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금리 상승기에 외국인이 선택한 종목은?

노자운 기자 2021. 3. 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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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채 금리 상승세가 어느 정도 진정됐음에도 증시 변동성에 대한 불안은 여전하다. 금융 투자 업계에서는 미 금리 상승으로 인한 국내 증시 급락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업계 관계자 일부는 2013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나타났던 ‘테이퍼 탠트럼’(Taper tantrum·미 연방준비제도의 양적 완화 축소가 유발한 시장 충격)의 악몽을 떠올리기도 한다.

미 국채 금리와 그로 인한 국내 주식시장의 향방이 오리무중인 가운데, 조선비즈는 과거 테이퍼 탠트럼 시기에 외국인 투자자가 많이 매수한 종목이 무엇인지 분석했다. 이를 통해, 만약 과거와 유사한 금리 급등이 재현된다면 어떤 종목의 주가 하방 경직성이 상대적으로 강할지 예측해봤다.

◇ 2013년 ‘경기민감주’ vs 2015년 ‘경기방어주’ 선호

2013년의 테이퍼 탠트럼은 벤 버냉키 당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 의장의 양적완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촉발됐다. 그 해 5월 22일(현지 시각) 버냉키 전 의장이 의회 증언을 통해 수개월 안에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자, 미 국채 금리 급등에 이어 코스피지수가 급락했다.

2013년 5월 중순 2%대 안팎에 머물렀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버냉키 전 의장의 발언 이후 한 달 남짓한 기간에 무섭게 급등해 6월 중순 2%대 중반까지 올랐다. 이 기간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국내 증시는 손쓸 새도 없이 급락했다. 5월 22일 1994를 기록했던 코스피지수는 6월 21일 1823까지 떨어지며, 한 달간 171포인트(8.6%) 하락했다. 코스피지수는 같은 달 말 1780선을 내주고 나서야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었다.

2015년의 테이퍼 탠트럼은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한 후 나타났다. 그 해 12월 16일(현지 시각) 재닛 옐런 당시 연준 이사회 의장이 기준금리를 0.25% 인상하겠다고 밝히자, 한 달간 국내 증시의 급락이 지속됐다. 12월 16일 1969를 기록했던 코스피지수는 이듬해 1월 15일 1879까지 떨어졌다.

그래픽=정다운

과거 두 차례의 금리 발작 시기 외국인 투자자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많이 매수한 종목을 살펴보면, 서로 상반된 양상이 나타난다. 외국인 투자자가 선호한 주식은 금리 상승이 이뤄졌던 ‘환경의 차이’에 따라 달라졌다. 특히 당시 경기 전망과 통화 정책 기조에 따라 외국인의 선택이 갈렸다.

먼저 2013년 코스피지수 급락기에는 경기민감주(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기업 주식)에 대한 순매수 금액이 컸다.

버냉키 쇼크 이후 한 달간 반도체 정보기술(IT) 업체인 SK하이닉스의 외국인 순매수액은 4984억원에 달했다. 또 대림산업·현대건설 같은 건설주가 선호됐으며, 대표적인 경기민감주로 꼽히는 포스코(POSCO)도 매수 금액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 우선주와 기아차 같은 자동차 업체와 삼성중공업·현대미포조선 등 조선주도 많이 매수됐다.

반면 2015년 테이퍼 탠트럼 시기에는 전통적인 경기방어주(경기 변동의 영향을 덜 받으며 일정한 가격을 유지하는 주식)가 인기를 끌었다.

당시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한 달간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항공우주를 317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한국항공우주는 방산주로 분류돼 대표적인 경기방어주로 꼽힌다. 마찬가지로 방산주로 분류되는 LIG넥스원 역시 순매수액 상위권에 올랐다. 한국전력과 KT&G, BGF리테일, LG생활건강, 하이트진로, 유한양행, 오뚜기, 한국콜마, 녹십자, 롯데제과, 강원랜드 등이 모두 경기방어주의 성격을 강하게 띠는 종목들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13년은 글로벌 경기 회복의 초입기였고, 미 연준에서 긴축 가능성을 시사하긴 했지만 얼마 안 가 양적완화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버냉키 전 의장이 조기 테이퍼링의 가능성을 언급하기는 했으나 실현되지 않았으며, 경기의 회복세가 본격화했기 때문에 경기에 민감한 대형주들이 선호됐다는 것이다.

경기가 호황일 때는 경기민감주가 강세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반면 경기 둔화 시기나 주가 하락기에는 투자자들이 대체로 경기방어주를 선택하는 경향이 크다. 금리나 환율 등 대외 변수와의 상관도가 낮아, 약세장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주가 흐름을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3년에 들어 국내 경기는 회복세를 지속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13년 1분기 0.8%에서 2분기 1.1%로 상승했다. 특히 건설 투자를 확대하는 정책이 경기 회복을 주도했는데, 건설주의 인기는 그러한 정책과 관계됐을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2013년은 이미 세계 경기가 하락해 내수와 서비스 등 경기방어주의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높아진 시기였다. 외국인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이들 경기방어주에서 차익을 실현해 상대적으로 덜 오른 경기민감주에 투자하는 편이 유리한 상황이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2015년 말부터는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기 둔화가 본격화했으며, 긴축 기조가 계속됐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15년 테이퍼 탠트럼 때는 미 연준이 금리 인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기였다"며 2013년의 상황과는 성격이 달랐다고 설명했다. 미 연준은 2015년 기준금리를 0.25% 올린 데 이어 이듬해 12월, 2017년 3월과 6월, 12월에 총 네 차례에 걸친 금리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정 센터장은 "2015년에는 연준이 경기를 의도적으로 부양했기 때문에, 그 해 말 테이퍼링이 경기 부양 동력을 직접적으로 약화하는 요인이 된 것"이라며 "테이퍼링 이후 경기가 조정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심리가 강해지며 경기방어주에 대한 선제적 투자가 많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 경기 회복 기대로 인한 금리 인상기…민감주 살펴야

그렇다면 최근 나타난 국채 금리 상승 국면에서 투자자는 어떤 매수 전략을 세우는 것이 유리할까.
국내 금융 투자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 상황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 심리가 크다는 점에서 2013년과 일부 비슷하기는 하나, 미 연준에서 조기 테이퍼링을 하지 않겠다고 못박은 만큼 상승장에 한층 더 유리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채권 금리 급등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기인한 것이라며, 경기민감주를 담으라고 조언했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채권 금리 급등은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 덕에 나타난 현상이기 때문에 주식 시장에 부담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넘어가며 강세장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상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 안전자산인 채권 투자보다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인식이 커져, 채권 매도 물량이 증가한다. 이는 결국 채권 가격의 하락을 유발해 채권의 금리(할인율)를 상승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이에 신 연구원은 지난달 반도체, IT, 철강, 화학 등 경기민감주로 분류되는 수출 업체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며, 경기민감주의 보유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표적인 경기민감주로 꼽히는 기아차와 포스코, SK이노베이션 등을 추천했다.

심진수 미래자산운용 WM마케팅2본부장 역시 현 상황에서는 경기민감주의 매수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심 본부장은 "시장의 유동성을 흡수하는 테이퍼링으로 인한 금리 인상과 유동성 축소가 없는 금리 인상은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며 "지금과 같이 경기가 개선되고 있다는 신호로 금리가 올라가는 시기에는 반도체와 IT 하드웨어 등 경기민감주를 매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테이퍼 탠트럼(Taper tantrum)
선진국의 자산 매입 규모 축소(양적 완화 축소) 정책이 신흥국의 통화 가치와 증시 급락을 불러오는 현상을 의미한다. ‘긴축발작’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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