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와 전쟁 믿었는데, 대통령 어디 있나" LH 사태 들끓는 분노
투기 목적으로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지구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10여명이 100억원대 토지를 미리 사들였다는 의혹에 ‘부동산 흙수저' 청년·무주택자를 비롯한 시민들이 분노 중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가격 급등과 전세 대란으로 집을 구할 수 없어 쌓여온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LH를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하자는 글이 올라와 폭발적 반응을 얻고 있다.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LH임직원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의혹 국정감사 강력히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이 올라온 다음날인 3일 오후 4시 기준 2310여명이 이 글에 동의했다. 이 청원은 1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관리자가 공개 여부를 검토 중이다. 청원인은 “3기 신도시와 무주택만 바라보며 투기와의 전쟁을 믿어왔는데 정말 허탈하다”며 “한두푼도 아니고 10여명이 100억원 이라는 기사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정의와 공정이란 말이 씁쓸하다”며 “이런 관행은 이번기회에 뿌리채 뽑았으면 한다. 가감없는 조사와 국정감사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도 부글부글 끓는 중이다. 부동산 커뮤니티인 ‘부동산 스터디’에는 LH 직원들의 사전투기 의혹을 규탄하는 글이 100여건 올라왔다. “부린이(부동산+어린이)인 저는 거짓뉴스라 믿고 싶다” “특검 해야 한다” 등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서울대 재학생·졸업생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도 “사돈에 팔촌까지 전수조사하면 어마어마할거다” “과정은 공정하고 적폐 추출한다던 대통령은 어디에 있냐” 등 비판 의견이 잇따랐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집값이 치솟으며 불만이 쌓여오던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부처가 인용하는 국가 공식 통계에서도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고가(高價) 주택 기준인 9억원을 돌파했다. 현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50% 이상이 올랐다. 전세 수요가 많은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는 ‘전세의 월세화’가 이뤄지며 전체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 비율도 지난해 1월 38.3%에서 지난달 41%로 높아졌다. 종잣돈이 부족한 2030세대는 대출을 받아 갭투자에 나섰다. 특히 서울 지역 갭투자자 3명 중 1명(36.2%)이 2030세대였다.
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는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 10여 명이 경기도 광명‧시흥의 신도시 지구가 발표되기 전 해당 지구에 있는 100억원대 토지를 사들였다는 투기 의혹을 폭로했다. 이들은 LH 직원들이 내부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투기에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며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국토부는 지난달 24일 경기 광명시 광명동·옥길동과 시흥시 과림동 일대를 3기 신도시로 선정해 발표했다. 이 지역에는 주택 7만호가 들어설 계획이다. 이번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문재인 정부의 신도시 개발 정책 관리에 허점이 뚫린 대규모 투기 사건으로 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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