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배당성향 20% 넘기고 자본확충.. 다른 은행으로 확산될까

이윤정 기자 2021. 3. 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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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지주(055550)가 2020년도 배당성향을 22.7%로 확정하면서 7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도 함께 결정했다. 금융위원회의 권고안인 배당성향(순이익 중 배당금 비중) 20%를 넘기면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손실 흡수 능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신한금융의 행보는 두 가지 부분에서 금융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먼저 금융위의 논리를 반박하는 모양새다. 배당을 줄여 사내유보금을 늘리는 것보다 나아진 재무여건을 바탕으로 영구채를 추가 발행하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신한은행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 다른 금융지주에게 배당을 높일 수 있는 논리를 마련해줬다는 것이다. 신한금융의 방식을 다른 금융지주들도 활용할지 주목되는 이유다.

3일 신한금융은 지난 2일 이사회를 열고 2020년도 기말 배당금을 주당 1500원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른 보통주 배당 총액은 7800억원이며, 배당성향은 22.7%다. 신한금융은 무보증 무담보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신종자본증권) 7000억원 발행도 함께 결정했다. 운영자금으로 2500억원, 채무상환자금으로 4500억원을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연합뉴스

◇ 영구채 발행해 자본금 늘려…힘 잃은 금융위 논리

신한금융이 이번에 결정한 배당성향 22.7%는 금융위의 권고에 배치되는 것이다. 앞서 금융위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충격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국내 금융지주와 은행에 배당성향을 20%에 맞출 것을 권고했다. 배당에 나가는 돈을 줄여 손실흡수 능력을 확충하라는 의미다.

신한금융이 배당성향 20%를 넘길만한 이유는 있다. 신한금융은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L자형(장기 경제 불황 가정)’ 스트레스테스트를 국내 금융지주와 은행 중 유일하게 통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금융위는 스트레스테스트를 통과한 금융기관은 자율 배당을 실시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는 단서를 단 만큼, 신한금융의 이번 결정으로 금융위는 체면을 구겼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

이에 신한금융은 배당성향과 함께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을 함께 결정함으로써 금융위 권고에 대한 반박 논리를 마련했다. 금융위 권고를 넘긴 배당으로 인해 부족해질 수 있는 자본은 이번에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으로 채워넣겠다는 것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자기자본(BIS)비율 계산 시 기본자본으로 잡혀 금융지주들의 주요 자기자본 확충 수단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높은 배당으로 인해 자본금이 부족해지는 상황은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직접 책임지겠다는 것"이라며 "큰 틀에서 보면 자본에 무리가 가면 안 된다는 금융위의 정책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라 금융위에서도 이를 제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자본증권을 통한 자본 확충이 없다 해도 지난해 순이익을 고려하면 신한금융은 여유가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3조4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는데, 이는 전년 대비 0.3% 늘어난 수준이다. 2019년도 배당성향(25.97%)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2020년에는 8900억원이 배당돼야 한다. 그러나 이번엔 7800억원만 배당되니 1100억원만큼 사내유보금이 늘어난 셈이다.

◇ 당국 눈치 보던 타 금융지주도 ‘신한 방식’ 따라가나

다른 금융지주와 은행들도 신한금융의 방법을 참고할지 주목된다.

KB금융(105560)하나금융지주(086790)는 이미 주당 배당금을 16~20% 깎아 금융위의 권고에 맞춰 배당성향을 20%로 결정했다.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도 배당성향을 20%에 맞췄다. NH농협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이달 중 열릴 주주총회에 맞춰 배당성향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아직 배당성향을 결정하지 않은 금융지주는 물론, 이미 배당을 결정한 금융지주도 중간배당이라는 기회가 남아있는 만큼 신한금융의 방법을 고려해볼 만 하다"며 "최근 금융주가 저평가돼 있는 만큼 주가 부양이 필요한데, 배당과 동시에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것은 자본비율은 유지하면서 배당은 하는 주주친화적인 방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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