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수사·기소 완벽 분리 자체가 헌법 위배인데..尹 역제안 무슨 소용"

강현수 기자 2021. 3. 3.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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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 깃발. /뉴시스

여권이 '검수완박(검찰의 수사권 완전 박탈)’ 차원에서 추진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을 놓고 법조계에서 '수사·기소권 분리'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윤석열 검찰총장이 별도 수사청을 두는 내용의 역제안을 했다. 이에 학계에서는 "수사·기소권 분리 자체가 헌법 위배"라며 대안을 내는게 무의미하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여권 등에선 ‘별도의 청을 만들 이유가 없다’며 완전한 수사권 박탈을 요구했다.

3일 법조계에서는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수청 설치법 자체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우선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손보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설명이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수사·기소 분리 시 가장 걸리는 게 검사의 영장청구권"이라며 "수사 과정에 있어 압수수색 등 영장청구가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이걸 검사가 일일이 해야만 하도록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고 했다.

이어 "결국 수사 과정에서 검사가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이걸 손보지 않고서 완벽하게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헌법 제12조 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수사 과정에서 검찰 배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중수청 신설 법안의 전제인 이른바 '검찰청법 폐지법률안' 자체가 위헌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장 교수는 "우리 헌법상 검찰총장의 임명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임명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자체가 결구 검찰총장은 헌법기관이라는 얘기"라며 "헌법 기관인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검찰청법 폐지법률안은 위헌이 돼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여당에서 헌법적으로 제대로 따져봤는지도 사실 의문"이라며 "자체가 위법한 상황에서 보완책을 논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 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여당이 국회에서 다수의석을 갖고 있으니까 법은 밀어붙일 수 있겠지만 결국 ‘위헌 법률’이 될 수밖에 없다. 위헌 법률을 만든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수사와 공판유지의 연계가 어려운 것은 ‘불 보듯 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수사와 기소를 통해 비로소 공판이 유지가 된다"며 "경찰에서 원칙적으로 수사하고 중수청이 6대 범죄를 가져가고, 검사는 지휘조차 못 한다고 하면 주체가 달라져 수사 연계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 1.0에서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빼앗고, 이번 2.0에서 수사권까지 뺏으면 그야말로 검찰은 빈껍데기만 남게 될 것"이라며 "수사지휘도 못하고 수사종결권, 불기소 결정 등 다 경찰에서 할 텐데 검찰이 남아서 뭐 하겠느냐. 수사권을 뺏으면 검사의 80%는 정리해고 해야 할 수 있다"고 했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도 수사·기소권 완전 분리에 대해 우려한 바 있다. 그는 전날 "수사와 기소가 완전히 분리되면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 중 하나가 공소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라며 "만약 공소 유지가 안되면 무죄가 선고될 것이고, 무죄가 선고된 분에게는 좋겠지만 반부패 수사 역량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윤 총장이 수사·기소권을 모두 가진 반부패수사청 등을 만들자고 역제안한 것에 대해서도 여권 등에서는 여전히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술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안보수사청은 검찰 공안 라인의 확대 강화를 위한 것에 불과하며 반부패수사청과 금융수사청은 별도의 청을 만들 이유가 없다"며 "남는 것은 ‘중대범죄수사청’에 기소권을 부여할 것인지 여부이다. 이 점은 국회가 논의하여 결정할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임명직 공무원(윤 총장)이 국회의 입법을 막으려는 정치인 행세를 하고 있으니 기가 찰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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