편 '아버지에게 갔었어' 출간

“젊은 날에 제가 저도 모르게 저지른 잘못 때문에 저 자신도 제 발등에 찍힌 쇠스랑을 내려다보는 심정으로 지냈어요. 낭떠러지 앞에 서 있는 것 같고 다시 한번 제 부주의함을 깊이 사과드립니다. 제 불찰을 무겁게 지고 새 작품을 써가겠습니다.”

3일 오전 신경숙(사진) 작가가 여덟번째 장편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창비) 온라인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2015년 표절 사건에 관한 사과의 말을 전했다. 6년 만에 처음 나선 공식 석상이다. 그는 6년 전 단편 ‘전설’에서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 ‘우국’의 문장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고 공식 활동을 중단했다.

이번에 내놓은 <아버지에게 갔었어>는 어머니가 입원하고 혼자 남겨진 아버지를 돌보는 딸 ‘나’의 이야기다. 그동안 속내를 드러내지 않던 아버지가 겪은 가난, 전쟁의 상처 등 내밀한 이야기를 딸이 듣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신 작가는 “독자 한분 한분께 간절하게 전해드리는 손편지 같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신 작가의 아버지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자전적 소설이다. “힘든 현대사를 통과한 아버지이지만 항상 ‘내가 한 일이 없다’고 하세요. 비교적 말을 안 하는 것으로 시간을 통과하셨어요. 그 아버지의 심중에 들어 있는 말들을 찾아내고 싶었어요.”

소설 속 ‘나’의 직업은 소설가이고 배경은 신 작가의 고향인 전북 정읍을 연상시키는 ‘J시’다. ‘나’는 딸을 잃은 아픔을 간직한 인물로 그려진다. “딸의 죽음은 인간의 힘으로 대비할 수 없는 상실을 뜻합니다.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예기치 않게 닥친 불행을 의미하기도 하고요. (소설의 ‘나’는) 그걸 어떻게 극복해내는지 보여줘요.”

그는 이 소설을 쓰면서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소설에 아버지와 함께 전쟁을 치른 박무릉씨가 나와요. 그분이 이런 말을 해요. ‘다시 시작할 수 없는 삶이어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라고요. 저에게 들려주는 말 같았어요.” 박씨의 말은 상처 난 자리를 딛고 일어서라는 북돋움이었다는 얘기다.

소설의 배경인 ‘J시’는 아픔을 안고 돌아온 ‘나’를 보듬는 회복의 공간을 상징한다. 그래서 그는 집필 막바지에 ‘작별 곁에서’였던 마지막 5장의 소제목을 ‘모든 것이 끝난 자리에서도’로 바꿨다고 한다. 끝이 아닌 시작을 나타낸 것이다.

그는 이 소설을 쓴, 표절 사건 이후 6년의 시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지난 6년은) 30년 동안 제가 써온 제 글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한 시간이고 문학과 깊이 있던 시간이었어요. 그동안 쓰는 것을 놓치지 않으려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부지런히 찾아 읽었습니다. 그게 다시 새롭게 나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되었어요.”

신 작가는 앞으로 “계속 글을 쓸 것”이라며 다음 책 출간 계획을 밝혔다. “문학은 제 삶의 알리바이 같은 것이에요. 하고 안 하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다음에는 어느 노동자의 죽음에 관한 것을 쓰려고 합니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사진 창비 제공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