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씸죄'로 찍힌 마윈, 中 최고 부호 지위도 상실

알리바바그룹 창업주 마윈(馬雲)이 1년 만에 중국 최고 부호 자리에서 밀려났다. 공개된 장소에서 중국 금융당국의 정책을 신랄히 비판한 대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 시각) ‘중국판 포브스’로 불리는 후룬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후룬 보고서가 발표한 2021년 세계 부호명단에 따르면, 마윈의 순위는 4위. 그의 일가 재산은 전년보다 22% 늘어난 3600억위안(약 62조원)으로 집계됐다.

수년간 마윈 차지였던 1위는 중국 생수기업 농푸산취안(農夫山泉)의 중산산(鍾睒睒) 창업자에게 돌아갔다. 올해 백신 제조업체 완타이바이오(萬泰生物)와 농푸산취안의 기업공개(IPO)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일약 스타로 떠오른 그의 재산은 5500억위안(약 95조원)으로 집계됐다.

2~3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혜를 입은 텐센트의 마화텅(馬化騰) 회장과 전자상거래업체 핀두오두오(PDD)의 콜린 황 설립자가 차지했다. 이들의 재산은 각각 4800억위안(약 83조원)과 4500억위안(약 78조원)으로 집계됐다.

마윈 알리바바그룹 창업주. /로이터 연합뉴스

WSJ는 마윈이 지난해 중국 정부를 공개 비판한 뒤 행보에 제동이 걸리면서 중국 최고 부호 지위마저 잃은 것으로 분석했다.

마윈은 지난해 10월 왕치산(王岐山) 국가 부주석과 이강(易綱) 인민은행장 등이 참석한 행사에서 중국의 대형 국유은행이 ‘전당포 영업’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말하는 등 날을 세웠다가 후폭풍을 맞았다. 알리바바그룹 산하 핀테크 기업인 앤트그룹은 세계 최대 규모가 될 예정이었던 상장이 불발됐고, 알리바바그룹은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다.

상황이 이렇지만 앤트그룹 측은 여전히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WSJ에 따르면, 에릭 징 앤트그룹 회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앤트그룹은 분명 상장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오는 4월을 실행 기한으로 잡고 추가 보수와 인센티브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주사 전환 소식에 실망한 직원들을 달래기 위해 마련한 차선책이다. 앤트그룹은 지난 2014년부터 스톡옵션을 지급해 왔다.

징 회장은 이와 함께 "단기 유동성 솔루션(short-term liquidity solution)"도 언급했다. 그룹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이를 두고 회사가 직원들이 보유한 자사주 일부를 다시 매입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에릭 징 앤트그룹 회장. /로이터 연합뉴스

그러나 현재로써 앤트그룹의 상장 가능성은 다소 낮다. 마윈은 소비자 정보 공개 여부를 놓고도 당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마윈은 ‘대출 전 고객들의 신용도를 미리 판단할 수 있도록 알리페이가 그동안 수집한 정보를 넘겨달라’는 인민은행의 요구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정적들의 자금줄을 틀어막기 위해 앤트그룹의 상장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앤트그룹의 소유구조는 시 주석의 경계대상 1위로 꼽히는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 세력을 중심으로 짜여졌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이와 관련, WSJ는 앞서 현직 관리 등을 인용해 장 전 주석의 손자가 설립한 사모펀드 ‘보유 캐피털’과 상하이방(上海幇) 핵심 인물인 자칭린(賈慶林) 전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앤트그룹에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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