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트윗에 발목잡혀..바이든의 고위급 인사 첫 낙마

김은경 기자 2021. 3. 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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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내각 인사에서 '1호 낙마자'가 된 니라 탠든 미국진보센터(CAP) 의장. /AFP 연합뉴스

‘막말 트윗’으로 구설에 오른 미국 백악관 예산관리국장 후보자가 결국 낙마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명한 내각 고위급 인사 중 첫 낙마 사례다.

바이든 대통령은 2일(현지 시각) 성명을 통해 예산관리국(OMB) 국장 후보 지명을 철회해달라는 니라 탠든(50)의 요청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다만 “탠든이 나의 행정부에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청문회를 거치지 않는 다른 보직에 기용할 뜻을 내비쳤다.

탠든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불행히도 지금은 인준을 받을 길이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고, 대통령의 다른 우선순위에 방해가 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예산관리국은 정부 각 부처의 예산 분배·집행을 총괄하는 막강한 기관으로 그 수장도 장관급이라 상원 인준을 거치게 돼 있다.

인도 이민자 집안 출신인 탠든은 과거 오바마 정부 보건복지부에서 보건개혁 분야 선임고문을 맡아 오바마 케어(건강보험개혁법) 설계에 기여한 인물이다. 이후 중도좌파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CAP)를 10여년 간 이끌어왔다.

탠든이 청문회 문턱을 넘었다면 미국 역사상 첫 유색인종 여성 예산관리국장으로 기록될 수 있었으나, 과거 공화당 의원들을 겨냥해 ‘막말’ 수준의 비난 트윗을 퍼부은 전력이 발목을 잡았다.

탠든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선동과 막말에 대항한다며 자신도 똑같은 막말을 팔로어 36만여 명의 트위터에 쏟아내왔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에 대해선 “볼드모트(소설 ‘해리포터’에 나오는 어둠의 마법사)”라고 했고, 보수 대법관 인준에 반대할 듯하다 결국 찬성한 수전 콜린스 의원에겐 “평생 재수 옴 붙을 것”이라고 했다.

톰 코튼 의원에겐 “사기꾼”, 테드 크루즈 의원에겐 “흡혈귀보다 차가운 사람”이라고 했다. 오바마 케어를 반대했던 공화당 의원 자택에 불이 나자 “신은 있다! 신이 노여워하신 것”이라고 한 일도 있다. 아동 성폭행 혐의가 있는 공화당 의원 후보를 두고 “공화당은 물론 공화당에 기부하는 사람들도 아동 성폭행에 가담한 것”이라고 했다

심지어 미국 진보정치를 상징하는 버니 샌더스 의원도 탠든의 공격 대상이 됐다. 2016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선거캠프 자문역이었던 그는 상대 후보인 샌더스를 향해 “무식하고 헤픈 X” “러시아가 뒤를 봐준다”며 인신 공격성 발언을 했다.

탠든은 지난해 11월 대선 직후부터 자신의 트윗 8만 8000여 건 중 막말을 담은 1000여 건을 몰래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본인이 욕했던 여야 의원 35명을 일일이 접촉해 용서를 구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10일 상원 청문회에선 공개적으로 “제 발언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후회한다”고 밝혔지만 비판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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