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를 돕는 이주여성 ㄹ에게 장미를 전해주세요

이정연 2021. 3. 3.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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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복지센터의 통역사로 일하고 있는 필리핀 출신 결혼이주여성인 ㄹ은 세아이의 엄마입니다.

"ㄹ씨는 자신과 같은 처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한 외국인복지센터에서 통역사로 일하며 돕고 있어요. 자신이 직접 겪었던 일들도 많아서 상담하면서 많이 공감도 하겠지만 그만큼 더 가슴이 아플 것 같아요. 이제 ㄹ씨는 한국 국적을 가진 이주 배경의 한국인이지만, 이주민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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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여성의 날][3·8여성의날 : 한겨레×노회찬재단] 신청자 사연 ②
노회찬재단이 장미꽃을, <한겨레> 가 여성노동자 이야기를 전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외국인복지센터의 통역사로 일하고 있는 필리핀 출신 결혼이주여성인 ㄹ은 세아이의 엄마입니다. 이혼 뒤 양육권은 남편에게 있지만 아이들 가까이에 살며 보살피고 있습니다. 단순한 통역사가 아닌 상담 활동가로서 같은 처지인 이주민들의 각종 고충을 상담하고 돕고 있는 그의 명함에는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내가 어렵고 힘들었기에, 누구보다 그들의 마음을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녀를 응원합니다.

윤진규 이주민연대 샬롬의 집 사무국장

노회찬재단은 3월8일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 노동자에게 신청자를 대신해 ‘노회찬 장미꽃’을 전달한다. 노회찬 장미꽃은 노회찬 전 의원이 세상을 떠나기 전 14년 간 여성의 날마다 여성 노동자에게 장미를 선물한 데서 유래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노회찬재단은 3년째 여성의 날 맞이 장미 선물을 이어가고 있다. 노회찬재단의 문을 두드린 수십명의 신청자들은 동료, 친구, 동지, 가족인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 3일 신청자 가운데 한 명인 윤진규 이주민연대 살롬의 집 사무국장과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ㄹ씨는 자신과 같은 처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한 외국인복지센터에서 통역사로 일하며 돕고 있어요. 자신이 직접 겪었던 일들도 많아서 상담하면서 많이 공감도 하겠지만 그만큼 더 가슴이 아플 것 같아요. 이제 ㄹ씨는 한국 국적을 가진 이주 배경의 한국인이지만, 이주민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 테니까요.”

윤진규 사무국장은 ㄹ씨처럼 이주민을 돕는 많은 이주민, 이주 배경의 한국이 많다고 강조한다. “전국적으로 이주민 상담을 맡는 통역사 분 중에 같은 상황을 겪었던 분이 많아요. ㄹ씨에게 장미를 보내달라 신청했는데, 마음으로는 그 분들 모두에게 드리고 싶어요.”

지난 한 해 코로나19의 여파는 취약계층에 더욱 큰 영향을 미쳤다. 이주민도 마찬가지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시선에 외국인 혐오의 시선이 더해졌다. “여성, 이주민이 코로나19 시기에 부당한 대우를 받고, 인권을 침해 받는 현장이 많았어요. 한 직장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일어났는데, 한국인은 검사받으라 하지 않고 이주노동자만 검사받으라고 하는 경우도 있었죠.” 윤진규 사무국장은 말했다.

캄보디아 국적 이주노동자가 한파 경보가 내려진 지난 20일 경기 포천시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23일 오후 숨진 노동자가 일하던 비닐하우스와 숙소에서 포천 이주노동자상담센터 대표 김달성 평안교회 목사가 설명을 하고 있다. 이날 농장 대표는 기자들이 찾아오자 경찰을 불러 취재진의 접근을 막았다. 포천/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여성, 이주노동자. 지난해 12월 알려진 캄보디아 여성 농업 이주노동자 ㄱ씨의 죽음이 떠오른다. 혹한 속에서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잠을 자다 홀로 숨졌다. 그는 며칠 뒤 고향으로 돌아갈 비행기 표를 끊었지만, 결국 타지 못했다.

포천 일대는 14일부터 영하 10도 이하의 맹추위가 계속되던 중이었다. 함께 지내던 여성 노동자 다섯명 중 세명은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 18일 다른 노동자의 숙소로 옮겨 주말을 지냈고, ㄱ씨와 한방을 쓰던 ㄴ씨도 19일 숙소를 나갔다고 한다. ㄱ씨만 혼자 남아 19일 밤을 보냈고, 20일 오후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19일은 농장이 위치한 포천 일대의 기온이 영하 18도까지 떨어져 한파경보가 발령됐다.

<한겨레>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귀국 20일 앞둔 이주노동자 싸늘히 식었다’ 가운데

윤진규 사무국장은 여성을 비롯한 취약계층에게 “무조건 힘내라고 할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먼저 제도적인 차별부터 같이 없애나가야 한다. 일터, 가정의 모든 차별이 없어지는 것 그게 가장 절실하다. 최근 이주 배경의 한국인이 한 센터에서 통역사로 일하다 임신을 했다. 그러자 부당해고를 당할 뻔했다. 지원단체들이 나서자 부당해고가 없던 일이 됐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닐까? 여성의 날에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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