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더 파더' '프로미싱 영 우먼', 올해 오스카 '미나리' 위협하는 경쟁작은?
'더 파더' 앤서니 홉킨스
치매 노인 연기로 극찬
'프로미싱 영 우먼'
성폭력 피해 복수극
평소처럼 멀거니 집에 앉아 있었네. 노처녀 딸 앤이 찾아오더군. 아픈 날 간호한다는 이유였어. 앤은 나에게 말했네. "곧 런던을 떠날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거든요. 파리에서 그와 새 삶을 살 거예요." 씁쓸하더군. 하지만 어쩔 수 없었지. 난 냄새나는 홀아비였으니까. 다음날인가. 어떤 여자가 남자와 내 집에 불쑬 들어왔어. 나는 외쳤지 "당신들 누구야". 그 여자가 깜짝 놀라 얘기하더군. "무슨 소리예요, 아버지. 딸 앤이잖아요. 이 사람은 아버지 사위 폴이고요". 전혀 모르는 두 사람이 내 집에 들어와 나의 딸과 사위를 자처하다니. 처음엔 황당한 사람들인 줄 알았네. 하지만 멍청한 건 나였더군. 연일 헛소리를 해대고, 고함을 치고, 음식을 달라고 조르는 사람. 그게 바로 나였어. 그래 난 치매였네. 영혼은 천천히 침잠해 가고 있었지.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네. 한 사람이 떠 오른 건 그때였어. 미소를 머금고 날 안아주던 사람. 엄마였지. 그 체온은 여전히 잊히지 않는군. 내게 필요한 건 돈도, 맛있는 음식도 아니었네. 작은 온기가 느껴지는 품이었어. 그 품에서 미친 듯이 엄마를 부르짖으며 울고 싶어졌네.
그러니 부디, 당신이라도 날 보러 와 주겠나. 체온을 그리워하는 늙은이를 가여워하는 마음으로. 당신이 걷게 될 미래일지도 모를 테니.
세상에 있지도 않은 일을 지어내 남성 혐오를 조장한다고. 천만의 소리. 2016년이었지. 스탠퍼드대 수영선수 브록 터너는 술에 취한 여성을 캠퍼스에서 성폭행했어. 6개월의 형만 받았지. 명문에서 장학금을 받는 학생(Promising Young Man)이라는 이유였어. 우리를 촉망받는 여학생(Promising Young Woman)이라고 보호하는 사람은 없었지. 이제 좀 알겠지. 우리가 어떤 사회에 살고 있는지를. 진짜 복수의 시간이야.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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