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백운규 영장기각·이재명 무죄 이끈 'LKB'.. 文정부 '구원투수'로 급성장

염유섭 기자 2021. 3. 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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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법연구회 출신이 만든 로펌 ‘엘케이비앤파트너스’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이광범 등 4명이 2012년 설립… 작년엔 변호사 71명 규모로

조국·김경수 변호하는 등 與 인사 굵직한 사건 도맡아… LKB “우병우·안태근 사건도 수임”

지난 2월 9일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받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법조계는 변호를 맡은 엘케이비(LKB)앤파트너스를 주목했다. 닷새 전인 4일 검찰은 월성 1호기 폐쇄에 앞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경제성 평가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 등으로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히 이뤄졌다고 볼 수 없고,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2012년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이광범(사법연수원 13기) 변호사가 설립한 LKB는 이후 ‘여권의 구원투수’로 불리며 여권 인사들의 굵직한 사건들을 도맡았다. 최근에는 검찰이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과 함께 월성 원전 1호기의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둘러싸고 한수원과 청와대의 연결고리로 의심하고 있는 백 전 장관의 변호를 맡고 있다. LKB 출신 이용구 현 법무부 차관이 차관 임명 직전 맡았던 사건을 이어받았다.

LKB 소속 광주지검 차장검사 출신 김희준(연수원 22기) 변호사와 판검사 출신 변호사 2명, 법학전문대학원 출신 변호사 2명 등 총 5명이 백 전 장관을 변호했다. 이들 중엔 2018년 더불어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실 정책비서관 출신 변호사도 포함됐다. 대형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검찰 단계에서 변호사의 주된 역할은 의뢰인의 구속을 막아주는 것”이라며 “백 전 장관 불구속 자체가 큰 성과”라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백 전 장관의 구속을 예상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앞서 LKB는 지난해 7월 당선무효형 위기에 처한 이재명 경기지사의 판결도 뒤집었다.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후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은 이 지사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것이다. 그해 10월 이 지사는 무죄가 확정했다. 당시 이 지사 변호도 LKB가 맡았다. 다만 대법원은 “이 지사가 상대방의 질문을 직권남용 등 위법을 저질렀느냐고 이해했을 수도 있다”며 무죄를 선고, 현재까지 ‘관심법(觀心法) 판결’이란 논란이 일고 있다.

LKB는 2012년 말 설립 당시부터 법조계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본인 이름을 따서 LKB를 설립한 이 변호사는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 송무국장 등 법관 생활 25년간 법원 내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1년 2월부터 6년간 대법관을 지낸 이상훈 전 대법관의 친동생이었다. 또 다른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는 “LKB는 법관 출신으로 송무 사건을 쓸어 간다는 이 변호사가 직접 세웠고, 당시 그의 친형도 현직 대법관인 이유로 탄생부터 주목을 받았다”며 “현재도 이 변호사를 중심으로 사건 수임 등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LKB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더 주목을 받는 것은 여권·법조계 인사들과의 친분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특검을 맡는 등 현 여권 인사들과 교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현 사법부 주류인 ‘우리법연구회’ 창립 회원으로 알려졌다. 김명수 현 대법원장과 유남석 현 헌법재판소장도 우리법연구회에서 활동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박 장관은 2008년 1월 출간한 자서전에서도 이 변호사를 언급했고, 2013년 박 장관이 국회의원 시절 보좌진 중 한 명도 현재 LKB에서 변호사로 근무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LKB는 여권 인사들의 굵직한 사건을 맡으며 빠르게 성장했다. 2012년 변호사 4명(파트너·일반 변호사)으로 설립된 LKB는 지난해 기준 변호사 71명으로 18배가량으로 늘었다. 또 올해에만 손주철 전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와 김관구 전 울산지법 부장판사, 최근엔 이영기 전 서울고검 감찰부장과 김수환 전 수원지검 부부장검사 등을 영입했다. 기존 대형 법무법인들이 내부 인력 구조 등 문제로 전관 변호사 영입의 한계에 봉착한 사이 LKB는 발 빠르게 전관 변호사들을 영입했다. 매출도 꾸준히 상승해 2016년엔 매출액 100억 원을 넘겨 고법 부장판사·검사장급 이상의 고위 법조인 취업 제한 법무법인으로 등록됐다.

법조계는 물론 정치권도 LKB를 주목하는 배경은 이 변호사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여권 인사들의 사건을 대거 수임했기 때문이다. LKB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의 입시비리·사모펀드 사건과 김경수 경남지사의 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 사건 등을 수임했다. 주요 사건에선 이 변호사를 비롯해 법관 출신 전관 변호사들이 전면에 나선다. 올해 1월 야당인 국민의힘은 박 장관과 LKB를 특수관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실제 지난해 이 지사의 무죄를 이끌어 냈던 LKB 소속 김종근(연수원 18기) 변호사는 조 전 장관 부부의 입시비리 사건을 맡고 있다. 그는 조 전 장관과는 서울대 법대 동기다. 포털 사이트 댓글조작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11월 징역 2년이 선고돼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는 김 지사 사건의 경우 이 변호사가 직접 변호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2019년 1월 1심 법원이 김 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한 이후 투입됐다. 2019년 9월 대법원에서 성폭력이 인정돼 징역 3년 6월이 확정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도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LKB를 추가로 선임했다.

일각에선 LKB가 현 김명수 체제의 사법부에서 판사 출신 전관 변호사를 이용, 여권 인사 재판에서 특혜를 받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2015년 4월 LKB는 횡령·배임 혐의를 받은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사건을 맡았고, 당시 검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는데 이후 영장서류에 발부를 의미하는 도장이 찍힌 뒤 수정된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해당 사건을 맡은 LKB 소속 변호사들과 영장 발부 판사가 과거 법원에서 함께 근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LKB는 여권 인사들의 재판을 주로 맡는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0월 무죄 판결이 확정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LKB에 변호를 맡겼다. LKB 소속 변호사는 “사건을 가리지 않고 수임하고 있고, 여야 구분 없이 균등하게 변호를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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