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문제작 '루카', 왜 갈수록 망작의 기운이 느껴질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1. 3. 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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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김래원)는 사이비교주가 만들어내는 가짜 신이 되려는 걸까.

tvN 월화드라마 <루카:더 비기닝> 이 다루는 이야기는 자못 진지하다.

지오와 구름이가 겪게 되는 비극적인 상황들을 보면, 그것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비극이 아니라, 작가가 그리려는(이야기하려는) 방향성에 의해 억지로 등 떠밀려 만들어가는 비극처럼 보인다.

제 아무리 아기가 지오 같은 능력을 드러낸다고 해도, 또 자신의 부모를 죽인 자가 지오라고 누군가 이야기했다고 해도, 구름이 지오를 그렇게 밀쳐내는 상황은 어딘지 억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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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진지한 질문을 감당하기 버거운 대본과 연출의 문제점

[엔터미디어=정덕현] 지오(김래원)는 사이비교주가 만들어내는 가짜 신이 되려는 걸까. tvN 월화드라마 <루카:더 비기닝>이 다루는 이야기는 자못 진지하다. 여기에는 신의 영역을 넘보는 과학의 생명윤리에 대한 질문과, 그렇게 탄생된 지오라는 비극적인 존재를 통해 던지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담겨 있다.

지오는 괴물이라 불렸다가, 하늘에구름이(이다희)를 만난 후 평범한 인간의 삶을 살고자 한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 태어난 아기가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면서 이들의 운명은 격랑에 휘말린다. 미치광이 과학자 류중권(안내상)은 평범하지 않아 괴물 취급당해온 지오에게 그와 그의 아기의 능력은 '특별한 것'이며, 더 많은 지오 같은 이들이 탄생하면 열등한 인간들의 추앙을 받게 될 것이라 말한다.

<루카>가 담고 있는 건 그래서 사피엔스가 등장해 결국 세상을 지배해버린 진화의 이야기에, 이제 그 진화마저 만들어내려는 광신적인 과학과 종교의 문제까지 나아간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생체실험까지 하는 괴물 같은 인간들과, 괴물로 불리지만 인간성에 대한 의지를 가진 지오의 대립을 통해 진정한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하지만 이 자못 진지한 드라마의 질문들과는 상반되게, 대본과 연출은 점점 산으로 가는 느낌이다. 영도로 불리는 사이비 교주 황정아(진경)의 말에 고개를 조아리며 "믿습니다"를 외치는 광신도들의 모습이나, 그들 앞에 나타나 전류를 날림으로써 순식간에 '신적 존재'로 믿어지는 지오의 모습을 담는 장면들은 연출이 너무나 조악해 B급 드라마를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물론 더 큰 문제는 대본이다. 지오와 구름이가 겪게 되는 비극적인 상황들을 보면, 그것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비극이 아니라, 작가가 그리려는(이야기하려는) 방향성에 의해 억지로 등 떠밀려 만들어가는 비극처럼 보인다. 제 아무리 아기가 지오 같은 능력을 드러낸다고 해도, 또 자신의 부모를 죽인 자가 지오라고 누군가 이야기했다고 해도, 구름이 지오를 그렇게 밀쳐내는 상황은 어딘지 억지스럽다.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이고 아기의 아빠가 아닌가.

이런 억지스런 전개가 만들어지게 된 건 지오라는 인물을 좀 더 극으로 몰아 사이비 교단에 세우려는 작가의 과잉된 의도 때문이다. 즉 이 드라마는 진화, 과학, 종교, 인간, 신 같은 걸 질문하는 거창한 주제의식과 메시지를 담아내기 위해, 인물들이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는 느낌을 준다. 그것은 마치 류중권이나 김철수(박혁권) 그리고 황정아 같은 인물들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 지오는 물론이고 많은 이들을 이용하는 그 방식을 떠올리게 한다.

이 드라마를 통해 신이 되려는 인간의 일그러진 욕망을 그려내려 하고 있는 작가는 아이러니하게도 작품에 신 같은 개입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자신의 작품을 창조한 작가는 그 작품 속 세계의 신적 존재일 수 있지만, 저마다 창조된 캐릭터가 그 내적 동인에 의해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게 아니라 작가의 드러난 개입으로 움직인다면 그 세계는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루카>라는 작품의 부자연스러움은 '만들어진 존재'인 지오를 닮았다. 하나의 세계를 그려 자못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문제작이 되려했지만, 자연스럽지 못한 망작이 되어가는 건, 그 세계의 무게를 대본과 연출이 감당하지 못해서 나타난 결과다. 작가의 과잉된 신적 개입은 시청자들이 갈수록 몰입하기 어려워지고, 이야기가 산으로 간다 느껴지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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