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더 파더' '프로미싱 영 우먼', 올해 오스카 '미나리' 위협하는 경쟁작은?

강영운 2021. 3. 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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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개봉작 '더 파더' '프로미싱 영 우먼' 리뷰
'더 파더' 앤서니 홉킨스
치매 노인 연기로 극찬
'프로미싱 영 우먼'
성폭력 피해 복수극
영화`더 파더`에서 치매 남성을 온전히 구현한 앤서니 홉킨스(맨 오른쪽). [사진 제공 = 판씨네마]
'오스카'의 봄이 돌아왔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주최 측은 오는 15일(현지시간) 후보 선정을 시작으로 본격 열전에 돌입한다. 올해는 영화 '미나리'와 함께 '노 매드랜드' '주다스 앤 더 블랙 메시아' '더 파더', '프로미싱 영 우먼' 등을 유력 수상 후보로 꼽는다. 앤서니 홉킨스는 '더 파더'에서 치매 노인의 삶을 과장 없이 스크린에 옮겨낸다. '프로미싱 영 우먼'의 케리 멀리건의 연기도 물이 올랐다. 오는 4월 26일 열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달굴 국내 개봉 작품을 소개한다. 리뷰는 영화 주인공 1인칭 시점으로 구성했다.
◆ 더 파더 (플로리안 젤러 감독, 앤서니 홉킨스· 올리비아 콜먼 주연)

평소처럼 멀거니 집에 앉아 있었네. 노처녀 딸 앤이 찾아오더군. 아픈 날 간호한다는 이유였어. 앤은 나에게 말했네. "곧 런던을 떠날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거든요. 파리에서 그와 새 삶을 살 거예요." 씁쓸하더군. 하지만 어쩔 수 없었지. 난 냄새나는 홀아비였으니까. 다음날인가. 어떤 여자가 남자와 내 집에 불쑬 들어왔어. 나는 외쳤지 "당신들 누구야". 그 여자가 깜짝 놀라 얘기하더군. "무슨 소리예요, 아버지. 딸 앤이잖아요. 이 사람은 아버지 사위 폴이고요". 전혀 모르는 두 사람이 내 집에 들어와 나의 딸과 사위를 자처하다니. 처음엔 황당한 사람들인 줄 알았네. 하지만 멍청한 건 나였더군. 연일 헛소리를 해대고, 고함을 치고, 음식을 달라고 조르는 사람. 그게 바로 나였어. 그래 난 치매였네. 영혼은 천천히 침잠해 가고 있었지.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네. 한 사람이 떠 오른 건 그때였어. 미소를 머금고 날 안아주던 사람. 엄마였지. 그 체온은 여전히 잊히지 않는군. 내게 필요한 건 돈도, 맛있는 음식도 아니었네. 작은 온기가 느껴지는 품이었어. 그 품에서 미친 듯이 엄마를 부르짖으며 울고 싶어졌네.

그러니 부디, 당신이라도 날 보러 와 주겠나. 체온을 그리워하는 늙은이를 가여워하는 마음으로. 당신이 걷게 될 미래일지도 모를 테니.

◆ 프로미싱 영 우먼(에메랄드 펜넬 감독, 케리 멀리건 주연)
`프로미싱 영 우먼`은 남성 위주 사회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는다. [사진 제공 = 유니버설픽쳐스]
촉망받는 의대생이었어. 성적도 톱을 놓치지 않았지. 하지만 7년 전 그 사건 뒤로 대학을 때려 치웠어. 지금은 뭐하냐고. 낮에는 카페에서 파트타임 알바를 하고 밤에는 펍에서 만취한 '척'을 해. 아주 야한 옷, 속옷이 보일 듯 말 듯한 옷을 입고서. 남자들은 자기 집에서 "얘기를 하자"고 하지. 물론 목적은 팬티를 벗기는 것뿐이야. 그가 내 옷을 벗길 때까지 취한 척을 해. 문란한 여자냐고. 아니. 난 남성을 혐오해. 중요한 순간 아주 멀쩡히 정색을 하며 외치지. "뭐하는 짓이야." 그리고 협박하고 겁을 줘. 이러면 대개 트라우마가 생겨서 다시는 취한 여자를 함부로 대하지 않거든. 의과대학을 관둔 이유, 남자를 유혹해 겁을 주는 이유는 하나야. 내 친구 니나의 복수를 위해서지. 솔메이트였던 내 친구 니나는 7년 전 의과대학 남학생 파티에 초대받았어. 거기서 집단 강간을 당했지. 술에 완전히 취해 정신을 차릴 수 없었거든. 어른들은 "남성이 많은 공간에서 술에 취하는 위험을 자초했다"고 비난했어. 내 친구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어. 니나를 죽음에 몰아넣었던 그 놈들이 내 눈 앞에 나타났거든. 이제 조무래기들 말고, 그놈들이 벌을 받아야 해.

세상에 있지도 않은 일을 지어내 남성 혐오를 조장한다고. 천만의 소리. 2016년이었지. 스탠퍼드대 수영선수 브록 터너는 술에 취한 여성을 캠퍼스에서 성폭행했어. 6개월의 형만 받았지. 명문에서 장학금을 받는 학생(Promising Young Man)이라는 이유였어. 우리를 촉망받는 여학생(Promising Young Woman)이라고 보호하는 사람은 없었지. 이제 좀 알겠지. 우리가 어떤 사회에 살고 있는지를. 진짜 복수의 시간이야.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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