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충돌 테스트로 만들어지는 카시트 [모빌리티 열전]

조병욱 2021. 3. 3. 12: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병욱 기자의 '모빌리티 열전'③ 유아용 카시트 개발업체 '폴레드'의 이형무' 대표
아이가 다치지 않았다며 감사하다'는 메일 주셨을 때 가장 뿌듯
회사 이름도 자식 생각하는 아빠의 마음 담아 지어
'폴레드' 강점은 충돌시험을 통한 제품 개발
“저희 제품을 쓰시는 한 고객께서 ‘얼마전 교통사고가 났는데 아이가 다치지 않았다며 좋은 제품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메일을 주셨을 때가 창업 이후 가장 뿌듯했던 순간입니다.”

유아용 카시트 개발업체 ‘폴레드‘의 이형무(42) 대표는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현대자동차 연구개발본부에서 차량 섀시를 설계하던 이 대표는 한 번의 고배 끝에 2016년 5월 사내 벤처를 시작했다. 당시 카시트를 주제로 사내벤처 프로그램에 도전했다. 최종 임원 면접까지 올랐지만 결국 탈락했다. 이 대표는 “회사에서 봤을 때는 아직 사업을 하기에 팀원들의 연차도 낮고 준비가 필요하다고 판단 하셨던 것 같다”며 “최종 면접에서 탈락하고 다시 원래 부서의 일에 집중하고 일했는데 마음 한 구석에서 계속 지워지지 않고 미련이 남았다”고 했다. 결국 한 번 더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2016년 재도전해 여기까지 왔다.

세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그는 2010년 첫째를 가진 후 유아용 카시트를 찾아보다가 처음 창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 대표는 “카시트를 알아보다 보니 가격은 비싸고, 실제 안전한지 의문이 들었다”며 “설계를 하는 입장에서 이렇게 비싸지 않고, 더 안전한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 창업이 계기”라고 말했다.
이형무 폴레드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회사의 이름도 자식을 생각하는 아빠의 마음을 담아 지었다. 북극곰을 의미하는 ‘폴라베어’와 자동차 충돌실험 장비인 ‘슬레드’의 합성어로 폴레드(POLED)가 탄생했다. 회사의 광고 문구에도, “현대차에 입사해 10년 이상 차를 연구하던 청년들이 어느덧 하나둘 아이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고민에 빠지게 되었죠. 내 아이와 함께 더 먼 곳까지 안전하게 여행하고 싶다. (중략) 아빠의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라는 내용을 넣었다.

폴레드의 강점은 실제 차량 출돌시험을 통한 결과 값을 활용해 제품을 개발한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카시트는 단순한 유아용품이 아니라 자동차에 쓰이는 안전용품”이라며 “실제 차량 충돌 테스트에 저희 제품을 장착해 그 결과를 연구개발에 활용한다”고 했다. 최근 타이거 우즈의 교통사고로 제네시스 GV80의 충돌 영상을 찾아보는 네티즌이 늘었다. 이 영상 중간에 나오는 어린이 더미(인형)가 장착된 카시트가 바로 폴레드에서 만든 제품이다.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유럽 신차안전도평가(EURO-NCAP) 인증도 통과했다.여기에는 공동 창업자인 전직 충돌안전 담당 연구원 출신의 이인주 부사장과 친환경차 개발을 했던 연구원 출신의 최금림 부사장의 기여도가 높다. 이 대표는 “사고가 날 때 아이를 더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기능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자동차 안전벨트처럼 사전에 사고 상황을 감지하고 카시트에 앉은 아이를 더 안전하게 해주는 기능도 개발했다”고 말했다.

비록 신생 스타트업이지만 기술력에 바탕을 뒀다는 입소문 덕분에 지난해 10월 기준 누적 구매 고객이 30만명을 넘어섰다. 소프트웨어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은 많지만 고객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제조업 기반의 스타트업은 드물다. 폴레드가 최근 모빌리티 분야 스타트업 중 주목받는 또다른 이유다.
2019년 3월 현대차 사내 벤처에서 분사한 이 대표는 여느 스타트업이 겪는 어려움을 피해가지 못했다. “외부에서는 굉장히 빠르게 자리잡아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내부에서는 치열하게 경쟁하고, 구성원들도 어려운 환경에서 고생하고 있어 경영자로서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흑자전환을 하는 것이 목표다. 회사가 성장하다보니 그동안은 투자에 집중해왔다”고 한다.

그는 회사를 다니면서 좀 더 가치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마음에 품고 있었다. 이 대표는 “급여를 받고 회사에서 열심히 일을해 회사를 성장시키는 것도 좋제만 나만이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더 찾아보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처음에는 마음이 급했던 것 같다. 매출도 많이 올리고 실적도 빨리 내고, 회사가 빨리 커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는데 지금은 마음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막 시작하던 해외 수출을 확장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는 “해외 전시회 등에 나가면 반응이 좋았는데 지난해 해외를 나갈 기회가 거의 다 취소됐다”는 것이다. 그는 “아무리 예측을 하고 준비를 해도 외부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배웠고, 더 많은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려운 와중에도 중국, 체코, 싱가포르, 태국, 일본 등 각국에서 폴레드의 이름이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고 한다.
아빠의 마음으로 창업한 이 대표는 어떤 회사를 만들고 싶을까. “고객들로 하여금 만족을 줄 수 있는 제품을 계속 만들고 싶다”며 “거기서 큰 가치와 보람을 찾는다”고 강조했다. 폴레드는 얼마전 장애인 자녀를 둔 한 부모로부터 제품 의뢰를 받아 맞춤형 제품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 “카시트에 쓰는 일종의 통풍시트(에어러브) 같은 제품이 있는데 이걸 보고 뇌병변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이 회사로 연락해와서는 그걸 크게 만들어줄 수 없냐고 물으셨다”며 “아이가 누워서만 생활하는데 체온조절이 어려워 늘 땀범벅에 매일 옷을 갈아입히는 것이 일인데 이 제품을 쓰고 나서 신세계가 열렸다는 감사메일을 받았다”고 했다. 현재 비슷한 상황에 처한 아이들이 100여명 정도 모인 부모 모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대표는 아이들을 위해 맞춤형 제품을 개발해 기증을 준비중이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목표’와 ‘균형’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고 했다.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회사가 운영되는 방식을 크게 나누면 생존과 성장으로 규정된다”며 “생존을 위해서는 월급도 줘야하고 비용도 처리하면서 망하지 않아야 하는데, 창업자는 그것만을 위해 시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본인이 원하는 생각대로 성장하면서도 본래의 목표를 향해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계속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하겠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이 부분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