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직원 투기 의혹, 부동산 정책 신뢰 뒤흔들 뇌관..방치하면 정권에 대형 악재

이호준·이주영 기자 2021. 3. 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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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LH 직원 의혹' 고강도 조사 지시 왜

[경향신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일부가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지정 전 해당 지역에서 투기 목적으로 토지를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업무에서 전격 배제됐다. 3일 오후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667-2번지의 한 밭에 묘목들이 심겨져 있는 곳을 점검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3기 신도시, 대표적 공급 모델이 의혹 중심에 서 ‘곤혹’
사태 더 커지면 공공개발 차질에 레임덕 앞당길 수도

3일 문재인 대통령의 고강도 조사 지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현직 직원들의 투기 의혹으로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국토교통부 장관을 전격 교체하고 공급 확대로 정책 방향을 틀며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사활을 건 가운데 터진 LH 전·현직 직원들의 투기 의혹은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공공개발 추진에도 차질을 줄 수 있다. 이를 넘어 문 대통령의 임기 말 레임덕을 앞당기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공주도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는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당장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지난달 첫 번째 공급대책으로 내놓은 2·4대책이 대표적인 공공주도 사업이다. 전국에 83만여가구의 새 주택을 공급한다는 ‘2·4대책’의 경우 시장에서 ‘물량 폭탄’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다양한 공급방안이 다수 포함됐다. 이 가운데 서울 도심지역 사업은 용적률 상향 등 사업 주체에 인센티브를 주고, 공공성을 강화한 주택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앞서 투기 수요가 몰릴 수 있다며 대책 발표 이후부터는 ‘개발지구 지정 전’ 해당 지역의 주택이나 토지를 샀더라도 우선공급권을 주지 않고 현금청산을 하겠다는 강수까지 뒀다. 하지만 투기 수요를 배척하고 공공사업을 주도해야 할 LH가 오히려 개발지역 사전 투기 의혹에 휩싸이면서 자칫 2·4대책 전체가 추진 동력을 잃고 장기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투기 의혹이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공급 성과인 ‘3기 신도시’에서 발생했다는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문 정부는 2018년 12월19일과 2019년 5월7일 두 차례에 걸쳐 3기 신도시 5곳을 포함해 총 86곳에 택지를 개발해 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유동성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금리와 세제만으로는 부동산 가격을 억제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수도권 외곽에 대규모 주택을 공급한 것으로, 시장에서 ‘공급물량 부족’ 비판이 일 때마다 반박용 ‘전가의 보도’로 쓰였다. 공급 부족 우려가 일 때마다 3기 신도시를 우선으로 물량을 추가했고, 공급 시기 지연 우려에는 ‘사전청약’ 제도까지 도입해 과열된 시장 분위기를 다잡는 데 사용했다. 앞서 2·4대책 물량 상당 부분도 3기 신도시에서 마련키로 한 상황이었다.

이처럼 3기 신도시가 정부의 대표적인 공급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만큼 이곳이 투기 의혹에 휩싸였다는 사실만으로도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간 부동산 이슈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어뜨린 주요 원인으로 작용해온 상황에서 이번 LH발 대형 사고가 자칫하면 문 대통령의 레임덕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민심의 영향력이 큰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미칠 파급 효과도 감안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LH 전·현직 직원들의 투기가 변창흠 국토부 장관의 LH 사장 재임 시절 발생해 책임론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변창흠표 공급대책은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할 것”이라면서 “이번에 엄정 조사를 통해서 리더십과 신뢰를 확보해 나갈 것이다. 대통령께서 엄정한 조사를 강조하며 지시하신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호준·이주영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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