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저는 작가..허물 등에 지고 새 작품 써나가겠다"

서정원 2021. 3. 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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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아버지에게 갔었어' 간담회
한국 현대사 겪은 아버지들 다룬 얘기
표절에 대해선 "부주의함에 깊이 사과"
"'새로 무엇인가를 시작할 수 없어도 사람은 살아가야 한다'. 소설 속에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저에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문학은 제 삶의 알리바이 같은 것입니다. 하고 안 하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저는 계속 쓸 것이고 10년, 20년 후에 누군가 제게 '너는 뭘 했느냐'고 물으면 '글을 썼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소설가 신경숙이 3일 신작 장편 '아버지에게 갔었어'(창비) 출간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복귀를 공식 선언했다. 2015년 표절 논란이 불거져 칩거한 지 6년 만이다. 단편소설 '전설'에서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 일부 대목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그는 창작 활동을 중단했었다.

신 씨는 표절 사태와 관련한 질문들에 긴 한숨을 내쉬거나 십 수 초간 고민하는 등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젊은 날의 제가 저도 모르게 저지른 잘못 때문에 발등에 찍힌 쇠스랑을 내려다보는 심정으로 지냈고, 제 작품을 따라 읽은 독자들을 생각하면 낭떠러지 앞에 서 있는 듯 가슴이 미어졌다"며 "다시 한 번 제 부주의함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허물과 불찰을 무겁게 등에 지고 새 작품을 써 가겠다"며 "저는 작가이니까 작품을 쓰는 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이 책에 제가 하고 싶은 말들이 담겨 있다"고도 했다. 그간의 근황에 대해선 "30여년 동안 글에 대한 생각을 처음부터 다시 해보는 시간이었다"며 "혼자 있었지만 제게는 가장 깊이 문학 속에 있었던 시간"이라고 답했다.

소설은 지난 2008년 출간돼 지금까지 250만부가 팔린 장편 '엄마를 부탁해'(창비)의 대립쌍 격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살아낸 '아버지'의 삶을 통해 이 세상 모든 아버지들과, 가족 그리고 세상에 대해 얘기한다.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창비 웹 매거진에 연재한 것에 수정·보완을 거쳐 지난 2일 출간했다.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해 고향인 J시에 혼자 남은 아버지를 '나'가 5년 만에 찾아가며 작품은 시작한다. 아버지에 대해 마음 쓰고 있지 않다가 사고로 딸을 잃은 뒤 아버지와 고통과 대면할 수 있게 됐던 까닭이다. '나'는 아버지와 함께 했던 기억들을 떠올리고, 아버지에 대한 얘기들을 들어보며 비로소 아버지에게 깊이 가 닿는다.

작가는 자신의 아버지를 생각하며 이 작품을 썼다. 이날 간담회에서 그는 이태 전 베를린 유대박물관을 방문해 홀로코스트를 다룬 설치 작품 '낙엽'을 보며 아버지를 떠올린 경험을 소개했다. "쇠로 된 얼굴을 한 2만 개쯤 바닥에 깔아놓고 그 위를 걸어가며 체험하는 작품이었습니다. 걸어가면서 쇠들이 내는 소리가 비명같았는데, 격변의 시대를 겪은 아버지의 고통을 듣는 듯했지요." 이어 신 작가는 "전쟁을 겪은 아버지, 현대사 속에서 고통 받은 아버지, 가장으로서 아버지, 개인적인 삶을 가진 아버지의 모습들을 썼다"며 "아무 이름 없이 한 세상을 살다 간, 그리고 살고 있는 아버지들에게 바치는 헌사"라고 부연했다.

차기작으로는 어느 노동자의 하루와 그에 얽힌 죽음의 문제를 다룬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작품을 쓰고, 또 쓰겠다"며 "앞으로 하고 싶은 말들은 다음 책에 담겠다"고 했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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