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사라져 가는 근현대사 역사유산을 기억하다

김용희 2021. 3. 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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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인 1921년 광주광역시 동구 광산동에 세워진 660㎡ 규모 흥학관은 광주 학생·사회·노동운동의 산실이었다.

광주광역시 동구청이 근현대 아픈 역사를 간직한 장소를 재조명한다.

동구 지산동에 있는 '농장다리'(동지교)는 100여년 전 동구 장동에 있던 광주교도소 모범수들이 현재 광주지방법원 자리에 있던 교도소 부속 농장으로 일하러 갈 때 건넜던 다리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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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부터 흥학관 등 해설탐방
1929년 9월10일 광주 흥학관에서 정기회의를 연 조선청년총동맹 전남도연맹 기념촬영.광주시 제공

일제강점기인 1921년 광주광역시 동구 광산동에 세워진 660㎡ 규모 흥학관은 광주 학생·사회·노동운동의 산실이었다. 지역 유지였던 최명구가 환갑을 맞아 청년들이 사랑방으로 쓸 수 있도록 지은 목조 가옥으로, 서양과 일본 양식이 섞인 독특한 건축물이었다. 광주청년들은 이곳에서 안재홍, 방정환의 초청강연을 듣고 은밀히 독립운동을 준비하는 등 지금의 광주가 인권도시로 성장할 수 있도록 토대를 닦았다. 흥학관은 1942년 광주부(행정구역 명칭)로 소유권이 넘어가 식량배급조합으로 쓰였고 해방 후에는 광주시 의사당 역할을 했다. 하지만 1960년대 광주시청이 이전하면서 철거돼 현재 주차장 건물이 들어섰고 흥학관을 기억하는 광주시민은 드물다.

광주광역시 동구청이 근현대 아픈 역사를 간직한 장소를 재조명한다.

동구청은 “동구에 자리한 역사적 장소를 활용해 인문산책길 주민문화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3일 밝혔다.

동구는 주요 장소 35곳 중 흥학관을 비롯한 춘목암, 농장다리 등 3곳에 우선 안내판을 설치하고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광주광역시 동구 광산동 100번지에 설치된 흥학관 안내판.광주 동구청 제공

번화가인 황금동에 자리했던 ‘춘목암’은 1925년 한국인이 만든 고급음식점으로, 일제강점기 광주의 유일한 조선인 건축가 김순하가 설계했다. 해방 후 미군정이 군인 숙소로 사용하다 1949년 광주미국공보원이 들어섰고 광주미국문화원으로 이름을 바꿔 운영했다. 미국문화원 운영 당시 5·18민주화운동이 발생하자 일부 광주시민은 5·18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묻겠다며 이곳을 1980년 12월9일 방화했다. 광주를 시작으로 1982년 부산, 1983년 대구, 1985년 서울 등 전국에 있는 미국문화원이 잇따라 방화·점거되는 반미운동이 일어났다. 광주 미국문화원은 1982년 방화, 1985년 대학생 점거 사건 등이 이어지면서 1989년 5월 잠정 폐쇄됐다. 배우 안내상씨가 연세대 신학생이던 1988년 이곳에 시한폭탄을 설치했다가 불발된 사건이 회자되기도 했다. 지금은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다.

동구 지산동에 있는 ‘농장다리’(동지교)는 100여년 전 동구 장동에 있던 광주교도소 모범수들이 현재 광주지방법원 자리에 있던 교도소 부속 농장으로 일하러 갈 때 건넜던 다리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도 광주시민은 동지교라는 정식 명칭보다 ‘농장다리’라고 부르고 있다. 현재 농장다리에는 도시공공시설물 ‘광주폴리’ 중 하나인 건축가 승효상씨의 ‘푸른길 문화샘터’ 작품이 설치돼 있다.

이곤희 동구청 인문도시정책과 과장은 “이달까지 문화해설사 17명의 교육을 마치고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역사적 장소에 깃든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광주 정신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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