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늘어나는 자동차 온라인 판매, 딜러 역할도 달라진다

민서연 기자 2021. 3. 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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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까지 완전 전기차 기업을 목표로 하는 볼보가 2일(현지 시각) 온라인 판매로의 대대적인 전환을 선언했다. 구매 과정에서의 복잡성을 근본적으로 줄이면서 투명하게 운영되는 정찰제 모델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온라인으로만 차를 판매하는데, 완성차 업체도 하나둘 온라인 판매로 전환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신차 견적부터 최종 계약까지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플랫폼을 도입한다고 지난달 밝혔다. BMW는 샵온라인을 통해 국내에서 꾸준히 온라인 판매를 해왔다. 국내 자동차 회사도 11번가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판매하는 경우가 생겼다.

볼보가 2030년 완전 전기차기업으로 전환을 목표로 온라인 판매를 본격화한다. /볼보자동차

온라인 판매가 가속화되며 기존 자동차 딜러들에게는 새로운 역할이 필요해졌다. 수입차의 경우 제조사가 여러개의 공식 딜러사를 갖고 있다. 해외본사가 국내 법인에 차를 팔면 국내 법인이 딜러사에 팔고, 딜러사가 소비자에게 파는 구조다. 이런 구조로 딜러사들은 지금껏 전시장과 서비스센터 구축까지 직접 맡아 고객 영업부터 판매, 정비를 전담해왔다.

하지만 제조사가 판매망을 직접 관리하는 온라인 판매로 전환되면 딜러사의 역할 중 판매라는 큰 축이 흔들리게 된다. 실제 온라인 구매 수요가 늘어나자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FCA 그룹 등의 딜러사들은 미국 전역에서 매장 직원을 줄이는 대신 온라인 사업을 담당할 직원을 뽑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현대자동차(005380)가 현지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자, 현지 딜러들이 러시아딜러협회와 러시아연방독점청(FAS)에 서신을 통해 온라인 판매 확대를 저지해달라고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

제조사와 딜러사는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소비재인 자동차 특성상 시승 등 대면 접촉을 통해서만 충족될 수 있는 소비자 수요가 있기 때문에 전시장과 영업사원의 역할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또 수천만원대의 상품인 만큼 대면 구매 상담이나 사후관리서비스(AS)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높아 제조사들도 딜러망을 축소하기보다는 딜러사들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예가 벤츠의 국내 공식 딜러사인 한성자동차다. 2003년 이후 벤츠의 공식 딜러사를 맡아온 한성자동차는 최근 판매와 함께 특화된 AS에 집중하고 있다. 한성자동차는 지난해 서울 용답동 장한평중고차 시장 근처에 1만7900㎡(약 5400평), 8층짜리 건물의 자동차 정비공장을 세웠다. 서울에서 최대 규모인 자동차 정비시설로, 딜러사들이 집중할 방향은 사후서비스라는 전략을 보여준다.

메르세데스-벤츠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서울 용답동 용답서비스센터. /한성자동차

벤츠의 또다른 공식 딜러사인 KCC오토는 한남동 전시장에 고성능 브랜드인 AMG존을 구성해 타 전시장과 달리 AMG의 배기음과 성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벤츠 코리아는 "예전 전시장이 고객들을 한명 한명 따라다니면서 다 관리했다면 디지털화가 많이 진행되면서 전시장 별로 컨셉을 정해 고객의 관심도에 따라 자유롭게 구경하도록 만들고, 딜러들은 고객의 요청이나 서비스 설명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온라인 판매 규모가 가장 큰 BMW의 딜러사들은 기존 영업점을 고급화하는 전략을 선보인다. BMW코리아의 딜러사인 바바리안모터스는 송도에 영업점과 쇼룸, 정비소가 결합된 복합공간을 운영중이다. 판매 채널이 디지털로 변화한 만큼 영업공간의 비중을 줄이고 전시장 내방 고객을 위한 공연과 문화강좌, 카페 등을 운영한다. 또 BMW코리아 딜러사들은 온라인에서만 판매하는 한정모델들을 직접 마케팅하는 일도 새롭게 맡고 있다.

딜러사와 협업하는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딜러사의 역할을 고민하며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본사대신 각 국의 딜러사가 직접 자체 웹페이지에 온라인 판매 기능을 넣고 주문을 처리하고 이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폭스바겐 웹 온라인으로 주문할 때 고객은 자동으로 가장 가까운 딜러로 연결되고 원하는 경우 이를 취소할 수 있다.

토요타는 일본에서 온라인 구매사이트 마이토요타(My Toyota)를 확대 개편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채널 간 고객 정보를 공유해 기존 딜러가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온라인 판매와 딜러들의 역할 재분배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국내 완성차업계 판매노조들이 딜러 감소를 걱정하며 온라인 판매를 반대하고 있는데, 해외 사례를 보면 대부분 안정적으로 상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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